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15초, 30초짜리 영상을 끝없이 넘겨가며 시간을 보낸다. 한 영상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영상으로 손가락이 움직인다. 대중교통 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이런 모습이 일상이 된 지 언제부터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짧은 자극에만 반응하게 되었을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기는커녕 긴 기사 하나도 집중해서 읽기 어려워졌다. 대화 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과연 이것이 단순한 시대적 변화일까, 아니면 우리 뇌에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일까?
20년간의 집중력 대붕괴, 2분 30초에서 47초까지
실제로 인간의 주의력 지속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20여 년간 추적한 연구결과는 특히 충격적이다. 그는 2004년 첫 연구에서 PC 화면에 대한 평균 주의력 지속시간은 약 2분 30초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는 아직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2012년 연구에서는 평균 75초로 줄어들었고, 그로부터 4년 후 2016년에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평균 47초까지 떨어졌다. 마크 교수는 "20년 전 2분 반이었던 주의력 지속시간이 현재 47초로 줄어들었다"며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집중력을 방해하는 주범이라는 점이다. 마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알림이나 전화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방해받는 것만큼이나 자주, 스스로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린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96회, 즉 10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업무 중에도 문득 스마트폰이 궁금해져서 손이 저절로 움직이고, 공부하다가도 SNS가 보고 싶어져서 집중이 흐트러진다.
문제는 한 번 집중이 깨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마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업무 중 방해를 받은 후 다시 원래 과제로 돌아가는 데 평균 25분이 걸린다. 그런데 10분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한다면 사실상 제대로 된 집중 상태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도파민 중독, 뇌가 보내는 위험 신호
이러한 현상의 핵심에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이 있다. 워싱턴대학교 데이빗 레비(David Levy) 교수가 2011년 7월 28일에 CNN을 통해 처음 소개한 이 용어는 팝콘이 열에 의해 톡톡 터지듯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고 일상생활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레비 교수는 "온라인 세상이 너무 자극적이고 빠른 속도로 변화해서 실제 세상이 지루하고 처리하기 어렵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 걸까? 그 배경에는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이 있다. 자극적인 영상을 볼 때마다 뇌의 전두엽이 반응하여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도파민은 우리에게 쾌감을 주지만, 문제는 반복 노출될수록 내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결국 더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평범한 일상생활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 그 결과 긴 문장을 읽는 일이 어려워지고, 한 가지 행동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의과학계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2025년 6월 미국중독의학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문제적 소셜미디어 사용은 중독 물질과 유사한 신경생물학적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의 강박적 사용, 통제력 상실, 그리고 기타 행동적 특성이 물질 사용 장애와 유사하다"며 "뇌 영상 연구에서도 중독과 유사한 패턴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뇌의 물리적 변화와 세대별 영향
문제는 단순한 행동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2017년 미국 소비자연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단순히 옆에 놓여 있기만 해도 인지 능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면을 아래로 향하고 무음 상태로 놓여 있어도 사용 가능한 인지 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뇌 구조의 물리적 변화다.
디지털 미디어가 아동의 뇌 발달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6월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됐다. 평균 9.9세 아동들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소셜미디어 사용, 비디오 게임, TV/비디오 시청이 대뇌피질, 선조체, 소뇌 발달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가 아동·청소년기의 신경 발달 경로를 재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발달이 활발한 어린 시기일수록 이러한 영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전두엽은 충동 조절과 의사결정, 장기적 계획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미디어 사용에 따른 변화를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ADHD 평가·치료 센터의 소장 미카엘 마노스(Michael Manos) 박사는 “미국 조사 결과, 하루 2시간 이상 스크린에 노출된 아동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집중력 관련 질환을 겪을 확률이 최대 7~8배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청소년이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활동을 수행하려면 ‘지향적 주의력(directed attention)’이 필요하다”며, 이는 방해 자극을 억제하고 지속적으로 주의를 유지하며 상황에 맞게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도파민’ 대신 ‘디지털 디톡스’와 친해지기
다행히 희망은 있다. 2025년 2월 PNAS Nexus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모바일 인터넷 접속만 차단해도 지속적 주의력, 정신 건강, 주관적 웰빙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참가자의 91%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으며, 연구진은 “인터넷 차단 시 사람들은 대면 사회활동, 신체 활동,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도파민 디톡스’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거나 사용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앱을 삭제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 빈도를 줄이려는 시도다. 서울 홍대에는 휴대폰을 보관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도파민 디톡스’ 팝업스토어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연령대별 가이드라인을 권장한다. 유아는 한 번에 30분, 하루 1시간 이상 미디어 노출을 피해야 하며, 청소년은 하루 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인의 경우에는 잠들기 30분 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알림을 끄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 UC 어바인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는 “우리의 주의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방식이 변화한 것”이라며, “자신의 주의력 리듬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디지털 디톡스 연구자인 레비(Levy) 교수는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록하고, 활동 전·중·후의 감정을 점검해 보라. 이러한 실천은 개인적인 통찰을 가져온다”고 조언한다.
“우리의 집중력 ‘47초’”라는 결과는 벌써 10여 년 전 수치다. 지금 우리의 집중력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디지털 기술은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동시에 집중력을 앗아가고 있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기기와의 관계를 재정립해 깊이 있는 사고와 지속적인 주의를 회복해야 할 때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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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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