'잘 기능하는 우울증'이라는 역설
일요일 이른 아침, 오전 5시와 6시 사이 어딘가. 갑자기 눈이 뜨인다. 머릿속에 곧바로 끝내지 못한 일들이 밀려든다.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몇 년째 이렇게 아침이 시작된다.
빨래를 돌리고, 강아지를 챙기고, 아침을 만든다. 운동을 하면서 다가올 한 주를 생각한다. 피곤하다. 언제나 피곤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이 은행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사실, 신고만 하면 끝나는 일인데, 별것 아닌 일인데, 무언가가 안에서 무너지면서 눈물이 난다. 남편에게 이 삶이 지쳤다고, 더 이상 곁에 없게 되면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독일의 한 언론사 기자 율리아 베르긴이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이다. 2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고 매주 치료를 받으면서도, 직장에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사교 모임에 나갔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몇 년간 다른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고기능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베르긴이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쓴 말은 '고기능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이다. 우울 증상을 겪으면서도 일상의 기능을 유지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비임상적 표현이다. 겉에서 보면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에서는 고갈된 채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앞선 설명처럼 이 용어는 공식 진단 명칭이 아니다. 국제질병분류 ICD-10이나 미국 정신의학 진단 기준인 DSM-5 어디에도 고기능 우울증은 등재돼 있지 않다. 임상적으로 가장 가까운 진단은 지속성 우울 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는 예전에는 기분부전증(dysthymia)이라 불렀던 상태이다. 주요 우울증보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최소 2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이다. 2025년 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고기능 우울증을 피로, 무쾌감증, 집중력 저하, 죄책감, 수면 장애, 식욕 변화 같은 우울 증상이 있으면서도 기능적 저하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로 정의했다.
독일 우울증 예방 및 자살 방지 재단 이사장이자 정신의학자인 울리히 헤거를 교수는 이 용어를 '좋게' 보지 않는다. 그는 "유행처럼 떠도는 말"이라고 말하지만, 해당 현상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건강할 때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책임감 있고, 마지막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짜내서라도 계속 나아가려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집에 돌아와서는 완전히 탈진해 쓰러진다는 점일 것이다.
생산성이 회피의 방식이 된다
성취가 우울증의 신호를 가리기도 한다는 것, 이것이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
미국 탬파의 로저스 행동건강 클리닉 심리학자 에이드리앤 맥컬러스는 "우울 증상을 느낄 때 오히려 더 활발하게 움직이거나 과잉 생산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대처 방식이자 회피이다"라고 설명하는데, 즉, 겉으로 성공적이고 생산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그 안의 고통을 대개 과소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베르긴은 이것을 직접 경험했다. 할 일을 빨리 끝내면 압도되는 느낌이 줄어들 것 같았다. 계속 움직이면 피로감이 저녁까지는 버텨줄 것 같았다. 충분히 해내면 가족, 동료, 친구에 대해 끊임없이 느끼는 죄책감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쾰른의 정신치료사 다니엘 바그너는 이 효율성과 성취가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것 자체가 함정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서 "성과와 성공 뒤에 깊은 고통이 숨겨져 있을 때, 그것은 종종 침묵과 고요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내면의 상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결코 가볍지 않다
고기능 우울증을 가벼운 우울증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맥컬러스는 이를 명확히 반박한다. 증상이 성과 뒤에 숨어 있을 뿐, 고통의 깊이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 LVR 클리닉 원장이자 정신과 및 정신치료 전문의인 다니엘 후이스도 "고기능 우울증은 ICD-10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가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대개 일상의 요구를 더는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그의 관찰이다.
헤거를 교수는 "탈진감, 지속적인 내적 긴장, 죄책감, 식욕 장애, 수면 장애, 걱정하는 경향. 이것들은 고기능 우울증을 포함한 모든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하며, 해당 증상의 목록이 다른 우울증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맥컬러스가 말한 것처럼 "아직 일어나서 할 일을 할 수 있으니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인식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울증은 독일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겉으로 잘 기능하고 있다고 해서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멈추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바그너는 치료의 목표를 "감정에 접근하고, 감정을 허용하고, 재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그는 마음챙김 훈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호흡 운동이나 안내 명상처럼 무언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순간에 머물며 관찰하는 연습이다. 그는 이것을 "조직화된 빈둥거림"이라고 부른다.
베르긴이 입원한 낮 병원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사용되었다. 매일의 일정을 구조화하되, 일과 집안일, 운동 사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에게 좋은 것을 포함시키는 것이 치료 계획의 중심이었다. 베르긴에게는 이 마지막 항목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고요함 속에서 마음은 더 시끄러워지고 감정은 더 불편해진다. 달아나고 싶어진다. 자신을 마주하는 책임을 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멈춰야 하는 이유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6-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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