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등으로 치명적인 병에 걸린 개미 유충이 죽음이 임박하면 자신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는 조기 경보 신호를 보내 병원체가 집단에 퍼지는 것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ISTA) 실비아 크레머 박사팀은 3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개미 유충을 곰팡이 병원체에 감염시킨 주변 일개미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병든 번데기가 화학 신호가 방출해 자신을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크레머 박사는 "이는 자기희생처럼 보이지만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 동료를 보호하기 때문에 병든 개체에도 이득이 있다"며 "병든 개체는 치명적 감염을 경고해 둥지의 건강을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자기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간접적으로 전달되게 한다"고 말했다.
사회성 곤충인 개미 집단은 개체가 마치 몸을 이루는 세포처럼 협력해 집단의 건강을 유지하는 초유기체(superorganisms)처럼 작동한다.
성체 개미는 병에 걸리면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충에서 성충으로 넘어가는 전이 단계인 번데기 시기에는 고치에 싸여 있어 그렇게 할 수 없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일개미가 병든 번데기를 감지해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것이 단순히 수동적 신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감염된 번데기의 능동적 신호 방출에 의한 것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일개미 번데기를 치명적인 곰팡이 병원체에 감염시키고, 감염된 번데기가 내는 화학신호가 감염의 부산물인지, 아니면 번데기가 스스로 일개미에게 보내는 신호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을 했다.
실험은 감염 자체가 신호를 만드는지, 아니면 일개미가 주변에 있을 때만 신호가 생기는지 구분하기 위해 감염된 번데기 옆에 일개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감염 안 된 번데기 옆에 일개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등 네 가지 조건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감염된 번데기가 방출하는 탄화수소(CHC)는 주변에 있는 일개미에게 병든 번데기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화학 신호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화학 신호는 병든 번데기 주변에 성체 일개미가 있을 때만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출된 탄화수소가 단순한 감염 부산물이나 면역 반응에 의해 생성된 게 아님을 시사한다.
또 병든 번데기가 방출한 화학신호 물질을 건강한 번데기에 적용한 결과 일개미가 그 번데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 화학 성분이 병든 개체를 제거하라는 신호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든 번데기가 방출한 화학 신호를 감지한 일개미는 즉시 고치 속 병든 유충을 꺼내고 자기 몸에서 분비되는 개미산(formic acid)을 바르며, 개미산은 소독제 역할을 해 병원체를 즉각 죽이고 번데기도 결국 죽게 된다.
연구팀은 이런 신호 전달 체계는 병든 번데기가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일종의 이타주의 형태를 나타낸다며 이런 행동은 개별 동물 몸속에서 면역체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크레머 박사는 "개체가 스스로 감염이나 질병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질병 신호를 보내면 집단은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이처럼 이타적 질병 신호는 개체와 집단 수준에서 정밀하게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Sylvia Cremer et al., 'Altruistic disease signalling in ant colonie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6175-z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1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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