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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2-10

독재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동물 사회가 던지는 질문 독재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동물 사회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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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회가 던지는 질문

1950년대 영국 서퍽의 한 폐쇄된 폭격기 훈련장. 생태학자 피터 크로크로프트는 '빌'이라는 집쥐가 동료 쥐 '찰리'를 만나자마자 극심한 야만성으로 공격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냉전 시대 식량 비축지를 습격하는 쥐들의 행동을 연구하던 크로크로프트는 이후 수십 페이지에 걸쳐 빌의 전제적 지배를 기록했다. 그는 1966년 저서 '사방의 쥐들(Mice All Over)'에서 쥐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인간 행동의 요소들을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작성한 바 있다. 

전제주의는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다. © Getty Images
전제주의는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다. © Getty Images

이처럼, 전제주의는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다. 개코원숭이, 줄무늬몽구스, 벌거숭이두더지쥐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생태학자들이 '지배 위계'라고 부르는 엄격한 서열 구조 속에서 산다. 정점의 개체는 최고의 음식과 짝짓기 기회를 독점하며 집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한다. 그런데 모든 동물 사회가 이런 것은 아니다. 브라질의 북부무리키원숭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영장류'로 불린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인간은 동물 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전제주의의 다양한 얼굴

남부 아프리카의 차크마 개코원숭이사회는 전제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2008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행동생태학자 엘리즈 위샤르와 동료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집단의 먹이 찾기 결정은 일관되게 그 결정으로부터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개체, 즉 지배적 수컷에 의해 주도된다고 한다.

위샤르는 나미비아에서 수년간 개코원숭이를 관찰했는데, 전제적 수컷은 암컷을 나무 위로 쫓아가 가지 끝까지 몰아넣는다. 짝짓기를 강요하고 다른 수컷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극단적인 경우 비극으로 이어진다. 위샤르는 임신한 암컷이 이렇게 쫓기다 나무에서 떨어져 다음 날 유산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흥미롭게도 고위 암컷들 역시 하위 암컷들을 억압한다. © Getty Images
흥미롭게도 고위 암컷들 역시 하위 암컷들을 억압한다. © Getty Images

흥미롭게도 고위 암컷들 역시 하위 암컷들을 억압한다. 암컷 개코원숭이는 어미로부터 사회적 서열을 물려받는데, 흥미롭게도 위샤르는 한 고위 암컷이 예상보다 온화했던 경우를 회상하며,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그런 자제력을 가진 것이 특별했다고 전한다. 

일부 동물 사회에서는 암컷 전제자가 더욱 잔혹하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땅속 터널을 파며 덩이줄기를 찾아 먹고 사는데, 유일하게 번식하는 암컷인 여왕이 공격적인 밀기, 꼬리 잡아당기기, 밀어붙이기 행동으로 지배력을 행사한다. 독립 인류학자 로라 베치그에 따르면 집단을 떠나는 것은 위험하다. 다음 덩이줄기가 어디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끔찍한 전제자를 견디며 집단에 머문다는 것이다.

줄무늬몽구스의 경우는 더 극단적이다. 지배적 암컷이 짝짓기를 원하면 근처 경쟁 집단에 일종의 전쟁을 선포한다. 2020년 한 논문에 따르면, 선도적 암컷이 전쟁에서 이기고 성공적으로 짝짓기를 하면 더 유전적으로 다양하고 크며 생존 가능성이 높은 새끼를 얻는다. 하지만 많은 몽구스가 그 과정에서 죽는다.

영국 엑시터대학교의 킹슬리 헌트는 줄무늬몽구스를 연구하는데, 수컷들은 집단 간 갈등에서 자주 고통받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한다. 혼자 사는 몽구스의 삶은 매우 짧고 잔혹하기 때문에, 이것이 반란을 일으킬 능력을 제한한다는 것이 헌트의 설명이다.

크로크로프트의 빌부터 시작된 쥐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미국 케네소주립대학교의 생의학자 저스틴 바를릭은 자신의 연구 대부분이 그 책에 기반했다고 밝혔다. 2019년 바를릭과 동료들이 발표한 연구에서 실험실 환경에 갇힌 쥐들은 전제주의에 특히 취약했다. 연구팀은 쥐 3마리씩을 표준 실험 케이지에 넣고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개체의 서열은 함께 있는 동료에 따라 변했다. 바를릭에 따르면 케이지 안의 사회적 관계는 케이지마다 매우 다르다. 야생에서는 환경적 요인이 특정 집단에서 전제주의가 출현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전제주의는 왜 지속되는가

전제주의가 많은 개체에게 해가 되는데도 왜 사라지지 않을까? 핵심은 '이동성'이다. 베치그는 역사적 인간 사회를 연구하며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전제자에게 지배당했던 사회들은 대부분 도망가기 어려운 지리적 위치에 있었다. 산맥이나 사막, 바다로 둘러싸인 곳. 탈출구가 없으니, 전제자는 마음껏 사람들을 학대할 수 있었다. 베치그의 결론은 명확하다. "계속 움직여라, 벽을 세우지 말라, 탈출을 막지 말라."

