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일상적인 알코올 섭취
인간이 술을 마시는 행위는 단순한 문화적 현상일까, 아니면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일까? 최근 발표된 일련의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들이 야생에서 정기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인간의 음주 행동이 단순히 문명 이후 형성된 습관이 아니라, 수백만 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진화적 유산일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는 내용이다.

2025년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포함한 세 편의 주요 연구들은 침팬지들이 발효된 과일을 통해 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며, 이러한 행동이 사회적 맥락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것이 일회성 행동이 아닌 규칙적이고 의도적인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알렉세이 마로(Aleksey Maro) 연구팀은 2025년 9월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침팬지들의 일상적인 알코올 섭취 패턴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우간다의 키발레 국립공원(Kibale National Park)과 코트디부아르의 타이 국립공원(Taï National Park)에서 장기간 관찰을 진행하며, 침팬지들이 선호하는 20종의 과일에 대한 화학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이들 과일의 잘 익은 과육은 평균 0.3%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었다. 수치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침팬지 한 마리가 하루에 약 4.5킬로그램이라는 상당량의 과일을 섭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산해보면 일일 알코올 섭취량은 약 14그램에 달하는데, 이는 평균 체중 41킬로그램의 침팬지에게 체중 대비 인간이 500밀리리터 이상의 맥주를 마시는 것과 동등한 양이다. 해당 연구가 기존 통념을 뒤엎는 이유는 침팬지들의 알코올 섭취가 우연적이거나 드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관찰에 따르면 침팬지들은 발효된 과일을 적극적으로 선별하여 섭취하며, 이는 그들의 일상적인 식단에 체계적으로 통합되어 있으며, 이러한 패턴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선 또 다른 결과를 암시해 주고 있다.
함께 즐기는 알코올: 침팬지의 사회적 음주 행동
2025년 봄 Current Biology 저널에 발표된 엑서터 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연구팀의 관찰 역시 침팬지의 알코올 섭취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의 칸탄헤즈 숲 국립공원(Cantanhez Forests National Park)에서 진행된 이 연구는 카메라 트랩이라는 현대적 관찰 기법을 활용하여 총 70건의 상세한 관찰 사례를 기록했는데, 연구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침팬지들의 집단행동 패턴이었다.
침팬지들은 알코올을 함유한 과일을 거의 항상 집단으로 섭취했으며, 이는 70건 중 대부분의 사례에서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성별과 연령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개체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어린 침팬지부터 성체 수컷, 암컷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집단 음주'에 동참했다. 특히, 연구팀이 분석한 아프리카 빵나무(African breadfruit tree) 열매의 대부분은 최대 0.61%의 알코올 함량을 나타냈는데, 이는 앞선 연구에서 발견된 평균치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낮은 농도가 실제로 침팬지들에게 취기를 유발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의 데이터는 야생 대형 유인원이 에탄올을 함유한 식품을 공유하고 함께 섭취한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한다. 이는 인간의 알코올 사용이 최근에 시작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깊은 진화적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발견은 인간 사회에서 음주가 종종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도구로 기능한다는 점과 흥미로운 평행선을 이루고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생각보다 흔한 자연계의 알코올 섭취
침팬지의 알코올 섭취는 동물계에서 고립된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2025년 1월 권위 있는 학술지 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된 포괄적 리뷰 연구는 야생 동물들 사이에서 알코올 섭취가 과학계가 오랫동안 가정해 온 것보다 훨씬 더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연구는 원숭이, 새, 곤충을 포함한 광범위한 동물종들이 자연 상태에서 에탄올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며, 많은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섭취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에도 참여한 엑서터 대학교의 행동생태학자 킴벌리 호킹스(Kimberley Hockings) 교수는 본 연구의 의미를 "자연계에서 알코올은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부하다. 당분이 많은 과일을 먹는 대부분의 동물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에탄올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 물질이 사실상 거의 모든 생태계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오랜 과학적 통념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간 연구자들은 야생 동물들이 에탄올을 극히 드물게 그리고 우연히만 섭취한다고 가정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가정은 부분적으로 알코올이 인간의 산업적 생산물이라는 선입견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실상 발효는 자연계에서 지극히 흔한 그리고 매우 자연스러운 화학 과정이다. 효모와 박테리아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당분이 풍부한 과일이 있는 곳이라면 자연 발효가 일어난다. 특히 열대 지역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익은 과일은 떨어진 후 빠르게 발효되어 상당한 알코올 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알코올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알코올이 인간 문명의 발명품이 아니라,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물질이며, 많은 동물이 수백만 년 동안 이를 경험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진화의 역설: 왜 침팬지는 술을 마실까
이러한 발견들이 제기하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바로 '왜'이다. 왜 침팬지들은 발효된 음식을 집단으로 공유하고 섭취할까? 이것이 정말 의도적인 행동인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행동이 진화적으로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가?
