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파킨슨 병의 진단 한계와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파킨슨병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매년 무려 9만 명이 새로이 파킨슨 병을 진단받는데, 이는 1980년대 중반보다 50% 증가한 수치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유사하다. 2050년까지 2,500만 명이 진단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이러한 증가세는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두려운 점은 우리가 이 다가오는 파도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사실 치료법도 없고, 치료 방법도 제한적이며, 진단 도구도 빈약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파킨슨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의사는 환자가 떨림, 느린 움직임, 근육 경직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때, 환자의 글쓰기나 말하기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차세대 진단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 헤르모나 소레크(Hermona Soreq) 교수는 "오늘날의 신경퇴행성 질환은 50년 전의 암과 같은 위치에 있다. 즉, 치료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에, 손상된 신경세포가 모두 이미 죽어버린 후에야 진단을 내린다. 그러면 그것들을 되돌릴 수 없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하지만 절망에 앞서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파킨슨병의 이야기를 바꾸기 위해 분주히 연구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특히 첨단 기기, AI, 그리고 질병이 신체 전반에 걸쳐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현재까지의 이해를 바탕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에 파킨슨병을 감지할 수 있는 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뇌세포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기 전에 질병을 발견하고, 아마도 멈출 수 있다면? 이것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사실,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증상이 나타난 후 대응하는 사후 대처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하고 개입하는 사전 예방으로의 전환을 암시하며 이는 파킨슨병 연구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즉, 단순히 진단 시기를 앞당기는 것만이 아닌, 뇌세포가 대량으로 손실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이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가진 제한적인 치료법들도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게 된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파킨슨병: AI 펜과 키보드
모든 병의 진단이 혈액 샘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진단 도구는 이미 당신의 사무실에 조용히 놓여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준 첸(Jun Chen) 교수 연구팀은 글쓰기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파킨슨병을 감지할 수 있는 진단 펜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펜의 부드러운 팁은 압력이나 굽힘에 반응하여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독특한 자기탄성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 효과는 경질 금속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첸의 연구팀이 최근 부드러운 폴리머에서 이를 발견하면서 신체 친화적이고 고도로 민감한 새로운 종류의 센서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부드러운 소재에서 자기탄성 효과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작동 메커니즘이며 이는 동맥 진동과 같은 작은 생체역학적 압력을 꽤 민감하게 전기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다.
 
실제로 자화된 잉크를 사용하는 이 펜은 종이 위와 공중에서의 손 움직임을 모두 포착한다. 이후 이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하고, AI 모델이 파킨슨병 운동 증상과 관련된 패턴을 분석한다. 파일럿 연구에서 이 시스템은 96% 이상의 정확도로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을 구별했다. 더 놀라운 점은 첸 교수팀이 이를 대량 생산 시 단돈 5달러에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첸 교수팀은 해당 특허를 이미 출원했고, 해당 펜을 통한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최적화가 끝난 후 이 펜을 상용화하고자 한다.
첸 교수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스마트 키보드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타이핑할 때, 키보드는 종종 알아차리기 힘든 미묘한 키 압력과 리듬의 변화를 포착하고, 그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입력한다. 이에 대한 초기 테스트는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운동 이상을 식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연구팀은 이를 모바일 앱과 연결하여 지속적이고 원격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눈과 목소리가 전하는 조기 경고 신호
캐나다 라발 대학교(Laval University)의 빅토리아 소토 리난(Victoria Soto Linan)과 동료들이 망막전위도(ERG)라는 잘 확립된 안과 검사를 사용하여 개발한 새로운 비침습적 진단 기술에 따르면, 일상적인 안과 검진 중에 파킨슨병 위험을 무려 수십 년 앞서서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소토 리난과 동료들은 최근 연구에서 눈이 "뇌로 가는 창"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눈은 중추신경계의 일부이며, 흐릿한 시야나 감소된 대비 감도와 같은 시각 문제들이 떨림이나 경직보다 훨씬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소토 리난의 팀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발달시키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생쥐와 새로 진단받은 인간 환자 모두에서 망막(눈 뒤쪽의 빛에 민감한 층)이 빛의 섬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했다. 그들은 망막 신호에서, 특히 여성에게서 독특한 '질병 신호'를 발견했다. 결정적으로, 이 약화된 신호는 생쥐가 질병의 행동 징후를 보이기 훨씬 전에 나타났다. 이는 인간에게도 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이게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면, 소토 리난은 이 안과 검사가 결국 증상이 나타나기 최대 20년 전에 파킨슨병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초기 진단 도구들과 달리, ERG는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과 질환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며 해당 방법은 비침습적이라는 큰 장점도 있다. 환자들은 빛을 깜박이는 돔 앞에 앉고, 작은 센서가 망막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언젠가는 연례 시력 검사에 해당 검사 몇 분을 추가하는 것만큼 간단할 수 있는 과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검사를 더 빠르고 심지어 휴대 가능하게 개선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즉각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연결하기를 희망한다.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그 의미는 정말 엄청나다. 해당 도구는 최대 20년 전에 누군가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치료법이 없더라도, 우리가 가진 현재 치료법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공개된 한 논문에서는 AI가 단순히 누군가가 말하는 방식을 듣는 것만으로 파킨슨병을 감지할 수 있는지 탐구했는데, 파킨슨병을 가진 사람들의 약 90%가 쉰 목소리, 숨소리, 불규칙한 음조를 유발할 수 있는 구음장애(dysarthria)라는 운동 언어 장애가 발달한다고 한다. 팀은 파킨슨병 환자 23명을 포함한 31명으로부터 195개의 짧은 음성 녹음을 수집했다. 이 중 일부를 사용하여 네 가지 다른 AI 모델을 훈련시켜 질병과 관련된 음성 패턴을 인식하도록 했다. 같은 참가자들의 새로운 녹음으로 테스트했을 때, 모델들은 90% 이상의 정확도로 파킨슨병을 식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몸보다 먼저 파킨슨병을 드러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음성 변화는 눈에 쉽게 띄는 운동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유망한 조기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매우 미묘하고 조기에 발달하기 때문에, 해당 음성 기반 선별은 저비용의 비침습적 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제공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혈액 검사의 혁명과 희망찬 미래
2025년 4월, 소레크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또다시 획기적인 새 연구를 발표했는데, 해당 연구에서는 COVID-19에 자주 이용되었던 PCR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간단하고 저렴한 혈액 검사를 공개했다. 그리고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파킨슨병을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인간 혈액에서 발견한 두 가지 질병 표지자 사이의 비율을 측정했다. 첫째, 파킨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연구자들은 전달 RNA(tRNA) 조각이라고 불리는 특정 작은 분자들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발견했다. 이 분자들은 특정한 반복 패턴(보존된 서열 모티프)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며, 이러한 특이점은 파킨슨 병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준다. 동시에, 연구팀은 파킨슨병을 가진 사람들의 혈액에 미토콘드리아(세포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성하기 때문에 종종 '발전소'라고 불리는 세포의 일부)로부터의 tRNA 수준이 감소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소레크 교수에 따르면, 두 표지자의 비율이 특정 임계값을 넘으면, 파킨슨 병의 진단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이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 PCR 검사는 단돈 80달러 (11만 원) 정도라는 점이다. 오늘날 전형적인 파킨슨병 진단은 최대 6,000달러(약 850만 원)정도 들 수 있음을 생각하면 이는 실로 엄청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10년 내에 널리 이용 가능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법들이 모두 실용화된다면, 파킨슨병 진단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들은 환자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의 질, 더 효과적인 치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난치병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 줄 수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10-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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