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11-14

작게 만들고 분홍색으로 칠한다고 여성용 운동화가 아니다 여성 러닝화의 치명적 설계 결함에 대해서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여성들의 각성

최근 몇 년간 여성 스포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러닝화는 여전히 남성의 발 몰드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여성의 신발은 설계된 신발의 크기를 줄이고 색상을 더 "여성스럽게" 만든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 연구팀이 BMJ Open Sport & Exercise Medicine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축소하고 분홍색으로 칠하기(shrink it and pink it)" 접근법에 대해서 비판하며, 만약 여성 러닝화가 실제로 여성 발 해부학을 기반으로 설계된다면 편안함을 높이고, 부상 예방을 강화하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해당 연구는 여성 러너들이 수십 년간 경험해온 좌절감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산업 전체의 변화를 촉구하는 경종이 되고 있다.

연구의 제1저자이자 SFU Run Lab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네이피어(Christopher Napier) 조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연구에 참여한 많은 여성이 자신의 요구를 충족하는 러닝화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자신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회상하며 그들은 자신의 발이나 개인적 선호가 문제라고 여겼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성 러너들은 다양한 임시방편을 개발했는데, 보통 더 넓은 발가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끈 묶기 기법을 사용하거나, 사이즈를 키워 신었다. © Getty Images
여성 러너들은 다양한 임시방편을 개발했는데, 보통 더 넓은 발가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끈 묶기 기법을 사용하거나, 사이즈를 키워 신었다. © Getty Images

사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여성 러너들은 다양한 임시방편을 개발했는데, 보통 더 넓은 발가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끈 묶기 기법을 사용하거나, 사이즈를 키워 신었다. 하지만 사이즈를 키우면 뒤꿈치가 헛도는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여성들이 이런 방식으로 "적당히 맞는" 신발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네이피어 박사는 "참가자들이 서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얼마나 흔한지, 그리고 자신에게 제대로 맞는 러닝화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집단적 각성은 해당 연구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수십 년간 개인적인 결함으로 치부되었던 문제가 사실은 산업 전체의 구조적 결함이었음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러너의 실제 요구사항: 연구가 밝힌 4가지 핵심

연구팀은 여성 러너들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밴쿠버 러닝 전문점에 게시된 포스터를 통해서 다양한 연령과 러닝 경험을 가진 여성 러너들을 모집했다. 선정된 21명의 참가자는 20세에서 70세 사이였으며, 6년에서 58년의 러닝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9명의 여성이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에 달렸다는 것이다. 네이피어 박사는 "사실 여성을 단일한 실체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그들의 신체와 해부학은 생애주기에 걸쳐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성 러너들의 선호와 요구는 많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는 질적 연구의 일환으로, 참가자들은 여가로 달리는지 경쟁적으로 달리는지에 따라 두 개의 포커스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들은 러닝화에서 무엇을 찾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기능이 효과적이거나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일련의 질문을 받았으며, 러닝화의 다양한 우선순위를 순위화하도록 요청받았다.

이러한 발견들은 여성 러너들의 요구가 단순히 "작고 예쁜" 신발이 아니라, 그들의 고유한 해부학과 생애주기에 맞춰진 기능적이고 과학적인 설계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 Getty Images
이러한 발견들은 여성 러너들의 요구가 단순히 "작고 예쁜" 신발이 아니라, 그들의 고유한 해부학과 생애주기에 맞춰진 기능적이고 과학적인 설계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 Getty Images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 발견을 제시했다. 먼저 여성들은 신발에서 편안함, 핏, 부상 예방을 우선시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둘째, 많은 이들이 더 넓은 발가락 박스, 더 좁은 뒤꿈치, 적절한 쿠셔닝을 원한다는 점과 함께. 셋째, 여성의 신발 요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며, 임신과 나이가 신발 크기, 폭, 안정성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경쟁 러너들은 카본 플레이트와 같은 성능 향상 기능을 원하지만, 편안함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발견들은 여성 러너들의 요구가 단순히 "작고 예쁜" 신발이 아니라, 그들의 고유한 해부학과 생애주기에 맞춰진 기능적이고 과학적인 설계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사이즈가 작은것은 여성의 발 치수가 남성보다 작기 때문이며 여성의 신발 색깔이 보통 분홍색이 많은 점은 남성보다 여성이 분홍색 계통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신발이 단순히 남성 신발의 축소 버전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셈이다. 

 

해부학적 차이와 생애주기별 변화

여성의 하지 해부학은 남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성은 더 넓은 골반과 신체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달리기 역학과 발에 작용하는 힘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더 넓은 골반은 Q-각도를 증가시켜 무릎과 발목에 가해지는 생체역학적 부하를 변화시킨다.

또한,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더 큰 발목 회내 경향을 보이며, 체중 대비 근육량이 적고, 호르몬 변화가 인대와 건의 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차이들은 실제 운동 수행과 부상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여성 러너들은 남성에 비해 전방십자인대(ACL) 손상, 슬개대퇴통증증후군, 경골 스트레스 증후군 같은 특정 부상의 발생률이 더 높다.

여성의 러닝화가 단순히 작고 분홍색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여성의 신체를 위한 신발이어야 한다. © Getty Images
여성의 러닝화가 단순히 작고 분홍색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여성의 신체를 위한 신발이어야 한다. © Getty Images

특히 임신은 여성의 발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임신 중 릴랙신 호르몬은 인대를 이완시켜 발의 아치가 낮아지고 발이 길어지고 넓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출산 후에도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연구에서 9명의 여성이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였다는 사실은 이 시기의 특별한 요구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러닝화 시장은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이러한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축소하고 분홍색으로 칠하기'를 넘어서: 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BC 부상 연구 및 예방 부서(B.C. Injury Research and Prevention Unit)의 실행 과학자인 앨리슨 에자트(Allison Ezzat)는 신발 제조사들이 "축소하고 분홍색으로 칠하기" 접근법을 넘어설 때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스포츠와 운동의 많은 영역에서 연구는 모두 남성과 소년들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우리는 그것을 여성과 소녀들에게 외삽하고 동일할 것이라고 가정한다"고 설명하며 "축소하고 분홍색으로 칠하기' 접근법은 항상 그렇게 해왔던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제조사들에게는 더 비용 효율적이고 쉬우며, 아무도 이전에 이를 의문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 방향으로 "여성을 위해 설계된 러닝화의 이점"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Getty Images
연구팀은 향후 연구 방향으로 "여성을 위해 설계된 러닝화의 이점"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Getty Images

에자트는 대형 신발 제조사들에게 여성들이 현재 제공되는 것에 반드시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연구자로서의 관점을 밝혔다. 그녀는 여성은 인구의 절반이며, 만약 브랜드들이 여성과 함께, 여성을 위해 만든 신발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작년에 출시된 밴쿠버 기반 회사인 헤타스(Hettas)의 여성용 러닝화 설계를 돕기 위해 처음 구상되었는데, 이는 일부 신생 브랜드들이 이미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 방향으로 "여성을 위해 설계된 러닝화의 이점"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새롭게 설계되는 러닝화들을 대상으로 "러너들이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고 부상을 덜 겪는가?", "그들이 달리기를 더 즐기는가?" 등의 문제가 대답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 운동선수들이 그들의 신체에 진정으로 맞는 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포츠에서의 '진정한 평등'과 잠재력의 완전한 실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주류 산업의 전면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 인식,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러너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1-14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