실제로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나무 위를 기어오르거나 밤에 포식자에 둘러싸여 있을 때 취하는 것은 전혀 유리하지 않다. 실제로 취한 상태는 반응 속도를 늦추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균형 감각을 저하시킨다. 야생에서 이러한 상태는 곧 포식자의 먹이가 되거나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음주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지 못하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종족 번식의 욕구가 있는 동물이 이런 행동을 의도적으로 할 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이 여러 침팬지 집단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심지어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수나 부작용 이상의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엑서터 대학교의 영장류학자이자 연구 주저자인 안나 볼랜드(Anna Bowland) 박사는 인지적 측면에서 보면, 에탄올이 뇌의 엔도르핀과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하여 이완감과 다행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사회성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가설은 인간 사회에서도 상당히 친숙한 현상이다. 적절한 양의 알코올은 사회적 억제를 줄이고, 집단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침팬지들도 유사한 효과를 경험한다면, 집단 응집력과 사회적 조화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발효 과일 섭취가 기능할 수 있다. 특히 침팬지처럼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가진 종에게 이러한 사회적 '윤활유'는 진화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이를 검증하려면 야생에서 에탄올이 실제로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해야 하며, 앞선 설명대로 현재로서는 관찰된 0.3~0.61%의 낮은 알코올 농도가 침팬지들에게 실제로 감지할 수 있는 취기나 생리적 변화를 유발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침팬지의 알코올 대사 능력, 뇌 화학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행동 변화에 대한 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 음주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전통적으로 음주는 순전히 문화적으로 학습되고 전승된 행동으로 여겨졌는데, 구체적으로 농업 혁명 이후 인류가 곡물을 재배하고 발효 기술을 개발하면서 시작된 '상대적으로' 최근의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침팬지의 사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팬지와 인간은 약 600만에서 800만 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했다고 예측되며, 두 종 모두에서 발효 과일 섭취 행동이 관찰되고, 특히 사회적 맥락에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은 이 행동이 분화 이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알코올에 대한 인간의 선호와 이를 사회적 활동에 통합하는 경향은 수백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 열대림에서 발효된 과일을 함께 먹던 시절부터 물려받은 유산일 수 있다.

하지만, 왜 거의 모든 인간 문화권에서 독립적으로 알코올음료를 개발했을까? 또, 왜 음주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결속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을까? 왜 인간의 뇌는 에탄올에 반응하는 정교한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단순히 문화적 학습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데, 진화적 준비성(evolutionary preparedness), 즉 우리 조상들이 수백만 년간 알코올에 노출되면서 형성된 생물학적 토대가 있었기에, 인류는 알코올을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문화에 통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팀들은 침팬지의 알코올 섭취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알코올이 침팬지의 구체적인 행동과 생리에 미치는 영향, 섭취의 의도성 정도, 집단 내 사회적 역학에서의 기능, 그리고 개체 간 차이에 대한 심층적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기적인 관찰 연구, 호르몬 분석, 행동 실험 등 다양한 방법론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지 침팬지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작업이다. 우리는 왜 술을 마시는가? 왜 함께 마시는가? 왜 술자리가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가? 이러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나무 위에서 발효된 과일을 나누어 먹던 공통 조상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실들이 인간의 과도한 음주나 알코올 남용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증류주나 와인 같은 고농도의 정제된 알코올과 침팬지들이 자연 상태에서 섭취하는 0.3~0.61% 농도의 발효 과일 사이에는 천지 차이가 있으며, 진화는 우리에게 저농도 알코올에 대처하는 능력을 부여했을지 모르지만, 40%의 위스키를 대량으로 마시도록 설계하지는 않았다. 또한 알코올 중독, 간 질환, 사회적 문제 등 알코올이 초래하는 심각한 해악은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들은 진화적 설명은 현상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 해로운 행동을 옹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연구들은 왜 인간이 알코올에 취약한지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예방과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10-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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