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달리 똑바로 서서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은 골반 윗부분인 엉덩이뼈(장골·ilium)에서 일어난 두 가지의 구조적 혁신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두발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골반의 진화는 발달 초기 엉덩이뼈 성장판 방향이 90도 회전하고, 뼈가 형성되는
미국 하버드대 테런스 카펠리니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28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인간의 직립보행이 가능해진 것은 엉덩이뼈 성장판 방향 전환과 뼈가 굳어지는 시기 변화라는 두 혁신 덕분이며 이 변화는 인류 조상과 아프리카 유인원이 갈라진 500만~800만 년 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펠리니 교수는 "이 시점 이후 모든 화석 인류는 이전 어떤 영장류와도 다르게 골반을 성장시켰고, 이후 일어난 뇌 크기 증가는 이런 골반 변화라는 배경에서 일어났다"며 "이 연구는 인간 진화에 대한 몇 가지 기본 가정을 재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엉덩이뼈는 인간의 직립 이족보행에 핵심 역할을 하는 골반에서 사람이 똑바로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엉덩이 근육을 고정하는 부위로, 크고 넓적한 형태의 뼈가 바깥쪽으로 벌어져 있어 다른 영장류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독특한 엉덩이뼈는 인간과 유인원을 구분하는 요소로 꼽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엉덩이뼈가 이런 형태로 발달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미국과 유럽 박물관에서 수집한 인간과 거의 20여종의 영장류 배아 조직 표본 128개와 워싱턴대 선천성 기형 연구실이 보유한 인간 배아 조직을 이용, 조직학적, 해부학적, 기능적 유전체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 엉덩이뼈가 어떻게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됐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의 골반 진화는 두 단계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엉덩이뼈 성장판 방향이 90도 회전하면서 짧고 넓은 형태의 엉덩이뼈가 다른 영장류 엉덩이뼈와는 직각을 이루는 구조를 갖게 됐다
인간의 엉덩이뼈 성장판도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발달 초기에는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정렬돼 있지만 발달 53일째에 성장판이 원래 축에서 직각으로 전환되면서 엉덩이뼈가 짧고 넓은 형태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요 변화는 뼈 형성 시간표가 다른 영장류와 달라진 것이다.
뼈는 대부분 뼈 중심에서 바깥 수직 방향으로 자라며 굳어지는 골화(ossification)가 진행되는데, 사람 엉덩이뼈 골화는 뒤쪽 천골(sacrum·엉치뼈)에서 시작해 방사형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펠리니 교수는 "배아 단계에서 10주면 이미 넓적한 그릇 모양의 골반이 형성된다"며 "뼈가 단단해지는 석회화는 바깥층에만 일어나고 내부 골화를 16주까지 늦춰져 뼈가 자라는 동안 독특한 구조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엉덩이뼈 형성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300여개의 유전자를 분석, 엉덩이뼈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도 확인했다.
현미경 조직 분석과 CT 스캔, 단일세포 유전체 연구 등 분석 결과, 엉덩이뼈 방향 회전에는 'SOX9'와 'PTH1R' 유전자가, 골화 시기 변화를 조절하는 데는 'RUNX2' 유전자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약 500만~800만년 전 인류 조상이 아프리카 유인원과 갈라져 나올 무렵 시작됐으며, 이후 뇌가 커지면서 머리 큰 아기가 태어나는 데 유리하게 골반이 넓어지는 방향으로 추가 진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카펠리니 교수는 "이 연구는 인간 진화 과정에서 다른 영장류에서는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며 "골반 변화는 지느러미가 팔다리로, 손가락이 박쥐 날개로 바뀌는 것처럼 큰 변화"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Terence Capellini et al., 'The evolution of hominin bipedalism in two step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399-9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9-0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