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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6-02-13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특집] 피겨스케이팅, 우아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생체역학 빙판 위 예술과 물리 법칙의 만남… 점프·회전 속 ‘생체역학’이 완성하는 완벽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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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이탈리아 북부의 설원을 밝히고 있다. 1956년 코르티나 대회 이후 70년 만에 다시 동계 스포츠의 성지로 돌아온 이번 대회는 밀라노의 현대적인 도심 풍경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돌로미티 산맥의 장엄함이 어우러진 역대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으로 기록될 기대를 모은다.

아름다운 배경으로 가장 먼저 조명을 켜는 빙상 종목은 바로 피겨스케이팅이다. 대회 개막일인 2월 6일 단체전(팀 이벤트)을 시작으로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갈라까지 12일간 빽빽한 일정이 이어진다. 경기장은 밀라노 외곽 아사고의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로, 약 9,800석 규모의 다목적 실내 빙상장이다. 올림픽 기간 이곳은 피겨와 쇼트트랙이 번갈아 열리는 빙판의 메인 무대 역할을 맡는다. 

밀라노의 현대적인 도심 풍경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돌로미티 산맥의 장엄함이 어우러진 무대를 배경으로 빙상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조명을 켜는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밀라노의 현대적인 도심 풍경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돌로미티 산맥의 장엄함이 어우러진 무대를 배경으로 빙상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조명을 켜는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동계올림픽의 대표 종목, 피겨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 종목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0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먼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1924년 1회 동계올림픽 샤모니 대회에서도 핵심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에는 빙판 위에 스케이트 날로 정교한 도형(Figure)을 그리는 능력이 주된 평가 요소였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점프, 스핀, 스텝이 결합된 고난도 기술의 장으로 진화했다.

현재 올림픽 피겨는 남자 싱글, 여자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팀 이벤트 다섯 종목으로 구성된다. 남녀 싱글은 점프·스핀·스텝을 통해 개인의 기술과 표현력을 겨루는 종목이다. 페어는 두 사람이 함께 리프트·던지기 점프·페어 스핀을 선보이며, 공중 동작의 동기화와 착지 안정성이 관전 포인트다. 아이스댄스는 점프 비중이 적고, 리듬·스텝·리프트를 중심으로 얼음 위에서 춤을 추듯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팀 이벤트는 각 나라의 싱글·페어·댄스 대표가 한 팀을 이뤄 종목별 점수를 합산하는 국가 대항전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개막 첫 종목으로 배치되어 피겨 전체의 분위기를 띄웠다.

아이스댄스 한국 대표팀 임해나-권예 선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아이스댄스 한국 대표팀 임해나-권예 선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피겨스케이팅의 점수 체계는 기술점수와 구성점수의 합계

피겨스케이팅의 점수 체계는 기술적 난이도를 평가하는 기술점수(TES)와 예술성과 표현력을 측정하는 구성점수(PCS)의 합으로 결정된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이하 ISU)의 국제채점시스템에 따르면 기술점수는 점프·스핀·스텝 시퀀스 등 각 요소에 정해진 기본점에 수행의 질을 뜻하는 GOE(Grade of Execution, -5~+5)에 따른 가산·감점을 더해 계산한다. 쿼드 러츠처럼 난도가 높은 점프는 기본점이 높은 대신, 회전 부족이나 착지 실수, 에지 오류가 발생하면 GOE가 크게 깎이고 한 단계 낮은 회전수의 기본점만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구성점수는 스케이팅 스킬, 퍼포먼스·프레젠테이션, 안무·구성 등 프로그램 전체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점수로, 관중이 체감하는 ‘예술점’에 가깝다. 에지의 깊이와 속도, 음악 해석, 요소 배치와 흐름이 주요 평가 항목이며, 심판들은 0.25~10점 범위에서 점수를 매긴 뒤 최고·최저를 제외한 평균을 반영한다. 최근 ISU는 회전 부족·에지 오류 판정을 세분화·강화해 단순히 고난도 점프를 많이 넣는 것보다 완성도 높은 점프를 수행하는 선수에게 더 큰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손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최근에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승부의 분수령이 되면서 회전수 부족 판정이나 에지 사용의 정확성을 가려내기 위한 초고속 카메라와 데이터 분석 기술이 심판 판정의 핵심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치와 선수는 프로그램을 짤 때 쿼드 점프의 개수뿐 아니라 어느 구간에 배치해 체력 소모를 줄일지, 어떤 스텝·스핀으로 구성점수를 끌어올릴지를 함께 계산한다. 

음악에 맞춰 은반 위를 수놓는 선수들의 동작은 겉으로 보기엔 한 편의 무용같이지만, 점수표 한 줄을 놓고도 도약 타이밍과 난도, 표현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치밀한 전략 경기 그 자체다. 

