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위협: 내분비 교란물질

크리스마스 시즌, 화려한 포장지 속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꿈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독일 내분비학회는 많은 어린이 장난감에 내분비 교란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대사, 성장, 뇌 발달, 생식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유럽연합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값싼 장난감들이 시장에 범람하고 있는데, 이에 유럽연합은 2025년 새 장난감 안전 규정을 채택했지만, 완전 시행까지는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내분비 교란물질(EDCs)은 소량이라도 호르몬 기능을 방해하고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같은 가소제, 브롬화 난연제, 영구화학물질 PFAS, 카드뮴과 브롬 같은 중금속이 포함된다.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 실험 내분비학 연구소의 요제프 쾰레 박사는 "이런 물질들은 화장품, 플라스틱, 페인트, 섬유, 그리고 값싼 어린이 장난감 같은 일상 가정용품에서 발견된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물질들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어린이의 피부와 점막이 유해 물질에 대한 장벽으로서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은 입으로 세상을 탐색한다. 이런 행동이 EDC 노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어린이가 특히 취약한 이유

앞선 설명처럼 어린이는 여러 이유로 내분비 교란물질에 특히 취약하다. 또한, 임신 중, 출생 직후, 사춘기 역시 이러한 노출에 매우 민감한 시기다.

특히, 비스페놀 A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며 낮은 용량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프탈레이트는 남성 발달에 중요한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방해한다. 한편,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지원 연구는 특정 프탈레이트 노출이 ADHD 관련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PFAS 노출 어린이는 백신 면역 반응이 감소했는데, 라벤더 오일과 티트리 오일 화학물질 역시 여아의 조기 유방 발달, 남아의 비정상 유방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EU, 값싼 제품의 범람에 대응 -  2025년 새 규정: 디지털 여권 의무화

내분비 교란물질은 EU에서 석면만큼이나 위험한 "매우 우려되는 물질"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EDC는 여전히 어린이 장난감에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이다. 쾰레는 EU 기준을 따르지 않은 "값싼 제품"의 과잉 공급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이런 상품의 광범위한 유통에 기여한다. 2019년 EU 제품 안전 경보 559건 중 296건이 육아 용품, 어린이 장비, 장난감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2025년 11월 25일, 유럽의회는 새로운 장난감 안전 규정을 승인했다. 규정(EU) 2025/2509는 12월 12일 채택되었으며, 2030년 8월 1일부터 완전히 적용된다. 새 규정은 금지 물질 목록을 확대했는데, 구체적으로 내분비 교란물질, 피부 민감성 유발 물질, PFAS, 비스페놀을 금지한다. 36개월 미만 어린이용 장난감과 입에 넣는 장난감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향료도 금지된다.

모든 장난감은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가져야 한다. DPP는 QR 코드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전 정보를 제공한다. 수입업자는 EU 국경에서 디지털 제품 여권을 제출해야 하며, 새로운 IT 시스템이 검사가 필요한 화물을 식별한다.

그 전까지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값싸고 잠재적으로 유해한 장난감은 유럽에서 당분간 여전히 판매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낙관적인 추정을 따르더라도, 이 결정이 시행되기까지 최소 4.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와 같은 특정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포함된 장난감의 사용을 규제하며, 특히 어린이용 완구에서는 PVC 재질에 사용되는 이 물질들이 생식 기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한국소비자원 등은 규제 품목에 해당되는 제품은 시중 유통을 금지시키거나 안전 기준치 이하로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최근 해외 직구 장난감에서 기준치 초과 프탈레이트가 검출되는 사례가 있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즉, 이러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이며,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으로 남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부모는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노출을 제한하기 위한 몇가지 팁이 있다. 먼저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장난감에서 강한 화학 냄새가 나면 버리는 것을 고려하라고 경고한다. 섬유는 어린이에게 선물하기 전에 반드시 세탁해야 한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만,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이다. 유럽 등과 같은 다른 나라의 리콜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위험한 제품을 애초에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물을 주는 사람들 역시 오래되고 중고 플라스틱 장난감을 피해야 한다. 마모되거나 손상된 표면에서 EDC가 침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플라스틱 장난감에는 현재 금지된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많은 EDC는 매우 지속적이며 '지속성 유기 오염물질'로 알려져 있다고 경고한다. 관리 당국이 행동하고 더 강력한 검사와 금지를 시행할 수도 있다. 또한, 이 문제는 산업계와 온라인 플랫폼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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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an Parliament (2025). "Toy safety: Parliament adopts new rules to enhance child health protection (장난감 안전: 의회가 어린이 건강 보호를 강화하는 새 규칙 채택)", Press Release, November 25,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