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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2-20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미국 영양 지침 대전환 논란 의사들이 우려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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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먹으라고? 미국 영양 지침 대전환 논란

미국 정부가 국민 영양 지침을 전면 개편했다.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대폭 늘리고 곡물은 줄이는 내용이다. 이에 즉시 건강 전문가들과 환경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지침 개편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권고사항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영양 지침은 학교 급식부터 시작해서 군대 식단, 병원 환자식까지 모든 공공 영양 프로그램의 기준이 된다. 즉, 수천만 명의 식탁이 바뀐다는 의미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올해 1월 새 지침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백질 권장량의 대폭 증가다. 기존에는 체중 1킬로그램당 하루 0.8그램을 권장했다. 새 지침은 이를 1.2~1.6그램으로 올렸다. 독일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양의 거의 2배에 달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영양 지침을 피라미드 형태로 시각화해왔다. 아래쪽 넓은 부분에는 많이 먹어야 하는 음식을, 위쪽 좁은 부분에는 적게 먹어야 하는 음식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밥, 빵, 파스타 같은 곡물이 피라미드 맨 아래를 차지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스테이크, 닭고기, 치즈, 각종 유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문자 그대로 피라미드를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올해 1월 새 지침을 공개했다. ⓒ realgood.gov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올해 1월 새 지침을 공개했다. ⓒ realgood.gov

사실 미국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분명하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비만과 당뇨병 같은 질병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설탕, 탄산음료, 초가공 간편식품에 더 강한 제약을 두고, 미국인들이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단백질 필요량과 초가공식품의 해로움을 다룬 각종 논문들 등 수백 페이지 분량의 연구 자료도 제시했다. 물론 과일과 채소 섭취는 예전처럼 여전히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무엇을 추가했느냐다

물론 학교 급식 같은 공공 기관에서 초가공 제품의 비율이 공식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또한, 현재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최소한 더 악화되지는 않을 추천이다.  케네디 장관은 "단백질에 대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이번 변화를 "진짜 음식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이라고 포장하는 듯 보이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 감축이 그럴듯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 때문인데, 현실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산은 빠듯하고, 조리 인력은 부족하며, 식자재 공급망은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공공 기관이 새로운 요구사항을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냉동식품과 즉석조리 제품 없이 매일 수백, 수천 명분의 신선한 음식을 만든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설탕과 가공식품의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 Getty Images
사실, 설탕과 가공식품의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 Getty Images

또한, 표면적으로 보면 설탕과 가공식품을 줄이자는 방향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다른 부분이다. 무엇을 제거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새롭게 강조하고 추가했느냐가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바로 적색육, 버터, 전지방 치즈, 쇠기름 같은 식품들이 "진짜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대폭 격상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음식들은 오랫동안 의학계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해 온 것들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특히 대장암 같은 특정 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으며, 2형 당뇨병 같은 대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여있다. 장기적으로는 조기 사망 위험도 높인다.

 

심장 전문의들이 우려하는 이유

평소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온 WHO는 이번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독립적인 영양학자들과 각종 전문가 협회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화지방 섭취 증가, 식품 산업계의 로비 영향, 환경에 미칠 악영향 등을 두루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심장 전문의들은 새로운 지침이 포화지방과 소금 섭취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두 가지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심장 전문의들은 새로운 지침이 포화지방과 소금 섭취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 Getty Images
심장 전문의들은 새로운 지침이 포화지방과 소금 섭취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 Getty Images

더 아이러니한 점도 있다. 새 지침 자체에 논리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블링이 풍부한 스테이크 한 조각에 전지방 우유로 만든 유제품 몇 개만 섭취해도 미국 지침이 스스로 명시한 포화지방산 일일 권장량을 훌쩍 넘어버린다. 영양학 전문 단체들은 "단백질 공급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새 지침의 차트는 온통 고기투성이다"라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문

미국 국민들, 특히 학교 급식을 먹는 어린이들과 공공 기관에서 식사하는 취약 계층에게 이번 지침 변경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더 먹는 대신 치러야 할 건강상 대가가 무엇인지, 앞으로 몇 년 안에 그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독일영양학회는 이번 미국 지침 변경의 과학적 토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건 투명성 부족인데, 새 지침을 만든 미국 위원회가 작업 과정 대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점을 든다. 또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자문 절차는 대폭 축소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미국 지침 모델은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 Getty Images
새로운 미국 지침 모델은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 Getty Images

독일영양학회가 제시한 과학적 증거들을 보면 상황은 더 명확해진다. 여러 연구 결과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건, 기존 권장량인 체중 1킬로그램당 하루 0.8그램을 넘어서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해도 건강상 추가적인 이득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일영양학회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도 지적했다. 새로운 미국 지침 모델은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런 식단이 환경과 기후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천 중 하나인데, 육류 섭취를 대폭 늘리는 정책이 기후위기 시대에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독일영양학회의 새로운 미국 영양 지침으로 결국 누가 이득을 보는가에 대한 분석은 다소 너무 나간듯 보이지만, 최대 수혜자는 농업 로비 세력과 동물성 식품 생산업체들이라고 주장한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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