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동안 당신의 미래 건강을 읽는 AI: SleepFM의 등장
하룻밤 수면만으로 향후 수십 년간의 건강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SleepFM은 이 질문에 놀라운 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해당 AI는 단 한 번의 수면실험실 검사 데이터만으로 파킨슨병, 치매, 심장병, 전립선암, 유방암을 포함한 약 130가지 질병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예측이 첫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2026년 1월 초 Nature Medicine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수면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장기 건강의 강력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탠퍼드 대학교 생물의학 데이터과학 교수이자 연구의 공동 선임저자인 제임스 조우(James Zou)는 "수면 데이터만으로 뇌졸중, 치매, 심부전, 전체 사망률 등 많은 질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설명한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 60만 시간의 수면에서 배운 AI
SleepFM의 핵심은 방대한 데이터 학습에 있다. 연구팀은 65,000명의 수면자로부터 수집한 거의 600,000시간의 수면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이 데이터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교 수면의학센터에서 수집되었으며, 일부 유럽 데이터도 포함되었다.
특히, 수면 데이터 수집에는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라는 정교한 측정 방법이 사용된다. 수면실험실에서 환자가 잠드는 동안 다양한 센서가 뇌파, 심장 활동, 호흡, 근육 긴장도, 눈과 다리의 움직임을 동시에 기록한다. 이는 수면의 질과 양을 측정하는 가장 포괄적인 방법이다.
SleepFM의 학습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AI는 정상 수면 중 뇌, 심장, 신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학습했다. 여기서 "정상"은 통계적으로 계산된 평균값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AI는 다양한 수면 단계와 수면 무호흡증(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고 시작하는 장애)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웠다.
핵심 단계는 그다음이었다. 연구팀은 수면 데이터를 과거 25년간의 전자건강기록과 연결하여, 수면다원검사 측정값이 이후의 건강 진단과 어떻게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AI는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 내의 패턴을 감지하고, 약 1,000개의 가능한 질병 중에서 중간에서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130개를 식별했다.
심장 신호와 뇌 신호가 말하는 미래
SleepFM의 분석 능력은 단순히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고급 알고리즘을 분석한다. 연구진은 특히, 수면 중 심장 신호는 심혈관 질환 예측에 유용하고, 뇌 신호는 미래의 신경학적 및 심리적 장애에 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점으로 가장 유익한 결과는 모든 신호의 조합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발견은 뇌와 심장 신호 사이의 불일치인데, 예를 들어, 뇌의 전기적 활동이 안정적인 수면 상태를 나타내지만, 심장은 실제로 더 "깨어 있는" 상태로 보일 때가 있다. 이러한 신호 간 불일치는 명백한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 초기 질병으로 인한 숨겨진 신체 스트레스를 가리킬 수 있다.
생물의학 데이터과학 박사과정 학생이자 논문의 공동 주저자인 라훌 타파(Rahul Thapa)는 "우리 결과는 뇌졸중, 치매, 심부전 및 전체 사망률을 포함한 많은 질환이 수면 데이터로부터 높은 예측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한다. 이는 수면이 장기 건강을 위한 강력한 바이오마커라는 주장에 한껏 힘을 실어준다.
또한, 수면 단계의 변화, 무호흡 빈도, 심박수 변동성, 뇌파 패턴 등 수많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건강 상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즉, 이는 마치 수면이 우리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하지만, AI의 한계도 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SleepFM의 인상적인 성과 및 결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한계가 존재한다. 독일 도르트문트 공과대학교의 기계학습 전문가 세바스티안 부슈예거(Sebastian Buschjäger)는 "원칙적으로 AI 모델은 기본 데이터가 있다면 매우 많은 수의 예측을 위해 훈련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SleepFM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독일에서 Sleepwalker라는 수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한계는 AI가 질병의 원인을 알려줄 수 없다는 점이다. SleepFM은 "상관관계"만 보여줄 뿐이다. 즉, 나중의 진단과 관련될 수 있는 패턴을 식별하지만, 왜 그런 관계가 존재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도르트문트 공과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Sleepwalker 프로젝트 연구원인 마티아스 야콥스(Matthias Jakobs)는 "대부분의 AI 방법은 인과관계를 학습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인공지능은 머신러닝을 사용한다. 이는 컴퓨터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래밍이다. 기계는 데이터의 패턴으로부터 "학습"한다. 그러나 컴퓨터가 통계적 상관관계만 찾는다 하더라도 진단과 의료 치료에는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고 야콥스는 강조한다.
또 다른 중요한 한계는 데이터의 대표성이다. SleepFM의 예측은 주로 수면실험실 데이터에 기반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수면 문제로 의사에게 의뢰된 사람들의 데이터이며, 이런 첨단 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 즉 더 부유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데이터일 가능성이 높다. 수면 문제가 없는 사람들과 세계의 덜 부유한 지역 사람들은 SleepFM의 모델링에서 제외되거나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과 전망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SleepFM과 같은 AI 모델은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해당 모델과 비슷한 모델들은 수면 단계나 수면 무호흡증을 더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어, 의사들이 환자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도와준다.
부슈예거는 이에 대해서 "수면의학 동료들이 연관성을 의심하면, 우리 AI 전문가들은 이를 예측 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다. 반대로 어디에 연관성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표시를 제공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며 학제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인공지능은 통계적 상관관계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와 인과 관계는 여전히 의학 분야의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해석해야 한다.
이는 AI는 치료 계획을 위해 훈련될 수 있지만, 결과를 해석하고 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 즉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AI가 의료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도구임이 분명해진다.
물론 현재의 상관관계를 넘어서는 잠재력도 존재한다. 특정 수면 신호가 특정 질병과 반복적으로 연관된다면, 신경계, 심혈관계 또는 면역계에서 어떤 과정이 조기에 방해받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는 많은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래에는 가정용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수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더 다양하고 대표적인 데이터세트를 구축하여 AI의 예측 능력을 향상시키고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조기 진단을 통해 예방적 개입이 가능해지면, 질병이 진행되기 전에 생활습관 변화나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SleepFM의 등장은 수면의학과 AI의 만남이 어떤 가능성을 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초기 사례일 뿐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매일 밤 경험하는 수면이 미래 건강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잠은 단순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몸이 건강 상태를 말없이 전달하는 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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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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