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정회빈 리포터
2026-01-13

면역을 스마트하게 다듬는 김치의 비밀 김치가 면역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으로 확인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 Getty Images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 Getty Images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패션 매거진 보그는 지난 2024년 김치를 요거트, 케피어, 콤부차에 이은 차세대 발효식품으로 소개하며 '슈퍼푸드'로 평가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버지니아 등 여러 주에서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할 정도로, 김치는 글로벌 식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관심은 김치가 단순한 반찬을 넘어 건강식으로도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유산균과 대사산물로 인해 항산화, 항비만 등 건강상의 이점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김치의 건강 증진 효과

최근 세계김치연구소 주도로 이루어진 12주간의 임상시험 결과는 김치의 건강 증진 효과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스마트하게 조절하기 때문임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김치는 단순한 면역 강화제가 아니라 필요할 때는 면역을 높여주고 과할 때는 억제하는, 정밀한 면역 조절자 역할을 하도록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바꿔준다. 연구진은 김치가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혈액 속에 있는 면역세포들에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ingle-cell RNA sequencing, scRNA-seq)을 진행하였다. 이 기술은 수많은 세포들을 한 덩어리로 분석하는 대신 세포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기술이다. 수천 명이 모인 합창단에서 각 단원들의 목소리를 알고 싶으면 각각에게 마이크를 주어야 하듯, 혈액 속 면역세포 각각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개별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일일이 측정해야, 기존 검사로는 알기 어려웠던 미세한 면역 반응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김치 분말을 섭취한 참가자들의 혈액 내 면역세포에 대하여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진행하였다. Ⓒ NPJ Sci Food
김치 분말을 섭취한 참가자들의 혈액 내 면역세포에 대하여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진행하였다. Ⓒ NPJ Sci Food

연구진은 과체중 성인들을 대상으로 김치 섭취가 면역세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조사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대조군, 자연 발효 김치, 종균 발효 김치에 대한 분말을 12주간 섭취하도록 하였다. 김치를 발효시키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재료에 원래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작용하여 발효를 일으키는 자연 발효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목적에 맞는 유익균을 인위적으로 접종하여 발효시키는 종균 발효 방식이다. 이번 연구의 종균 발효에 사용된 균주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인데, 이 균주는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사전 연구를 통해 김치의 항비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한 유산균이다.

 

12주간 김치 분말을 섭취하며 혈중 면역세포의 변화 관찰

실험 결과, 김치 분말을 섭취한 사람들에게서는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 APC)의 기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원제시세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를 발견하면 그것을 잘게 분해한 뒤 한 조각을 세포 표면에 전시함으로써, 적의 정보를 주변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즉, 김치를 먹은 사람들의 몸속에는 면역체계에 지시를 내리는 지휘관 역할 세포의 능력이 강화된 것이다.

김치 분말을 섭취한 사람들(S-K, LMS-K)에게서는 항원제시세포의 기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NPJ Sci Food
김치 분말을 섭취한 사람들(S-K, LMS-K)에게서는 항원제시세포의 기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NPJ Sci Food

항원제시세포가 제시한 적의 정보는 면역세포의 한 종류인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그중 CD4 T세포는 적을 공격함과 동시에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양쪽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CD4 T세포의 반응이 어느 방향으로 치우치느냐에 따라 몸의 면역 반응 세기가 결정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김치 섭취군의 CD4 T세포들이 공격세포로도 분화하면서 동시에 억제세포로도 일부 분화하는, 균형 잡힌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는 김치가 면역 반응을 무작정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면역체계가 필요할 때는 공격 모드로 전환되면서도 일정 수준의 억제 능력은 유지하는 이상적인 상태로 유도되었음을 의미한다.

김치 섭취군(S-K, LMS-K)의 CD4 T세포는 공격세포와 억제세포로 동시에 분화하는 균형 잡힌 변화가 관찰되었다. Ⓒ NPJ Sci Food
김치 섭취군(S-K, LMS-K)의 CD4 T세포는 공격세포와 억제세포로 동시에 분화하는 균형 잡힌 변화가 관찰되었다. Ⓒ NPJ Sci Food

김치의 발효 방식에 따라 면역세포의 변화에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자연 발효 김치와 종균 발효 김치 모두 위에서 언급한 항원제시세포 강화 및 CD4 T세포 균형 효과가 나타났지만, 자연 발효 김치 섭취군에서는 항원제시세포의 항원제시 능력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자연 발효 김치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 덕분에 면역 관련 유전자가 폭넓게 자극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종균 발효 김치는 특정 균주의 작용이 두드러지다 보니 표적 중심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험으로 입증한 김치의 면역 건강 잠재력

다만 이번 임상시험은 참여자 수가 총 13명이라는 제한된 표본에서 진행되었어서, 실험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더라도 보다 확실한 검증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또한 김치 섭취로 인한 면역세포의 변화가 김치 속 어떤 성분 때문인지, 혹은 어떤 신호전달 경로를 통하여 면역세포를 조절하였는지와 같은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연구는 단일세포 수준에서 김치의 면역 조절 효과를 규명한 사례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 Getty Images
이번 연구는 단일세포 수준에서 김치의 면역 조절 효과를 규명한 사례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 Getty Images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단일세포 수준에서 김치의 면역 조절 효과를 규명한 사례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김치가 우리 몸에 이롭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면역세포에 직접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정밀하게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우재 박사는 “김치가 면역세포 활성화와 과도한 면역 반응 억제라는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동시에 발휘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앞으로 면역 및 대사 건강과 관련된 김치와 유산균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Single-cell RNA sequencing reveals that kimchi dietary intervention modulates humanantigen-presenting and CD4⁺ Tcells, Lee et al., 2025, NPJ Sci Food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6-01-13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