차준환이 10일 화요일 저녁(현지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으로 시즌 최고점을 기록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차준환이 10일 화요일 저녁(현지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으로 시즌 최고점을 기록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점프의 진화… 트리플에서 쿼드 악셀까지

피겨스케이팅에서 점프는 어떻게 힘을 쓰느냐에 따 나뉜다. 한 발로 미끄러지다 다른 발의 토 픽을 찍어 지렛대처럼 튕겨 나가는 점프가 토 점프, 블레이드 에지의 곡선과 속도만으로 도약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점프가 에지 점프다. 

토루프·플립·러츠는 토 픽을 찍고 도는 토 점프에 속한다. 살코와 룹은 한 발로 그리던 곡선 그대로 떠오르는 에지 점프이고, 악셀은 여섯 가지 점프 가운데 유일하게 앞을 보고 달려가 전진 상태에서 도약하는 점프다. 전진으로 뜨기 때문에 회전에 반 바퀴가 더해져 트리플 악셀은 세 바퀴 반을 돌아야 한다. 결국 싱글·더블·트리플·쿼드로 올라갈수록 그중에서도 트리플 악셀과 각종 쿼드 점프가 최고의 난도로 꼽힌다.

사실 피겨 관중에게 점프는 선수의 표현으로 인식되지만 악셀과 쿼드는 관절과 근육이 만드는 복잡한 기계적 현상이다. 특히 트리플 악셀은 도약 각도와 회전 속도, 착지 충격이 모두 큰 기술이고, 쿼드 점프는 공중에서의 회전축 유지와 착지 타이밍이 성패를 가른다.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높은 완성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과 완벽에 가까운 기술·표현으로 여성 싱글 최초 200점대, 228.56점의 세계 기록을 세웠다면, 하뉴 유즈루는 쿼드 루프 등 고난도 쿼드를 프로그램 안에 녹여 넣으며 ‘쿼드 시대’를 연 대표적인 선수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미국의 일리야 말리닌이 2022년 국제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쿼드 악셀을 성공시키고, 2024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쿼드 악셀을 포함해 6개의 쿼드 점프를 성공시키며 회전 한계의 기준선을 다시 끌어올렸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높은 완성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과 완벽에 가까운 기술·표현으로 여성 싱글 최초 200점대, 228.56점의 세계 기록을 세웠다. ⒸKBS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높은 완성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과 완벽에 가까운 기술·표현으로 여성 싱글 최초 200점대, 228.56점의 세계 기록을 세웠다. ⒸKBS 


점프의 생체역학적 분석

2025년 「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이러한 ‘점프의 차이’를 양측 하체 관절과 근육 수준에서 들여다본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은 엘리트와 아마추어 싱글 스케이터의 악셀 점프를 비교하기 위해 링크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해 점프를 3차원으로 촬영하고, 근골격 모델을 이용해 발목·무릎·고관절의 움직임과 주요 근육 활성 패턴을 계산했다.

그 결과 엘리트 선수들은 도약 전 무릎과 고관절을 효율적인 각도로 굽혔다 펴며, 발목→무릎→고관절 순으로 힘을 전달하는 삼중 신전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착지 단계에서도 고관절·무릎이 먼저 충격을 흡수하고 발목이 마지막 균형을 잡는 등 관절 간 역할 분담이 분명했다. 

반면 아마추어 선수는 특정 관절에 동작이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여러 근육이 동시에 비효율적으로 동원되는 경향을 보였고, 그만큼 회전 효율과 착지 안정성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악셀 점프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근력의 크기보다 관절·근육 간 시너지, 즉 언제 어디에 힘을 쓰는가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착지 순간 대퇴사두근과 둔근의 동시 수축이 충격을 흡수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점이 근전도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근활성 타이밍이 수십 밀리초만 어긋나도 회전축이 흔들리거나 착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근·관절 협응 패턴이 점프 성공률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면서 고난도 점프의 승패가 단순한 근력 문제가 아니라 ‘신경근 조절 능력’의 정밀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피겨 악셀 점프의 동작 국면 구분과 시뮬레이션 결과. Ⓒ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
피겨 악셀 점프의 동작 국면 구분과 시뮬레이션 결과. Ⓒ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

 

팀 코리아, K-피겨를 응원합니다

2026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2월 6~8일 팀 이벤트를 시작으로, 9~11일 아이스댄스, 12~14일 남자 싱글, 15~17일 페어, 17~19일 여자 싱글 순으로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마지막 날 갈라에서는 종목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데 모여 올림픽 무대를 장식한다.

한국 대표팀은 팀 이벤트에 신지아(여자 싱글)와 차준환(남자 싱글)을 앞세워 8년 만의 단체전 복귀 신고를 마치고, 개인전에서는 두 선수가 각각 싱글 종목 결선 진출과 톱 그룹 진입을 노린다. 아이스댄스와 페어도 첫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싱글 편중’ 이미지를 벗고 전 종목에서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빙판 위 네 바퀴 회전과 깨끗한 착지, 음악과 하나 되는 스텝 뒤에는 각 선수의 관절 각도와 근육 시너지를 수없이 점검해 온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음악에 맞춰 은반 위를 수놓으며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 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팀 코리아. 지금 필요한 건 밀라노 링크를 함께 달려 줄 응원의 힘이다. 팀 코리아 파이팅.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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