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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3-09

[국제여성의날기념] 성별 분리 데이터가 여는 정밀 의료의 신기원 '비키니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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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신체는 오랫동안 의과학계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토론토 대학교의 제니퍼 래빈 박사가 알츠하이머병의 성별 편향성을 연구하며 맞닥뜨린 '데이터의 부재'는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폐경 이행기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수치 변화와 뇌신경 퇴행의 상관관계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성 건강을 오로지 생식기 중심의 '비키니 의학(Bikini medicine)'으로 국한해 온 편협한 연구 관행 때문이었다고 한다. 

폐경 이행기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수치 변화와 뇌 신경 퇴행의 상관관계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성 건강을 오로지 생식기 중심의 '비키니 의학(Bikini medicine)'으로 국한해온 편협한 연구 관행 때문이었다. ©InSight+
폐경 이행기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수치 변화와 뇌 신경 퇴행의 상관관계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성 건강을 오로지 생식기 중심의 '비키니 의학(Bikini medicine)'으로 국한해온 편협한 연구 관행 때문이었다. ©InSight+

 

계통적 배제가 초래한 의학적 공백과 생물학적 변수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임상 연구 데이터는 '표준 성인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축적되었다. 1990년대 이전까지 가임기 여성은 잠재적 임신 위험을 이유로 임상 시험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되었으며, 기초 의학 연구의 근간인 실험동물조차 호르몬 주기에 따른 변수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명목으로 수컷만을 사용해 왔다. 어느 정도 의학적이나 생물학적으로 사실인 주장이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점이 드러나는 주장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변수의 무시는 심각한 의학적 오류를 낳았고 말았다. ©Getty Images
이러한 생물학적 변수의 무시는 심각한 의학적 오류를 낳고 말았다. ©Getty Images

그리고 이러한 생물학적 변수의 무시는 심각한 의학적 오류를 낳고 말았다. 2024년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글로벌 질병 부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기대 수명은 길지만 우울증, 근골격계 질환 등 만성적인 이환율(Morbidity)은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성별 간 건강 격차는 사춘기(10~24세)부터 발현되어 생애 전반에 걸쳐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이에 대한 기전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심혈관 질환 진단의 오류: 성별 특이적 증상의 재정의

심혈관 질환은 성별 분리 데이터(Sex-disaggregated data)의 부재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 대표적인 분야다. 심장 질환이 '남성적 질병'으로 고착되면서, 여성의 심장마비 증상은 오랫동안 '비전형적(Atypical)'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6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 분석 결과, 여성이 심장마비 발생 후 병원 내 사망률이 남성보다 48% 높은 이유는 증상의 모호함이 아니라 진단의 지연에 있었다.

여성은 전형적인 흉통 외에도 현기증, 구역질 등 상이한 임상 양상을 빈번히 보이지만, 기존의 진단 가이드라인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산네 페터스 박사는 "데이터를 성별로 분리해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고유한 병리학적 궤적을 이해하고 오진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 역동학의 성별 차이와 치료 독성의 불균형

약물 대사 및 면역 반응에서의 성별 차이는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조셉 웅거 박사팀이 23,000명의 임상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항암 화학 요법과 면역 요법을 받는 여성 환자는 남성에 비해 심각한 등급의 부작용을 훨씬 빈번하게 경험했다. 이는 주관적 보고의 차이가 아니라 빈혈, 백혈구 감소증 등 객관적인 바이오마커 수치로 입증된 생물학적 결과였다.

호르몬이 약물 대사 경로(CYP450 효소계 등), 장내 미생물군, 그리고 면역 체크포인트 기전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과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약물의 권장 용량은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처방되고 있다. 이러한 '용량의 성별 편향'은 여성 환자에게 불필요한 독성 노출과 치료 중단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데이터 분리 분석: 정밀 의료를 위한 필수적 도구

성별 분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된 표준 프로토콜의 위력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성별 선입견을 배제한 '4단계 심장마비 표준 프로토콜'을 시행한 결과, 여성 환자의 사망률은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하며 남성과의 치료 결과 격차를 빠르게 해소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암치료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다. ©Nature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암치료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다. ©Nature

결국 의료 데이터의 성별 분리는 단순한 통계적 분류를 넘어, 이는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나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모든 인간의 생물학적 기전이 동일하다는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이다. 전문가들은 성별(Sex)과 젠더(Gender)를 과학적 변수로 통합하는 연구 설계만이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3-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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