자원의 분포도 중요하다. 뉴욕 올버니대학교의 생물인류학자 마시 에카나야케-웨버는 자원이 한곳에 몰려 있으면 소수가 독점하기 쉽고, 그 과정에서 전제자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일부 동물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더 전제적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위샤르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과 학습된 행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04년 발표된 올리브 개코원숭이 연구이다.

1980년대 중반, 한 올리브 개코원숭이 집단에서 결핵이 발생했다. 많은 수컷이 죽었는데, 흥미롭게도 대부분 공격적인 수컷들이었다. 평화로운 수컷들이 살아남았고, 이들은 전임자들과 달리 암컷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지배 위계가 이완되었다. 놀라운 점은 이 평화로운 사회가 여러 세대에 걸쳐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억압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 Getty Images
억압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 Getty Images

억압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개미 종 프로토마그나투스 아메리카누스는 경쟁 종(템노토락스 속)의 유충을 납치해 노예로 부린다. 하지만 노예가 된 개미들은 반란을 일으켜 포획자들을 죽이기도 한다.

 

평화로운 사회의 비밀

브라질 대서양림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는 원숭이가 있다. 나무에 사는 북부무리키원숭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의 영장류학자 카렌 스트라이어는 수십 년간 이들을 연구해왔다. 일부 사람들은 무리키를 '히피 원숭이'라고 부른다. 스트라이어는 해당 용어가 약간 선정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그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잘 표현한다고 말한다. 암컷은 연속해서 여러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데, 즉, '성적 독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키는 거의 싸우지 않으며 자원을 공평하게 나눈다. 두 마리가 동시에 음식이나 물을 발견하면, 먼저 도착한 쪽이 필요한 것을 취하는 동안 다른 쪽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스트라이어는 무리키의 패턴을 '인내와 관용'이라고 표현한다. 무리키는 공격적 행동보다 포옹을 더 자주 한다.

1980년대 개코원숭이를 연구한 후 무리키를 처음 본 스트라이어는 충격을 받았다. 밀접하게 관련된 영장류 종들 사이에서도 행동은 극명하게 다를 수 있다. 일부 마카크 종은 악명 높게 전제적인 반면 다른 종들은 평등적이다.

무리키는 왜 평화로울까? 스트라이어는 수컷과 암컷의 크기와 체형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수컷이 암컷들을 물리적으로 지배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전제주의가 무리키에게 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공격성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다. 어떤 행동을 사회와 환경이 보상하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간 사회에 주는 시사점

바를릭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다른 동물 사회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동물 사회 연구가 인간을 이해하는 거울이라고 표현한다. 

베치그는 로마를 비롯한 여러 역사 속 사회를 분석했는데,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도 남성 전제자가 부와 권력을 얻으면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는다는 명확한 형태로 좁혀졌다. 이는 전제적 수컷 개코원숭이와 매우 비슷한 패턴이다.

물론 인간과 동물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약 1만 년 전 농업을 시작하면서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일부 동물도 원시적 농업을 하지만 규모가 매우 다르다. 올버니대학교의 마시 에카나야케-웨버는 농업이 가부장제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평등했던 수렵채집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제적 동물들에게서 인간의 잔혹함이 그대로 보인다. © Getty Images
전제적 동물들에게서 인간의 잔혹함이 그대로 보인다. © Getty Images

그럼에도 공통점은 뚜렷하다. 전제적 동물들에게서 인간의 잔혹함이 그대로 보인다는 점이다. 공격성, 과대망상, 파괴성. 크로크로프트가 1950년대 초 빌의 독재를 기록할 때 느꼈을 감정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당시 세계 곳곳이 독재자들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인간은 협력할 때 가장 강하다는 점인데, 에카나야케-웨버는 협력이 우리의 본질적 강점이라고 표현한다. 협력할 때 우리는 초유기체가 되기 때문인데, 개미 한 마리는 약하지만 함께 모이면 거대한 물체도 옮긴다는 점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이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흥미롭게도 2022년 한 연구가 이를 증명한 바 있는데, 한 개미 종은 새 둥지를 고를 때 조건보다 연대를 택했다고 한다. 더 좋은 장소가 있어도 집단이 흩어지는 것보다 함께 있는 쪽을 선택한 것인데, 엄격한 계급사회인 개미 사회에서 연대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개미, 개코원숭이, 두더지쥐와 다르다. 수만 년 동안 우리만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스트라이어는 갈등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 애를 쓰며 무리키를 관찰하며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평화롭게 사는 다른 영장류를 보면 영감을 받는데, 우리도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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