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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정회빈 리포터
2026-02-26

임신의 시작 순간을 실험실에서 구현하다 개발된 3차원 자궁내막 모델에서 실제 배아 착상도 이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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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의 시작인 배아 착상 순간에 대한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Getty Images
임신의 시작인 배아 착상 순간에 대한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Getty Images

임신은 배아(embryo)가 자궁내막에 안정적으로 착상한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착상 이후에야 태반이 형성되고 산모와 연결되어 태아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몸속 깊은 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배아 착상의 완전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모델 동물을 사용하여 연구하고 있지만 사람과는 달라 한계가 많고, 복잡한 몸속 상황을 똑같이 모사하는 기술 역시 아직은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셀에 이러한 난제를 해결한 두 편의 연구가 잇달아 실리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연구 모두 자궁내막(착상이 일어나는 자리)을 실험실에서 3차원으로 구현하여 인간 배아가 실제 자궁처럼 착상하고 파고드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논문의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며 오늘날 임신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최신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들여다보자.

 

실험실에서 구현된 3차원 자궁내막 모델

먼저 만나볼 연구는 영국 바브라함 연구소의 러그건 박사 연구팀이 제작한 3차원 자궁내막 모델에 관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받은 자궁내막에서 상피세포(epithelial cell)와 기질세포(stromal cell)를 분리하여 실험실에서 배양하였다. 기질세포는 자궁내막과 비슷한 질감과 강도를 가지는 하이드로젤 안에 집어넣고 그 위에 상피세포를 씨앗처럼 뿌려서 구조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이 구조가 실제로 배아의 착상을 모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생리 주기에 따라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호르몬들을 처리하였다. 그 결과 기질세포와 상피세포 모두 형태 및 유전자 발현 패턴이 변하면서, 착상 준비가 잘 된 자궁내막과 유사한 구조로 변한 것을 확인하였다.

영국 바브라함 연구소에서는 기증자의 자궁내막에서 분리한 상피세포와 기질세포를 3차원으로 구조화하여 실험실 내 자궁내막 모델을 구현하였다. ⒸCell
영국 바브라함 연구소에서는 기증자의 자궁내막에서 분리한 상피세포와 기질세포를 3차원으로 구조화하여 실험실 내 자궁내막 모델을 구현하였다. ⒸCell

그렇다면 실제로 여기에 인간 배아를 올려놓으면 착상이 이루어질까? 연구진은 본인들이 개발한 3차원 자궁내막 모델에 체외수정 환자 부부로부터 기증받은 배아를 올려놓았고, 그 결과 배아가 잘 안착하고 자궁내막 상피를 뚫고 들어가 뿌리는 내리는 것까지 확인하였다. 착상에 성공한 배아는 추후 외배엽, 내배엽, 영양막 등으로 분화되어서, 실제 초기의 태아 구조와도 매우 흡사하였다. 자궁내막을 실제 생체 환경과 매우 유사하게 모방함으로써 배아의 착상 과정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 연구의 핵심은 배아와 자궁내막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다. 착상 후 14일째의 배아-자궁내막 접합부에 있는 세포들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배아로부터 유래된 세포와 자궁내막에 있던 세포들 사이에 주고받는 200개 이상의 신호 상호작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배아 유래의 영양막세포(trophoblast)와 자궁내막의 기질세포 사이에는 PROS1-AXL이라는 단백질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어 있었고, 이를 억제하자 영양막세포의 이동성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착상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아와 모체 간의 긴밀한 대화를 분자 수준에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아와 태반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Cell
배아와 태반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Cell

 

배아와 모체 사이의 상호작용를 규명

그렇다면 이러한 발견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다음으로 살펴볼 중국과학원의 왕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는 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들은 앞서 소개한 러그건 박사 연구팀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자궁내막을 3차원으로 재현하였다. 기증자로부터 받은 자궁내막 조직을 상피세포와 기질세포로 구분한 것으로 공통점이지만, 이들을 작은 마이크로칩 안에 젤과 섞어서 구조화하였다. 실제로 해당 모델에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을 처리하자 착상 직전의 자궁내막과 유사한 특성을 보였으며, 줄기세포로 만든 인간 배아를 올려놓자 정상적인 착상 과정이 이루어졌다.

중국과학원에서는 3차원 자궁내막 모델을 구현한 마이크로칩을 개발하였다. ⒸCell
중국과학원에서는 3차원 자궁내막 모델을 구현한 마이크로칩을 개발하였다. ⒸCell

왕 박사 연구의 차별점은 개발한 칩 기반 자궁내막 모델을 사용하여 반복 착상 실패(recurrent implantation failure, RIF)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우선 임신에 성공한 여성과 RIF 환자에게서 채취한 자궁내막 조직으로 자궁내막 모델을 만들고 착상 능력을 비교한 결과, RIF 환자로부터 유래한 그룹에서 착상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RIF의 원인이 개개인별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이용하여 RIF 치료를 위한 후보 약물을 찾기 위해 FDA에서 이미 승인받은 1,119개의 약물로 스크리닝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RIF 환자 각각에게 7~11개의 효과 있는 약물을 찾아주었다. 놀라운 점은 환자마다 도움이 되는 약물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어떤 환자에게는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약물이, 다른 환자에게는 염증 조절 약물이 더 효과적이었는데, 이는 RIF의 원인이 다양할 수 있으므로 환자 맞춤형으로 치료해야 함을 의미한다.

반복 착상 실패(RIF) 환자로부터 만든 자궁내막 모델을 이용하여 약물을 스크리닝하고 환자 맞춤형 약물을 발굴하였다. ⒸCell
반복 착상 실패(RIF) 환자로부터 만든 자궁내막 모델을 이용하여 약물을 스크리닝하고 환자 맞춤형 약물을 발굴하였다. ⒸCell

 

자궁내막 칩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가능성 제시

이번에 발표된 두 논문은 실험실 환경에서 자궁내막을 모방하여 배아의 착상 과정을 인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브라함 연구팀은 엄격하게 정제된 하이드로젤과 단백질들로 자궁막의 물리적 특성을 재현하였다. 또한 PROS1-AXL 신호와 같이 배아와 모체 사이의 중요한 상호작용들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임상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마이크로칩 기반 모델을 설계하였다. 덕분에 RIF 환자의 착상 실패를 재현하고, 개인 맞춤형 약물 검색이라는 응용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향후 이 모델들은 단순히 임신과 불임 치료뿐 아니라, 임신 중 약물 안전성 평가, 초기 태반에서 발생하는 희귀 질환 연구, 더 나아가 인간 초기 발달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Modeling human embryo implantation in vitro, Mole et al., 2026, Cell

A 3D in vitro model for studying human implantation and implantation failure, Li et al., 2026, Cell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6-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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