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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2-23

초가공식품은 담배처럼 '설계'되었다? 우리가 괜히 초가공식품에 중독되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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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은 중독성 유발하도록 공학적으로 설계... 담배 규제 수준의 정책 필요

미국 하버드대, 미시간대, 듀크대 공동 연구진은 초가공식품과 담배 제품의 설계 방식을 비교 분석한 연구를 지난 2월 3일 의학저널 '밀뱅크 쿼털리(Milbank Quarterl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탄산음료, 감자칩, 쿠키 같은 초가공식품이 담배 산업이 수십 년간 완성한 중독 유발 전략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초가공식품이 담배와 똑같은 방식으로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을 영양소가 아닌 '중독성 물질'로 봐야 하며, 담배를 규제했던 것처럼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과 담배가 공유하는 5가지 핵심 설계 전략을 규명했다. © Getty Images
연구진은 초가공식품과 담배가 공유하는 5가지 핵심 설계 전략을 규명했다. © Getty Images

 

담배와 똑같은 5가지 중독 전략

연구진은 초가공식품과 담배가 공유하는 5가지 핵심 설계 전략을 규명했다. 첫째는 '용량 최적화'인데, 담배가 니코틴 전달량을 최적화하듯, 초가공식품은 설탕과 지방의 함량을 쾌락은 최대화하면서 혐오감은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조절한다.

둘째는 '전달 속도'로, 담배가 니코틴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암모니아 같은 첨가제를 사용하듯, 초가공식품은 섬유질, 단백질, 수분을 제거하고 효소를 첨가해 설탕과 지방이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도록 만든다.

셋째는 '쾌락 조작'이다. 담배가 초콜릿 향이나 감미료로 거친 맛을 가리듯, 초가공식품 역시 합성 향료와 첨가제로 부자연스러운 맛을 감춘다. 넷째는 '환경적 편재성'으로, 담배처럼 초가공식품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구축했다고 한다. 마지막은 '기만적 재조정'이다. '저지방', '무설탕' 같은 건강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식이 담배 업계가 1950년대 필터 담배를 건강한 제품으로 홍보했던 전략과 같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미시간대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Ashley Gearhardt) 교수는 "일부 초가공식품은 이미 선을 넘었다"며 "이들은 음식이라기보다 담배와 같은 방식으로 갈망, 빠른 섭취, 반복적 사용에 최적화됐다"고 전했다. © Getty Images
연구를 주도한 미시간대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Ashley Gearhardt) 교수는 "일부 초가공식품은 이미 선을 넘었다"며 "이들은 음식이라기보다 담배와 같은 방식으로 갈망, 빠른 섭취, 반복적 사용에 최적화됐다"고 전했다. © Getty Images

연구를 주도한 미시간대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Ashley Gearhardt) 교수는 "일부 초가공식품은 이미 선을 넘었다"며 "이들은 음식이라기보다 담배와 같은 방식으로 갈망, 빠른 섭취, 반복적 사용에 최적화됐다"고 전했다.

 

뇌의 보상 체계를 교란시킨다

초가공식품의 중독성은 이미 뇌 과학으로도 입증되었다. 2022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니코틴과 비슷한 수준으로 뇌의 선조체에서 도파민 분비를 150~200% 증가시킨다고 한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되고,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이유다. 기어하트 교수는 "환자들이 초가공식품을 묘사할 때 흡연자들이 담배를 말하는 것과 똑같은 표현을 쓴다"며 "'중독성 있다', '갈망이 생긴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녀의 임상 환자 대부분이 초가공식품 섭취를 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문제는, 어린이가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어린이들이다. 지난해 11월 란셋이 발표한 초가공식품 시리즈와 유니세프 2025년 아동 영양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청소년의 60%가 전날 최소 한 가지 초가공식품을 섭취했다고 응답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생후 6~23개월 영유아 중 절반 이상이 단 음료나 단 음식을 정기적으로 먹는다는 사실이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청소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50% 이상이 초가공식품에서 나온다. © Getty Images
고소득 국가에서는 청소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50% 이상이 초가공식품에서 나온다. © Getty Images

고소득 국가에서는 청소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50% 이상이 초가공식품에서 나온다. 미국의 경우 평균적인 사람의 일일 칼로리 중 절반 이상이, 영국에서는 청소년 칼로리 섭취의 3분의 2가 초가공식품이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동남아시아 지역 유아식 포장의 90% 가까이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기만적인 건강 문구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무설탕' 버블티가 실제로는 설탕이 적게 들어갔을 뿐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 추천 표시가 있어도 그 전문가가 회사 직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 빠르게 확산

초가공식품의 위협은 선진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케냐에 본부를 둔 NGO '암레프 헬스 아프리카'의 기틴지 기타히(Githinji Gitahi) 대표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공중보건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 20개국 중 13개국에서 생후 6~23개월 영유아의 절반 이상이 단 음료를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 Getty Images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 20개국 중 13개국에서 생후 6~23개월 영유아의 절반 이상이 단 음료를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 Getty Images

기타히 대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약한 정부 규제와 변화하는 소비 패턴이라는 수익성 높은 틈새를 찾았다"며 "이미 부담이 큰 의료 시스템에 예방 가능한 새로운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 20개국 중 13개국에서 생후 6~23개월 영유아의 절반 이상이 단 음료를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슬프게도 이에 관해서 지난 2025년이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었는데, 5~19세 연령대에서 비만 유병률(9.4%)이 처음으로 저체중 유병률(9.2%)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의 광범위한 보급, 저렴한 가격, 어린이를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이 한 세대 전체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뜻이다.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규제에 담배 통제 정책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명확한 경고 라벨 부착, 세금 인상, 학교와 병원 내 판매 제한, 19세 미만 모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면 금지, 소송을 통한 기업 책임 추궁 등이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공동 저자 켈리 브라운웰(Kelly Brownell) 교수는 "담배 규제에서 얻은 교훈, 즉 소송, 마케팅 제한, 구조적 개입이 초가공식품 피해를 줄이는 로드맵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담배와 달리 음식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대 식품 공급 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개인의 책임이 아닌 기업의 책임을 묻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담배를 중독성 있게 만들던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1980~90년대 담배 기업에서 나비스코, 크래프트 같은 식품 대기업으로 옮겨갔다"며 "그들은 음식을 중독성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지적했다.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는 의견도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이 비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쿼드램 연구소의 마틴 워런(Martin Warren) 최고과학책임자는 "초가공식품이 약리학적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있는지, 아니면 학습된 선호와 편의성을 주로 이용하는 것인지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런 박사는 화학적 중독과 행동적 습관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담배와의 비교가 지나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가공식품의 건강 위해성 자체에 대한 우려는 학계 전반에 걸쳐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이 심장병, 암, 대사질환, 당뇨병, 비만뿐 아니라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신경학적 질환과도 연관이 있으며 조기 사망을 예측하는 지표라고 한다. ©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이 심장병, 암, 대사질환, 당뇨병, 비만뿐 아니라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신경학적 질환과도 연관이 있으며 조기 사망을 예측하는 지표라고 한다. © Getty Images

최근 란셋 시리즈 논문에서는 초가공식품이 심장병, 암, 대사질환, 당뇨병, 비만뿐 아니라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신경학적 질환과도 연관이 있으며 조기 사망을 예측하는 지표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전 세계적으로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가운데, 초가공식품 규제는 21세기 가장 시급하지만 가장 소홀히 다뤄진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보다 빠른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슈일 수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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