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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정회빈 리포터
2025-10-13

반려동물들에서 발견된 치매 병리 신호 자연발생적으로 인지 장애가 생긴 고양이의 뇌 조직과 개의 혈액 대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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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 Getty Images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 Getty Images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는 시대가 되었다. 기억력과 판단력 저하, 언어 사용의 어려움, 시간 및 장소 혼동과 같은 일상생활활의 어려움은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이에 정부는 '치매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치매국가책임제를 공표하고, '치매안심센터'를 설치/운영하며 치매 예방부터 진단, 치료, 요양까지 전 과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근본적 치료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병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치매와 아밀로이드 베타를 둘러싼 논쟁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dementia)라는 증상을 유발하는 여러 여러 원인 중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오랜 축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가설이다. 아밀로이드 베라라는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뇌 기능을 저하함으로써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병의 원인을 찾아낸 만큼 이를 표적 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면 치매가 정복될 것이라는 희망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아두카누맙, 레카네맙과 같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었고 FDA 승인도 이루어졌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 Getty Images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 Getty Images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예 없는 경우도 발견되며 특정 단백질 제거만으로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 그러던 중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임을 규명한 주요 논문에 대하여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고, 2024년 해당 논문의 저자들은 결국 논문을 철회하기에 이른다. 이 사건 이후로 치매와 아밀로이드 베타의 인과관계에 대한 신뢰는 많이 흔들렸지만, 이후 다양한 독립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병리와 신경 독성, 염증 반응의 연관성은 계속 확인되고 있다. 동시에 타우 단백질, 신경 시냅스 소실, 혈관 요인 등 복합적 요인이 질병의 원인으로 함께 작동한다는 인식이 넓어지며, 아밀로이드 베타를 둘러싼 논쟁은 치매 치료를 위한 더욱 정교한 연구들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고양이와 개에서 포착된 치매 신호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들은 어떨까?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도 식습관과 의료 기술 발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에 따라 반려동물의 치매 관련 연구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의 맥기찬 박사 연구팀은 고양이도 노화가 진행될수록 인간과 유사하게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과 시냅스(신경 세포들 사이의 연결 부위) 손실이 발생함을 관찰하였다.

연구팀은 젊은 고양이와 나이 든 고양이의 뇌 조직을 현미경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나이 든 고양이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신경 시냅스에 더 많이 달라붙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치매 증상이 있는 고양이 그룹에서는 시냅스 주변으로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뇌의 면역 담당 세포)와 성상세포(astrocyte, 뇌의 구조 및 기능 지원 역할)들이 몰려들어 시냅스를 집어삼키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는 인간과 같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고양이 치매에서도 독성 단백질의 축적과 이를 제거하려는 주변 세포들이 과잉 반응하여 정상 시냅스들이 손상을 입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령의 인지 장애 증상이 있는 고양이 뇌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이 관찰되었다. Ⓒ Eur J Neurosci
노령의 인지 장애 증상이 있는 고양이 뇌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이 관찰되었다. Ⓒ Eur J Neurosci

또 다른 반려동물인 개에서의 치매 관련 연구도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진행되었다.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 연구팀은 개의 혈액에서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변화를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는지 조사하였다. 연구팀은 보호자 설문을 통하여 개의 인지 상태를 분류하고, 알츠하이머를 예측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신경필라멘트 경쇄, 신경교세포 섬유성 단백질 등의 농도를 혈액에서 측정하였다. 그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 신경교세포 섬유성 단백질은 인지 능력에 따른 그룹 간에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지만, 신경필라멘트 경쇄의 농도는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는 그룹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에서는 신경세포의 손상을 나타내는 지표가 비교적 간단한 혈액 검사 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의 인지 장애 수준이 높을수록 신경필라멘트 경쇄의 혈액 농도가 증가하였다. Ⓒ Animals
개의 인지 장애 수준이 높을수록 신경필라멘트 경쇄의 혈액 농도가 증가하였다. Ⓒ Animals

 

반려동물 대상 질병 연구의 한계

이 연구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질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고양이와 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인지기능장애를 다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위적으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단일 경로를 조절한 경우에는 인간의 질병 유형과 상이하여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자연발생 모델은 질병의 시간 경과와 치료 반응을 사람과 더 가까운 맥락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치매 여부는 본질적으로 행동 기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주관성이 개입된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에든버러대학교 연구팀은 야간 울음 증가, 수면/각성 주기 교란, 방향 감각 상실 등의 항목으로 치매 증상 여부를 분류하였고, 건국대학교 연구팀은 반려견 보호자가 설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개의 인지 상태를 구분하였다. 이런 방법들은 실용적이지만 관찰자의 편향과 기억 오류가 개입될 수 있고 환경적 변수의 영향을 받기 쉽다.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표준화된 행동 프로토콜과 웨어러블 기반의 수면 및 활동 지표와 같은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장기간 추적 관찰하여 분류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 Getty Images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 Getty Images

그럼에도 이번 연구들은 알츠하이머 연구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도 외연이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고양이 뇌 조직에서 관찰된 시냅스 소실과 개 혈액에서 상승된 특정 단백질의 발견은, 우리의 털 친구들에게서 치매를 더 잘 이해하고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사람을 위해 개발될 알츠하이머 치료제들도, 향후 반려동물에서 동일한 작용 기전이 규명됨으로써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길 희망한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Amyloid-Beta Pathology Increases Synaptic Engulfment by Glia in Feline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A Naturally Occurring Model of Alzheimer's Disease, McGeachan et al., 2025, Eur J Neurosci

Evaluation of Blood-Based Diagnostic Biomarkers for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Yoon et al., 2025, Animals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5-10-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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