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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6-05-08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될까, 우리 삶을 바꾸는 4번의 전환점 뇌 네트워크 토폴로지 분석으로 찾아낸 생애주기별 결정적 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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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달력상 고작 3일에 불과한 간극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의 아이에서 누군가를 책임지는 부모 혹은 성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되새기곤 한다. 하지만 사회적 관습이 규정하는 성인의 기준과 달리 우리의 뇌는 훨씬 뒤늦고 정교한 재편 과정을 거쳐 비로소 성숙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년이 되는 20세, 혹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된 순간이라도 곧바로 어른으로 변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인간의 뇌가 전 생애에 걸쳐 어떻게 구조적으로 변화하는지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0세부터 90세까지 4,216명의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뇌 네트워크의 위상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단순히 선형적으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9세, 32세, 66세, 83세라는 네 번의 결정적인 전환점(Turning Points)을 거쳐 재구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어른'으로 완성되는 생물학적 시점은 사회적 관습과는 조금 다른 궤적을 그리며 30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그 정점을 맞이하는 셈이다.

우리는 언제 ‘성숙한 어른’이 되는걸까. ⒸShutterstock
우리는 언제 ‘성숙한 어른’이 되는걸까. ⒸShutterstock


서른둘, 뇌 네트워크의 ‘통합’이 완성되는 지점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뇌 네트워크의 정보 전달 효율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32세라는 사실이다. 이는 뇌 전체 영역이 가장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20대를 성숙의 시기라 여기지만, 실제 뇌는 서른을 넘겨서야 비로소 생물학적인 '완성된 어른'의 상태에 도달한다.

또한, 이 시기 뇌는 구조적으로도 견고함을 갖춘다.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백질의 부피가 이 무렵 최대치에 도달하며, 전체 네트워크가 가장 빠르고 정교하게 작동하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한다.

리처드 베들레헴 박사는 “인간의 뇌가 생물학적으로 가장 완결된 ‘성인’의 상태를 구현하기까지는 일반적인 통념보다 더 긴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며 “32세는 뇌 네트워크가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이 완성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뇌가 0세부터 90세까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보여주는 지도. 뇌 연결망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32세를 기점으로 뇌 네트워크의 효율성이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Nature Communications 
인간의 뇌가 0세부터 90세까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보여주는 지도. 뇌 연결망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32세를 기점으로 뇌 네트워크의 효율성이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Nature Communications 


아동기부터 초고령기까지, 생애 주기에 따른 뇌의 생존 전략

뇌는 32세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후로 각 연령대에 맞는 역동적인 재구성 전략을 취한다. 

먼저 9세 무렵의 아동기는 인접한 뇌 부위끼리 촘촘하게 연결되는 군집화(Clustering) 성향이 두드러지는 시기다. 이는 뇌가 광범위한 통합을 시도하기 전, 특정 감각이나 기초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하부 네트워크의 국소적 밀도를 높여 시스템의 안정성을 다지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후 32세에 도달하면 뇌는 정보 전달의 핵심 통로인 백질(White Matter)의 부피와 구조적 견고함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서로 멀리 떨어진 뇌 영역 간의 통신 속도를 극대화하고 전체 네트워크의 글로벌 통합(Global Integration)을 완성함으로써 전 생애 중 가장 빠르고 정교한 정보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32세의 전성기를 지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뇌는 효율성 대신 안정과 경험 활용을 선택한다. 66세를 기점으로 뇌 전체의 통합 효율은 낮아지지만,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끼리 독립적으로 뭉치는 모듈성(Modularity)이 강화된다. 이는 전체 시스템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뇌가 에너지를 아끼면서 그동안 쌓아온 전문적 지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고도의 구조적 전환이다.

마지막 변곡점인 83세 이후에는 네트워크의 전체 밀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대신, 생존과 직결된 핵심 거점(Node)들에 가용 자원을 집중하는 하위 그래프 중심성(Subgraph Centrality) 전략이 두드러진다. 이는 전체 연결망의 효율이 급감하는 초고령기에 접어들어, 뇌가 가장 중요한 핵심 회로만을 끝까지 보존해 생명을 유지하려는 최후의 ‘최적화 방어 기제’인 셈이다.

인간의 뇌는 9세(기초 다지기), 32세(통합 정점), 66세(전문화), 83세(핵심 최적화)라는 네 번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거치며 네트워크 구조를 재편한다. ⒸShutterstock
인간의 뇌는 9세(기초 다지기), 32세(통합 정점), 66세(전문화), 83세(핵심 최적화)라는 네 번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거치며 네트워크 구조를 재편한다. ⒸShutterstock


뇌 과학이 뒷받침하는 ‘성숙’의 무게

5월의 기념일들 사이에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뇌 과학은 성숙의 근거를 뒷받침하며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이번 연구가 제시하는 ‘32세’라는 지표는 단순히 노화의 시작이 아닌, 인간의 뇌가 비로소 가장 견고하고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어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는 생물학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박사는 “성인기에 접어든 이후 뇌의 효율성이 서서히 감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노화에 맞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며 평생 스스로를 재정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간은 서른둘이라는 물리적 변곡점을 지나며 가장 완성도 높은 정보 처리 시스템을 갖춘 ‘진정한 어른’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 나아가 이후의 삶 역시 각 단계에 맞춰 변화하는 뇌의 역동적인 재구성 전략을 통해, 우리는 더욱 깊은 지혜를 쌓으며 생애 여정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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