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사용, "염색체 이상 증가로 임신 성공률 떨어뜨려"
불과 몇 년 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한 우리나라는 물론이며, 대마초가 이미 일상화 되고 있는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이미 한바탕 난리가 난 소식이 전해졌다.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연구팀이 대마초 주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가 여성의 생식력과 체외수정(IVF) 성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대마초가 난자 발달과 안정성을 방해해 건강한 임신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과학적 증거를 최초로 제시했다.

토론토대학교 CReATe 생식력센터의 신티아 듀발(Cyntia Duval) 박사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Nature Communications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THC 노출이 난자 성숙 과정을 가속하지만, 그 대가로 염색체 이상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대마초 소비가 여성 생식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 기반 지침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1,059명 분석으로 밝혀진 충격적 결과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토론토 CReATe 생식력센터에서 IVF 치료를 받은 1,059명 여성의 난포액을 분석했다. 난포액은 난소에서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액체로, 이곳에서 THC가 검출된다는 것은 해당 여성이 IVF 주기 전후에 대마초를 사용했으며 THC가 난자 환경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다. 분석 결과 62개 샘플(6%)에서 11-COOH-THC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보건부 조사에서 여성의 23%가 지난 1년 내 대마초 사용 경험이 있다고 보고한 것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이는 IVF 환자들이 치료 전 약물 사용을 자제하라는 상담을 받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THC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의 73%가 초기 문진에서 대마초 사용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염색체 분리 오류와 스핀들 이상 증가
연구팀의 핵심 발견은 THC가 난자의 염색체 분리 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인데, THC 양성 환자들은 유의미하게 낮은 정상염색체(euploid) 배아율을 보였다. 정상염색체 배아는 정확한 수의 염색체(46개)를 가진 배아로, 건강한 임신과 출산의 필수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THC 양성 그룹에서는 60%의 배아만이 정상 염색체 수를 가진 반면, 대조군에서는 67%가 정상 염색체 수를 보였다. 이는 7% 포인트의 차이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며 임신 성공률과 건강한 아이 출산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이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24명의 환자로부터 기증받은 미성숙 난자를 THC에 노출시킨 결과, 염색체 분리 과정에서 오류가 9% 증가했으며, 스핀들 이상률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스핀들은 세포분열 시 염색체를 분리하는 핵심 구조물로, 여기에 오류가 생기면 염색체 수가 비정상적인 배아(이수성, aneuploidy)가 만들어져 유산이나 발달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 THC는 세포분열 시 유전물질의 정확한 분배를 담당하는 수백 개의 난자 내 유전자 활성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염색체 안정성, 염증, 세포 구조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영향을 받았다. 또한 THC는 세포를 안정화하고 배아 착상 및 발달에 중요한 단백질과 분자 네트워크인 세포외기질을 제어하는 유전자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과 생식력의 관계
인체는 자체적으로 엔도칸나비노이드라는 분자들을 생산한다. 이 분자들은 감정 처리, 수면, 기억과 같은 필수 기능을 관리하는 신호와 수용체 네트워크를 작동시킨다. 임신과 임신 기간 동안 이 시스템은 특히 활발하게 작동하며 배아 이동과 태반 착상을 돕는다. 문제는 THC를 소비하면 이 시스템이 '하이재킹'된다는 점이다. THC가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기억과 식욕 같은 기능들이 변화한다. 생식 시스템의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에 THC가 영향을 미치면, 정상적인 생식 과정이 방해받을 수 있다.

N-아라키도노일에탄올아미드와 2-아라키도노일글리세롤 같은 엔도칸나비노이드는 남성과 여성 생식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며, 난자 성숙의 모든 단계에서 존재한다. THC는 인체의 정상적인 카나비노이드 레퍼토리의 일부가 아니지만, 고유 칸나비노이드가 정상적으로 결합하는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어 정상적인 생식 과정을 교란시킬 수 있다.
실용적 함의와 이에 대한 권고사항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명확하고 비판단적인 상담을 통해 배아 '품질'에 대한 잠재적 영향, 임신 실패 위험 증가, 유산 위험을 강조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생식 건강에 관한 교육 자료에는 알코올, 담배, 체질량지수와 같은 다른 생활습관 요인들과 함께 대마초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쿼리대학교 의과대학의 마크 코너(Mark Connor) 부학장은 "THC가 난자 생리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간 생식 시스템에 우리 몸의 칸나비노이드를 위한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과 일치한다"며 해당 연구에 대해서 우리 인류는 실제 대마초 소비가 인간 생식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멜버른 대학의 알렉스 폴리야코프(Alex Polyakov) 부교수는 임상적 고려사항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생식 전문의들은 대마초 사용에 대해 정기적으로 질문해야 하며, 환자들이 종종 과소 보고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독일 전문가들의 신중한 평가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뮌헨 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LMU) 생의학센터의 아르투르 마이어호퍼(Artur Mayerhofer) 박사는 "내 생각에 이것은 현재 이용 가능한 최고의 데이터"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비판적 관점도 제시했다.
마이어호퍼 박사는 "스핀들 장치의 장애는 여성의 나이가 증가하면서 함께 증가한다. 지금까지 이것이 연구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의미 있는 통계를 위해서는 사례 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5세 이후 여성의 난자에서는 염색체 이상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령 요인을 통제하지 않으면 THC의 실제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울름대학병원의 볼프강 파울루스(Wolfgang Paulus)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자녀 출산 희망이 좌절된 환자들과 체외수정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나이가 많고 유전적 소인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성공적인 임신이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THC는 유전적 이상이 없는 젊은 여성의 생식에는 더 적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울루스 박사는 또한 연구의 한계점으로 대마초 소비량에 대한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본 연구의 한계는 빈도, 시기, 용량, 소비 유형과 같은 대마초 소비 습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연구 방향은?
이번 연구는 특히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들에게 대마초 사용에 대한 신중한 재고를 촉구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마초 합법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전체 사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들 역시 대마초 사용 증가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 온 바 있다. 듀발 박사 역시 "식물이니까 자연스럽고, 따라서 다른 약물만큼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난소를 가진 사람들은 대마초가 그들의 난자에 어떻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여성 생식력에 대한 대마초의 영향을 다룬 최초의 종합적 연구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많은 질문이 남아있다. THC가 어떻게 분자 수준에서 난자 생물학을 교란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연구와 임신 및 생아 출산 결과를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대마초가 서로 다른 위험을 제시하는지, 그리고 이 약물이 알코올과 같은 기존의 위험 물질과 어떻게 비교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연령별 THC 영향, 소비 빈도와 용량에 따른 차이,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전문가들은 이에 그동안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들은 예방 원칙에 따라 대마초 사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해당 논문의 결론에서 "우리 연구는 대마초 소비와 관련된 잠재적 위험에 대해 환자들에게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기관, 의료 전문가 협회, 공중보건 기관이 생식력 치료 중 대마초 소비에 관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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