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기온이 50℃를 넘나들어 생명체 생존이 거의 불가능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Death Valley)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 극한의 더위를 견디며 번성할 수 있는 유전적·분자적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이승연 교수팀은 7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데스밸리에 사하는 식물 타이드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아(T. oblongifolia)가 극한 고온에서 빠르게 광합성 체계를 조정, 더 잘 성장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T.오블롱기폴리아는 지금까지 기록된 식물 중 가장 열에 강한 식물"이라며 "이 식물이 열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지구 온난화 속에서 작물이 적응하도록 돕는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모델들은 2100년까지 지구 표면 온도가 1.5~5℃ 상승하고 극한 기상 현상이 증가하며, 식생 분포가 변화하고 작물 생산성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주요 농작물은 35℃ 이상에서 견디지 못해 농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여름이면 기온이 49℃를 훌쩍 넘는 데스밸리는 지구상에서 공식적으로 최고 기온이 기록된 지역으로 생명체가 살아남기 거의 불가능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T.오블롱기폴리아는 이런 데스밸리에서 단지 생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번성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퀴노아, 시금치, 사탕무 등과 함께 비름과(Amaranthaceae)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식물이 극한의 고온 환경에서 번성할 수 있는 분자적, 세포적, 유전적 메커니즘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전체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카린 프라도 박사는 "처음 T.오블롱기폴리아의 씨앗을 실험실로 가져왔을 때는 싹을 틔우는 것도 어려웠지만, 데스밸리의 고온과 강한 햇빛을 재현한 식물 생육실에 넣은 후 폭발적으로 자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T.오블롱기폴리아는 생육실 내에서 급격히 성장해 10일 만에 생체량이 3배로 증가한 반면에 고온 내성으로 잘 알려진 근연식물 종들은 성장이 완전히 멈췄다.
연구팀은 T.오블롱기폴리아는 극한의 열에 노출된 지 이틀 만에 광합성 온도 범위가 상승하기 시작해 2주 안에 최적 광합성 온도가 45℃에 도달했다며 이는 알려진 작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T.오블롱기폴리아에 대한 생리학적 측정과 실시간 영상, 유전체 정보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이 식물의 놀라운 내열성은 여러 단계의 정교한 생물학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데스밸리와 유사한 고온에 노출되자 세포의 에너지 생산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광합성이 이뤄지는 엽록체 옆으로 재배치됐고 엽록체 형태도 컵 모양으로 변했다.
연구팀은 이는 이산화탄소를 더 효율적으로 포획하고 재활용해 고온 스트레스 속에서 에너지 생산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24시간 안에 유전자 수천 개가 활성화됐는데, 그중 다수는 단백질, 세포막, 광합성 기구를 열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T.오블롱기폴리아에서는 고온 노출 후 루비스코 활성효소(Rubisco activase) 생성이 증가하는데, 이는 높은 온도에서 광합성이 원활하게 지속되도록 돕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T.오블롱기폴리아는 식물이 극한의 온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적응 메커니즘을 작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 더 뜨거워진 지구에서 농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Karine Prado et al., 'Photosynthetic acclimation is a key contributor to exponential growth of a desert plant in Death Valley summer',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5)01312-0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1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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