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레라의 재출현: 분쟁 지역에서 급증하는 치명적 수인성 질병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콜레라 감염자가 13% 증가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는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특히 수단과 남수단의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콜레라 감염이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수단에서는 2024년부터 현재까지 6만 5천 건 이상의 콜레라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2025년에만 3만 2천 건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총 1,700명에 달하며, 이 중 426명이 2025년에 사망했다.
콜레라는 19세기부터 인류를 괴롭혀온 대표적인 수인성 질병으로, 현재까지 7차례의 대유행(팬데믹)을 일으켰다. 1961년 시작된 7차 대유행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특히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응급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 잉글리시는 "수단에서 분쟁으로 인해 안전한 물 공급, 위생시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심각하게 차단되었으며, 이는 바로 콜레라를 예방하고 억제하는 핵심 시스템들"이라고 설명했다.
콜레라의 정체: 비브리오 콜레라가 일으키는 급성 장 감염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장 감염으로, 심각한 설사를 동반한다. 이 질병의 가장 치명적인 특징은 급속한 탈수 증상이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국제보건학과 데이비드 색 교수는 "비브리오 콜레라 혈청형 O1은 심각하고 탈수를 일으키는 수양성 설사를 유발하며, 24시간 내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브리오 콜레라는 여러 혈청형이 존재하지만, 콜레라를 일으키는 것은 특별히 O1형(또는 O139형)이다. 다른 비브리오 세균들도 비브리오증이라는 유사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들은 주로 발트해, 북해, 흑해와 같은 따뜻하고 염분이 낮은 연안 해역에 서식하며 계절성 질병을 일으킨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이러한 세균들의 번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콜레라의 증상은 감염 후 몇 시간 내에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 5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주요 증상으로는 구토와 '쌀뜨물' 같은 극심한 수양성 설사, 탈수, 쇼크, 쇠약감과 피로, 함몰된 눈, 피부 탄력성 감소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감염자 중 상당수는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일부는 감염되어도 전혀 아프지 않다.
전파 경로와 환경적 요인
콜레라는 사람 간 직접 전파되지 않는다. 대신 감염자의 분변이 식수나 음식을 오염시킬 때 간접적으로 전파된다. 색 교수는 "감염자의 분변이 식수나 음식을 오염시킬 때 사람 간 간접 전파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음식을 섭취할 때 감염이 발생한다.
2021년 『감염질환저널(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색 교수와 공동연구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비브리오 콜레라 세균은 방글라데시의 환경 수역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며 플랑크톤과 함께 번식한다. 이러한 물에서 플랑크톤이 포함된 여과되지 않은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콜레라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앙골라에서는 콜레라가 강 유역과 수로에 존재하며 "억제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인도주의 구호기관인 말테저 인터내셔널의 에도 리히치가 밝혔다. 2025년 2월 앙골라에서 감염 예방 및 통제 특별 케어팀을 이끌었던 리히치는 콜레라가 "높은 이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콜레라가 수로를 따라 잘 이동하며, 앙골라의 "광범위한 지리적 확산" 때문에 도전 과제가 되고 있어 재발성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의미다.
백신 부족과 치료의 현실
콜레라 백신인 경구용 콜레라 백신(OCV)이 존재하지만, 2025년 6월 기준으로 평균 비축량이 WHO가 설정한 응급 임계치인 500만 도스 아래로 떨어졌다. 평균 비축량은 290만 도스까지 감소했으며, 한 달 전에는 570만 도스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분쟁 상황은 콜레라가 통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확산되도록 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받는 것을 막고 있다. 색 교수는 "도망치는 난민들 중 일부는 세균을 보균하고 있을 수 있으며, 안전한 물을 찾을 수 없거나 물을 정화할 방법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세균을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콜레라로 인한 사망은 수분 보충과 항생제로 신속하게 치료하면 예방할 수 있지만, 분쟁 지역에서는 효과적인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으며, 치료받지 못하면 심각한 사례의 약 절반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콜레라에 더욱 취약하다. WHO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보고된 콜레라 사례의 38%가 5세 미만 어린이였다. 수단 북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콜레라 사례의 25%가 5세 미만 어린이였다고 UNICEF가 이달 보고했다. 잉글리시는 "어린이들은 특히 취약하다. 면역 체계가 덜 발달되어 있고, 콜레라로 인한 급속한 탈수가 어린 몸에서 훨씬 더 빠르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과 안전한 물 확보 방법
콜레라 예방의 핵심은 안전한 물 확보와 적절한 위생 관리다. 물을 끓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최소 1분 이상 끓인 물은 마시기에 안전하다. 그러나 위험 지역에 있다면 끓인 후 깨끗하고 밀폐된 용기에 보관하여 재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WHO는 물이 흐리거나 더러워 보인다면 물리적으로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해 여과할 것을 권장한다. 상용 필터나 깨끗한 천, 종이 타월, 커피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 임시 필터로는 숯, 모래, 자갈의 혼합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여과 후에도 물을 끓이거나 소독해야 한다.
가정용 물 처리 화학물질에 접근할 수 있다면 제조업체의 권장사항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대안으로 WHO는 1리터의 물에 염소(무향 가정용 표백제 5-9%) 3-5방울을 넣고 사용 전 최소 30분 동안 기다릴 것을 권고한다.
정기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유지 관리되는 가정용 상수도관을 통한 물은 일반적으로 마시기에 안전하다. 하지만 홍수나 유사한 자연재해로 인해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이 부족해진다면 병에 든 물을 마시고 씻는 데 사용하는 것이 좋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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