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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11-06

탈크 속 석면, 발암 위험의 핵심 고리로 밝혀지나 석면은 왜 탈크에서 제거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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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크 속 석면, 발암 위험의 핵심 고리?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24년 탈크를 인간에게 "아마도 발암성이 있는(probably carcinogenic)" 물질로 분류했다. 이처럼 1890년대부터 베이비파우더로 친숙했던 탈크가 이제는 건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때 많은 피부과 의사들이 권장하던 제품이 왜 법정 공방의 대상이 되었을까?

석면은 WHO가 명확히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규정한 물질이다. © Getty Images
석면은 WHO가 명확히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규정한 물질이다. © Getty Images

사실 이 표현 속에는 중요한 과학적 뉘앙스가 숨어 있다. 바로 탈크 자체보다는 탈크에 오염된 석면이 암 발생에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인데, 석면은 WHO가 명확히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다"라고 규정한 물질이다. 문제는 탈크와 석면이 자연계에서 같은 암석층에 존재하며, 채굴 과정에서 분리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1970년대부터 축적된 과학적 증거와 법적 책임이 맞물린 결과, 미국 제약 대기업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2020년대 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 끝에  탈크 기반 베이비파우더 생산을 중단하고 옥수수 전분으로 대체한 바 있다. 

 

탈크의 발암성, '아마도'라는 표현의 의미

IARC는 논문에서 "탈크의 인과적 역할은 완전히 확립될 수 없었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IARC가 탈크를 "probably carcinogenic"으로 분류한 것은 과학적으로 신중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실 세 가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는데, 첫째, 인간에서의 암 발생 증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주로 난소암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었으나, 직접적 인과관계가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둘째, 실험동물에서'는' 이미 암 발생 증거가 충분하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탈크가 인간 세포와 실험 시스템에서 발암물질의 핵심 특성을 나타낸다는 강력한 메커니즘적 증거는 밝혀진 상황이다. 

하지만 석면의 경우는 다르다. 1970년대부터 난소 종양 조직에서 탈크와 함께 석면이 발견되었다. 존슨앤존슨이 1970년대 고용한 자체 연구자도 난소암 조직에서 탈크와 석면의 존재를 확인했다. 앞선 설명처럼 WHO는 석면의 모든 형태가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것은 석면에 관한 발암성 연구는 탈크보다 훨씬 더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석면은 왜 탈크에서 제거되지 못하는가

탈크에서 석면을 제거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물질의 지질학적, 화학적 특성에 있다. 탈크와 석면은 모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광물이며, 암석 내에서 서로 가까이 존재한다. 두 물질 모두 규소, 마그네슘, 철, 산소, 수소로 구성되어 있어 화학적 유사성이 높다. 석면은 탈크 내부에 미세한 침전물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탈크 내 석면 오염을 정확히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 Getty Images
가장 큰 문제는 탈크 내 석면 오염을 정확히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 Getty Images

가장 큰 문제는 탈크 내 석면 오염을 정확히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IARC는 탈크에서 석면 오염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석면 섬유와 탈크 섬유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채굴 업계는 오랫동안 탈크 제품에서 석면을 제거하려 노력했지만,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24년 12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화장품 내 탈크의 석면 오염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표준화된 검사 방법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기술적 난관을 반영한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 한정된 것이며, 작성 시점에도 여전히 검토 중이었다는 약점이 있다. 즉,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검사 기준이 없다는 것은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공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석면 오염 탈크가 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석면이 체내에 들어가 암을 일으키는 과정은 비교적 명확히 밝혀져 있다. 흡입의 경우, 석면 섬유가 폐에 들어가 수년간 그곳에 머물 수 있다. 이 섬유들이 염증과 섬유증(fibrosis)이라 불리는 흉터 조직을 유발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흉터 조직은 정상적으로 확장되거나 수축되지 않기 때문에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주요 증상 중 하나다.

탈크 채굴 종사자들은 탈크와 석면 섬유 흡입을 통해 위험에 노출된다. 건설업이나 플라스틱 산업 종사자들도 위험군이다. 탈크는 보강 충전재로 사용되며 내열성이 있고 재료 수축을 줄이는 특성 때문에 산업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개인 사용의 경우, 회음부에 탈크 파우더를 사용하면 입자가 질을 통과해 자궁과 나팔관을 거쳐 난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암 발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파우더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해석된다. © Getty Images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파우더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해석된다. © Getty Images

반면 '석면 오염 탈크'가 유발할 수 있는 암은 세 가지 유형으로 예측된다. 중피종(mesothelioma)은 폐, 심장, 고환 등 여러 장기를 덮는 얇은 보호 조직층인 중피에 발생하는 암이다. 폐암은 탈크-석면 섬유가 폐에 들어가 세포의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켜 종양이 성장하는 증상이며, 난소암은 석면-탈크로 인한 암 중 가장 많이 보고된 암이다. 2018년 존슨앤존슨은 회사의 베이비파우더가 난소암을 유발했다고 주장한 22명의 여성에게 거의 50억 달러를 지불했다. 2025년 10월에는 영국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제기되었다.

 

안전한 대안과 현실적 선택은?

가장 큰 문제는 탈크 파우더를 여전히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상업용 탈크는 여전히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피부에 건조한 느낌을 주거나 발진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구입한다. 하지만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파우더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해석된다. 2000년에 발표된 과학 연구 리뷰는 "옥수수 전분만을 함유한 회음부 파우더는 난소암의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되지 않는다"라고 결론지은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연구 결과는 생식기와 항문 사이의 민감한 피부 부위인 회음부에만 특정적으로 관련된 것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회음부에 탈크 기반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는 것이 일부 여성의 난소암 발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주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탈크와 난소암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여전히 논쟁 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존슨앤존슨은 자사의 탈크 제품에 "석면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법정 공방과 소송 후 회사는 2020년대 초 탈크가 아닌 옥수수 전분으로 베이비파우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의 신호를 명확히 보여주는 상황으로 해석되는데, 기업도, 소비자도, 규제 당국도 탈크의 잠재적 위험성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은 절대적 확실성보다는 증거의 무게로 말한다. 탈크 자체의 발암성은 "아마도"의 영역에 있지만, '석면 오염 탈크'의 위험성은 훨씬 더 명확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탈크에서 석면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분명해진다.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안전한 대안을 택할 것인가. 1970년대부터 축적된 과학적 증거는 후자를 가리키고 있는 듯 보인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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