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 40% 예방 가능? WHO, 전 세계 암 위험 요인 지도 공개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1,870만 건의 암 중 710만 건, 약 38%가 예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알코올, 감염 등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인한 암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결과이다.
IARC의 암 감시 전문가 이사벨 수르자마타람 박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암 발생 전 예방이 가능한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동료 연구자인 앙드레 일바위 박사와 함께 185개국의 36종 암을 분석했으며, 연구 결과는 2월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710만 건의 암이 이른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과 직접 연결돼 있었다. 담배, 알코올, 각종 감염처럼 개인의 노력이나 공중보건 정책을 통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전체 암 발생의 37.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위험 요인에 관한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만, 대기오염, 환경 독소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암이 생기기 전에 미리 막는다는 개념이 현실이 되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특히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이 지역과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는 각국이 실효성 있는 암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30가지 위험 요인 추적
연구팀은 총 30가지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담배, 알코올, 대기오염, 석면 등 직업적 독소 노출은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었는데, 여기에 높은 체질량지수, 신체활동 부족, 무연 담배와 빈랑나무 열매 섭취, 특정 모유 수유 방식, 자외선 노출 등의 요인들도 포함되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감염성 요인이 분석 대상에 포함되었다. B형 간염바이러스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대표적인데, 이들 바이러스는 단순한 감염을 넘어 장기적으로 암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적 개입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백신이 있는데도 계속되는 비극
HPV로 인한 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서 예방 가능한 암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미 효과적인 HPV 백신이 개발돼 널리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일바위 박사는 독일 공영방송 DW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거부 현상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르자마타람 박사는 "호주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자궁경부암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5건 수준에 불과합니다"라고 밝히며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세계 다른 지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라틴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보면 여전히 HPV 관련 암, 특히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2년 한 해 동안 라틴아메리카에서만 자궁경부암이 6만 3,000건 이상 발생했고, 이 중 3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A.C. 카르마고 암센터의 암 역학 전문가 마리아 파울라 쿠라두 박사는 DW에 높은 사망률의 배경을 설명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다. 많은 여성들이 HPV 백신 접종이나 조기 검진 같은 기본적인 예방 서비스조차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백신 거부 현상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자궁경부암이 얼마나 공격적이고 치명적인 질병인지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더 복잡한 사회문화적 문제도 있다. 브라질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HPV 백신을 맞으면 성관계를 일찍 시작하도록 부추긴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관해서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브라질 일부 지역의 백신 접종률은 약 67% 수준이다. HPV 백신이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접종률은 80% 정도인데, 목표 달성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성과 여성, 암의 주요 원인이 다르다
감염성 요인을 분석 대상에 포함하면서 여성 암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동시에 남성과의 뚜렷한 차이도 확인되었는데, 여성의 경우 감염이 예방 가능한 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총 270만 건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반면 남성에게는 흡연 같은 행동적 요인이 압도적이었다. 무려 430만 건으로 45.4%에 달했다.
폐암 데이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양상이 드러난다. 폐암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과 함께 남녀 모두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이다. 남녀 모두 담배, 대기오염, 직업적 독소 노출이 비슷한 비율로 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실제 발생 건수를 보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남성 폐암 발생 건수는 132만 6,453건인 반면, 여성은 47만 7,869건에 그쳤다. 동일한 위험 요인에 노출되더라도 성별에 따라 암 발생 양상이 크게 다르다는 의미이다.
지역별·성별 맞춤형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국제암관측소는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2045년까지 전 세계 암 발생이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암 부담은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에 따르면, 많은 경우 각 지역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개입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는 예방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된 62.2%의 암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았다. 쿠라두 박사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노령화 과정에서 진단 기준이나 치료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위험 요인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 암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병원의 유방암 및 암 예방 전문가 쉬제트 들랄로주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암 예방 접근법을 수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연구"라고 밝히며 이번 연구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들랄로주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암이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동시에 "이런 거시적 요인들 못지않게 개인 차원의 행동 변화도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도 연구의 한계를 인정했다. 앞으로 암 예방 정책은 단순히 일률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각 국가와 지역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암 예방에 만능 해법은 없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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