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연합뉴스
2025-08-14

흑사병, 가축에서 왔나…"4천년 전 양에서 페스트균 게놈 확인" 서울대 등 국제 연구팀 "신석기-청동기 시대 인간 감염시킨 페스트균과 동일"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유라시아 초원의 아르카임(Arkaim) 목축지 유적에서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LNBA) 유라시아를 휩쓴 흑사병을 일으킨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감염된 4천년 전의 가축화된 양이 발견됐다.

유라시아 대초원 청동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양의 뼈 러시아 유라시아 대초원의 청동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가축화된 양의 뼈에서 당시 인간을 감염시킨 것과 같은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LNBA) 계통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의 유전체가 검출됐다. ⓒBjörn Reichhardt 제공
유라시아 대초원 청동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양의 뼈 러시아 유라시아 대초원의 청동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가축화된 양의 뼈에서 당시 인간을 감염시킨 것과 같은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LNBA) 계통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의 유전체가 검출됐다. ⓒBjörn Reichhardt 제공

독일 막스플랑크 감염생물학연구소(MPIIB)와 미국 하버드대·아칸소대, 서울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12일 과학 저널 셀(Cell)에서 러시아 유라시아 초원 목축 유적지 아르카임에서 발견된 가축 뼈와 이빨을 조사, 당시 사람을 감염시킨 것과 같은 LNBA 계통 페스트균에 감염된 4천년 전 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양에서 검출된 페스트균 유전체를 다른 고대 및 현대 페스트균 유전체와 비교한 결과 같은 시기 인근 유적지에서 인간을 감염시킨 균주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에 2천년 넘게 유라시아를 괴롭힌 초기 흑사병 확산에 가축이 큰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약 5천년 전 유라시아 전역에 불가사의한 형태의 흑사병이 퍼졌다가 3천여 년 만에 사라졌다. 이 LNBA 계통 페스트균은 게놈에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균이나 현대 페스트균이 벼룩을 통해 전파되는데 필요한 핵심 유전자가 결여돼 있어 그 기원과 전파 방식이 의문에 싸여 있었다.

현대 인수공통전염병은 대부분 1만년 전 이내에 병원체가 출현해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가축·반려동물 가축화 시기와 일치한다.

연구팀은 고대 DNA 연구법으로 고대 동물 병원체를 조사하면 인수공통전염병 출현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널리 연구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1 저자인 MPIIB 이언 라이트-마카 연구원(박사과정)은 "질병이 어떻게 퍼지고 진화하는지 이해하는 첫 단계 중 하나는 그것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는 것이지만 고대 DNA 분야에서는 아직 그것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4천년 전 페스트균 게놈이 검출된 양 이빨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LNBA)인 4천년 전 유행한 흑사병을 일으킨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의 유전체(게놈)가 검출된 양의 이빨. ⓒTaylor Hermes 제공
4천년 전 페스트균 게놈이 검출된 양 이빨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LNBA)인 4천년 전 유행한 흑사병을 일으킨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의 유전체(게놈)가 검출된 양의 이빨. ⓒTaylor Hermes 제공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유라시아에서 벼룩으로 전파되지 않는 흑사병이 어떻게 수천년간 지속해서 확산했는지 밝히기 위해 유라시아 초원 신타슈타-페트로프카 문화의 목축 유적지인 아르카임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 가축 뼈와 이빨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사람을 감염시키고 있던 것과 동일한 LNBA 계통의 페스트균에 감염된 4천년 전 양을 발견했다. 이 양의 페스트균 유전체는 다른 고대 및 현대 페스트균과는 달랐지만, 인근 유적지에서 발견된 인간을 감염시킨 페스트균과는 거의 동일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하버드대 크리스티나 와리너 교수는 "만약 이 유전체가 양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우리는 모두 그냥 또 다른 인간 감염 사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거의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청동기 시대 유라시아 초원에서 양 목축이 증가하면서 인간과 양 모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야생의 페스트균 숙주동물과 접촉도 늘어났을 것이라며 이 연구는 가축화된 동물과 흑사병 확산 간 연결고리를 드러내고 이 병원체가 수천㎞에 걸쳐 수천 년간 사람을 감염시킨 과정에 대한 통찰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이 페스트균 같은 병원체를 가진 동물과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고 이 연구가 인간과 양이 같은 페스트균에 감염됐음을 보여주지만 누가 누구를 감염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며 앞으로 고고학적·비교 연구가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Cell, Felix M. Key et al., 'Bronze Age Yersinia pestis genome from sheep sheds light on hosts and evolution of a prehistoric plague lineage',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5)00851-7

연합뉴스
저작권자 2025-08-14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