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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재생 치료, 세포 속 에너지로 힘줄을 살리다. 제30회 : MitoTherapy의 새로운 적용 타깃으로서의 건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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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차의과학대학교 윤창구 박사

 

반복 사용으로 망가진 힘줄, 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 몸을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구조물 중 하나가 바로 ‘건(tendon)’, 흔히 ‘힘줄’이라 불리는 조직입니다. 힘줄은 근육과 뼈를 연결해 움직임에 필요한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오랜 사용이나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쉽게 손상되고,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어깨, 팔꿈치, 무릎, 발목 등 자주 사용하는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 ‘건병증’은 국내에서만 매년 80만 명 이상이 진단을 받을 만큼 흔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치료법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통증과 운동 제한을 유발하는 건병증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스테로이드 주사, 물리치료 등으로 증상 완화는 가능하지만, 병인에 근거한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재발률이 높고 회복도 더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림 1. 건병증의 병태생리 개요도 ⓒ 차의과학대학교
그림 1. 건병증의 병태생리 개요도 ⓒ 차의과학대학교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새로운 해결책이 되다

최근 재생의료 분야에서는 손상된 조직의 대사 환경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미토콘드리아 이식 치료(MitoTherapy)'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핵심 소기관으로, 손상된 조직 세포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하면 세포 대사 기능이 회복되고 조직 재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사람 탯줄 유래 줄기세포로부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분리하여, 손상된 건 조직에 직접 이식하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항염증제나 성장인자 중심의 치료와 달리, 세포 대사의 ‘에너지 공장' 자체를 바꾸어 조직 환경을 재정비하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치료법입니다.

그림 2. 줄기세포에서 얻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
그림 2. 줄기세포에서 얻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 ⓒ 차의과학대학교

 

건병증을 위한 MitoTherapy, 어떻게 작동할까요?

건병증은 반복적인 힘줄 과다 사용으로 인한 미세한 조직 손상, 염증, 혈류 부족(허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특히 힘줄 부위는 혈관이 부족하여 회복을 위한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어려운 조직인데, 염증이 지속되면서 조직은 점차 기능을 잃게 됩니다.

우리 연구팀은 손상된 힘줄 조직이 회복되지 않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손상된 힘줄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ATP)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세포에 해로운 물질인 활성산소를 과다 생성하여 염증이 심해지고 세포가 점점 죽게 됩니다. 그런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외부에서 공급해주면 이런 나쁜 환경을 되돌리고, 세포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주사된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 건세포 주변으로 이동한 뒤,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부로 들어가며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함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세포 간 신호전달에 반응해 미토콘드리아가 자발적으로 수용 세포에 융합되거나 세포 내 소포 등을 통해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줄기세포를 그냥 주입하지 않고 미토콘드리아만 따로 넣을까요? 줄기세포는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우리 몸 안에서 자리잡지 못하거나 면역반응 유발 또는 암 발생 가능성과 같은 안전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 작은 구조물이라, 면역 반응 가능성이 낮고, 빠르게 세포 안으로 흡수되어 에너지 생산을 도와주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정밀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사람에게 사용하기 전, 동물을 통해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실험동물의 손상된 힘줄에 줄기세포에서 얻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하자,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IL-1β와 IL-6)들이 줄어들고, 세포가 죽는 것을 유도하는 단백질(Bax 단백질)은 감소한 반면, 오히려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Bcl-2 단백질)은 증가했습니다. 

 또한, 힘줄 조직의 재생 상태를 확인하는 염색 실험(Masson’s trichrome 염색법)을 통해 현미경으로 조직을 살펴본 결과, 손상됐던 콜라겐 섬유가 더 고르게 정렬되고 밀도도 높아져 힘줄 조직이 실제로 잘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3. 미토콘드리아 처리 전후 염증 및 재생 마커 변화
그림 3. 미토콘드리아 처리 전후 염증 및 재생 마커 변화 ⓒ 차의과학대학교

또한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OXPHOS 단백질’과, 새로운 미토콘드리아를 만드는 데 중요한 ‘PGC-1α 단백질’의 양도 함께 증가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미토콘드리아 이식이 단순한 조직 회복을 넘어 세포 속 에너지 생산 시스템 자체를 되살리는 회복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능과 구조 모두 향상된 치료 효과, 전임상으로 입증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한 뒤 힘줄 조직의 회복은 단순히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능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동물 모델에서 손상된 힘줄이 실제로 얼마나 회복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 기능 검사들을 진행했습니다.

보행의 자연스러움을 측정하는 Gait test (보행분석), 앞다리 힘을 측정하는 Grip test (악력 측정), 양쪽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을 비교하는 Incapacitance test (양발 하중 분산 평가) 등을 통해,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한 동물들이 실제로 움직임이나 힘줄 기능이 좋아졌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4. 전임상 동물 대상 운동 기능 증진 검증 실험 결과 (Gait/Grip/Incapacitance 테스트)
그림 4. 전임상 동물 대상 운동 기능 증진 검증 실험 결과 (Gait/Grip/Incapacitance 테스트) ⓒ 차의과학대학교

 

임상 진입을 위한 준비도 착착, 기대되는 적응증 확대

현재 우리 연구팀은 이 치료제가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준도 모두 마련한 상태입니다. 또한, 임상 적용에 앞서 약물의 독성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과 약의 형태(제형)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구도 이미 마쳤습니다. 특히, 치료에 사용할 미토콘드리아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공정과, 이를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제조할 수 있는 시설(GMP 생산 시스템)도 구축하여, 실제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수준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앞으로는 이 기술을 단순히 힘줄 질환뿐 아니라, 당뇨병으로 인해 발에 생기는 염증성 힘줄 질환, 어깨 회전근개가 닳아 생기는 퇴행성 손상 등 다양한 근육·힘줄 관련 질환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까지, 세포소기관 기반 재생의료의 미래

지금까지의 재생의료는 주로 줄기세포나 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가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작은 소기관을 직접 활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노비아(Minovia Therapeutics)와 미트릭스 바이오(Mitrix Bio), 셀비(Cellvie), 미토센스(MitoSense) 등의 기업들이 희귀 유전질환(예: 피어슨 증후군), 신경퇴행성 질환(파킨슨병, ALS), 허혈성 손상 및 노화 관련 적응증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가 다발성 근염을 대상으로 동종 미토콘드리아 치료제의 임상 1/2a를 세계 최초로 완료하고 현재 임상 2상에 진입하였으며, ㈜휴먼셀바이오는 힘줄 손상 질환(건병증)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유래 미토콘드리아 치료제(MITO ADD™)의 임상 진입을 준비 중입니다. 이들 기업은 퇴행성 근육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 등 기존 치료제가 부족한 분야에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술이 당뇨병성 족부건염, 퇴행성 회전근개 파열, 퇴행성 디스크 질환, 안질환, 난청,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난치성 조직 손상 질환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한 조직회복을 넘어 세포 대사를 재편하는 ‘대사 재생의료'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림 5. 국내외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개발 기업 임상 연구 현황 (출처: 각 기업 공식 홈페이지)
그림 5. 국내외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개발 기업 임상 연구 현황 ⓒ 각 기업 공식 홈페이지

다만, 미토콘드리아는 매우 민감한 소기관이기 때문에 장기 보관과 유통을 위해서는 활성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동결 보존 기술'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이는 현재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개발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도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반 치료법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겨냥하여 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재생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손상된 조직에 직접 에너지를 전달하는 치료법, 미토콘드리아 이식 치료(MitoTherapy)가 힘줄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난치성 조직 손상 질환에 새로운 치료대안이자 희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저작권자 2025-10-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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