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2-11

소도 침팬지 만큼은 도구를 쓸 줄 안다? 다목적 도구 사용의 의미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도구를 쓰는 소, 동물 인지능력의 새로운 지평

오스트리아 산악 마을의 한 유기농 목장. 스위스 갈색 소 베로니카가 빗자루를 들어 올려 등을 긁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빗자루를 뒤집어 부드러운 손잡이 쪽으로 배를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단순해 보이는 이 행동이 동물 인지능력 연구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약 1만 년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소에서 도구 사용이 문서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베로니카가 하나의 도구를 상황에 맞게 다르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목적 도구 사용 능력은 지금까지 침팬지에게서만 일관되게 보고되었다.

최근 학계에 보고된 해당 발견은 소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Antonio J Osuna Mascaró
최근 학계에 보고된 해당 발견은 소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Antonio J Osuna Mascaró

비엔나 수의과대학의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는 "우리는 소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물며 도구를 다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더욱 상상하지 못했다"고 전하는데, 이처럼 최근 학계에 보고된 해당 발견은 소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동물 행동학자들은 이제 가축의 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침팬지 수준의 도구 사용

베로니카는 수년간 막대기, 갈퀴, 빗자루를 사용해 몸을 긁는 기술을 완성해왔다. 그녀의 행동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아니다. 도구의 서로 다른 부분을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등이나 단단한 부위를 긁을 때는 빗자루의 뻣뻣한 솔 쪽을 사용한다. 반면 민감한 배에는 매끄러운 손잡이 쪽을 사용한다.

이러한 다목적 도구 사용은 동물 왕국에서 극히 드물다. 도구 사용 자체는 많은 종에서 발견되지만, 하나의 도구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능력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인지를 요구한다. 동물은 도구의 서로 다른 부분이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각 상황에서 어떤 부분이 더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침팬지는 인간을 제외하고 가장 다양한 도구 사용을 보여주는 종이다. 그들은 막대기로 개미와 흰개미를 채집하고, 돌로 견과류를 깬다. 일부 침팬지 개체군은 나뭇가지의 뾰족한 끝으로 나무 구멍 속 먹이를 찌르고, 같은 나뭇가지의 평평한 끝으로 흙을 판다. 이것이 바로 다목적 도구 사용이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는 베로니카의 행동이 침팬지와 비교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영장류가 아닌 종, 특히 가축에서 발견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이것은 침팬지에게서만 일관되게 보고되었다"고 강조한다.

 

"예상보다" 똑똑한 소

소는 오랫동안 단순한 가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의 인지 능력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소는 개별 인간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으며,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일부 연구는 소가 문제 해결 과제를 완수했을 때 흥분을 표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소가 본능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지향적 사고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4년 한 연구는 흥미로운 발견을 보고했다. 소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거울 뒤가 아닌 자신의 몸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의 자기 인식을 시사할 수 있다. 다른 연구들은 소가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소들은 특정 시간에 먹이가 제공된다는 것을 학습하고, 그 시간이 가까워지면 미리 먹이 장소로 이동한다.

베로니카의 도구 사용은 이러한 인지 능력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 Antonio J Osuna Mascaró
베로니카의 도구 사용은 이러한 인지 능력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 Antonio J Osuna Mascaró

베로니카의 도구 사용은 이러한 인지 능력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도구 사용이 동물 인지능력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도구 사용은 추상적 사고, 인과관계 이해, 계획 능력을 요구한다. 동물은 도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

 

환경이 만든 천재, 소

베로니카의 능력은 어떻게 발달했을까? 그녀가 사는 환경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유기농 농부 비트가르 비겔레가 소유한 이 목장은 베로니카에게 풍부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녀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다양한 물체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베로니카의 도구 사용이 환경적 요인과 개체적 특성의 조합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본다. 첫째, 그녀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물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막대기, 갈퀴, 빗자루가 그녀의 주변에 있었다. 둘째, 그녀는 이러한 물체들과 실험할 시간과 자유가 있었다. 공장식 축산 환경의 소들은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

동물 행동학자들은 "환경 풍부화"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복잡하고 자극적인 환경은 동물의 인지 능력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베로니카의 사례는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다른 소들도 적절한 환경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사한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동물 복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만약 소가 이러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에게 적절한 자극과 도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조로운 환경은 동물의 정신적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구 사용의 진화적 의미

도구 사용의 진화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매혹시켜온 주제다. 전통적으로 도구 사용은 영장류, 특히 유인원과 인간의 특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는 도구 사용이 동물 왕국에서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까마귀와 같은 일부 조류는 정교한 도구 사용을 보여준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나뭇가지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들고, 이를 사용해 나무 구멍 속 곤충을 꺼낸다. 문어는 야자열매 껍질을 집처럼 사용한다. 돌고래는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를 찾을 때 주둥이를 보호하기 위해 해면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형 초식동물에서 도구 사용이 관찰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부분적으로 그들의 신체 구조와 생태적 지위 때문일 수 있다. 소는 손이나 부리처럼 정밀한 조작이 가능한 신체 부위가 없다. 그들은 입과 혀로 물체를 조작해야 한다. 또한 초식동물로서 그들의 먹이는 일반적으로 도구 사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베로니카의 발견은 우리가 가축을 바라보는 방식에 도전을 가져다 주는 발견이다. ⓒ Antonio J Osuna Mascaró
베로니카의 발견은 우리가 가축을 바라보는 방식에 도전을 가져다 주는 발견이다. ⓒ Antonio J Osuna Mascaró

그렇다면 베로니카는 왜 도구 사용을 발달시켰을까? 연구자들은 이것이 몸을 긁고 싶다는 강한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소는 종종 몸을 긁기 위해 나무나 울타리 기둥에 몸을 문지른다. 베로니카는 이러한 기존 행동을 확장하여 손이 닿지 않는 부위를 긁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것은 도구 사용이 반드시 먹이 획득과 관련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안함과 위생을 추구하는 것도 도구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충분히 강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들

베로니카의 발견은 우리가 가축을 바라보는 방식에 도전을 가져다 주는 발견이다. 약 1만 년 전 인간은 야생 소의 조상인 오록스를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소는 인간 문명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들은 우유, 고기, 가죽을 제공하고, 농사일을 돕고, 교통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오랜 관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의 인지 능력에 대해 놀랍도록 무지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소를 단순히 자원으로 보는 관점 때문일 수 있다. 베로니카의 사례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동물들에 대해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비겔레 농부는 "자연을 보호하라, 그러면 당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연 다양성이 이 행성에서 생존하는 열쇠다"라고 설명하며, 베로니카의 예상치 못한 재능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베로니카의 발견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풍부하고 다양한 환경은 동물의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다. 반대로 단조롭고 제한적인 환경은 동물의 능력을 억제한다. 이것은 축산업뿐만 아니라 더 넓은 맥락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연구자들은 베로니카가 유일한 도구 사용 소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소들도 적절한 조건에서 유사한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들은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번 발견은 우리가 동물의 진정한 능력을 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물 인지능력 연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발견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종들이 놀라운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로니카의 이야기는 이러한 여정의 최신 장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또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베로니카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할 시작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2-11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