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박쥐나 돌고래처럼 사람 가청주파수 영역 밖의 고주파 초음파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고슴도치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동물 교통사고(roadkill) 예방에 초음파 퇴치 장치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11일 과학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서 고슴도치 머리에 부착한 전극으로 다양한 주파수에 대한 청각 반응신호를 관찰, 고슴도치가 20㎑ 이상 주파수에서 최소 85㎑까지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펜하겐대 라스무센 교수는 "이 연구는 유럽고슴도치(Erinaceus europaeus)의 청각기관이 넓은 범위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실제로 이를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음 연구로 이들이 초음파를 의사소통이나 먹이를 탐지 등에 사용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고슴도치는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은 포유류지만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24년 준위협(Near Threatened) 등급의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고슴도치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로드킬이고 지역 개체군에서 고슴도치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로드킬로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고슴도치가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덴마크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재활 치료 중인 고슴도치 20마리의 머리에 작은 전극을 부착하고 작은 스피커로 다양한 주파수의 짧은 음향신호를 들려주면서 내이와 뇌 사이를 이동하는 전기신호를 기록하는 청성 뇌간 반응(ABR) 검사를 했다.
전극 측정 결과, 4~85㎑ 범위의 음향 신호에 뇌간이 반응했으며, 약 40㎑의 초음파에서 반응 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슴도치가 주파수 20㎑ 이상의 초음파 범위에서 최소 85㎑까지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 쥐덫에 심하게 다쳐 안락사된 고슴도치 한 마리를 고해상도 마이크로 CT(micro-CT)로 촬영해 고슴도치 귀의 3D 모델을 제작해 구조를 분석한 결과, 중이 뼈가 매우 작고 밀도가 높으며, 이 가운데 첫 번째 뼈 사이의 관절과 고막이 부분적으로 융합된 것으로 나타났다.
달팽기관도 비교적 짧고 압축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초음파 진동을 처리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구조는 매우 높은 음높이를 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며 이는 박쥐처럼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동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무센 교수는 "고슴도치가 초음파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자동차 산업과 협력해 차량용 음향 퇴치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향후 연구에서 이런 장치의 효과가 확인된다면 유럽고슴도치를 보호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맥도널드 교수는 "보전을 목표로 시작한 연구가 한 종의 생물학에 대한 근본적인 새 발견으로 이어지고, 그 발견이 다시 그 종에 대한 새로운 보전 전략을 제시하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 출처 : Biology Letters, Sophie Lund Rasmussen et al., 'Hearing and anatomy of the ear of the European hedgehog Erinaceus europaeus', http://dx.doi.org/10.1098/rsbl.2025.0535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6-03-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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