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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8-12

리튬 보충제가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다? 뇌 속 리튬 결핍이 인지 기능 저하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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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 리튬의 재발견

전 세계 5천5백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 치매,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제시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세기부터 기분 안정제로 사용되어 온 리튬이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는데, 하버드 의과대학의 브루스 얀크너(Bruce Yankner) 교수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제를 발견한 것을 넘어서,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발병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치료제들이 아밀로이드 플라크만을 표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리튬은 알츠하이머병의 모든 주요 병리학적 변화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인의 뇌 단면(왼쪽, 인공적으로 채색)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단면(오른쪽)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 Jessica Wilson/Science Photo Library/Nature
정상인의 뇌 단면(왼쪽, 인공적으로 채색)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단면(오른쪽)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 Jessica Wilson/Science Photo Library/Nature

참고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가능한 원인을 규명하려면 기억 상실로 이어지는 병원성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를 정의하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질병 발병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예를 들면, 식이, 생활 습관 및 환경과 관련된 몇 가지 요인이 확인되었지만 알츠하이머 발병에 대한 기여도는 불분명했다. 다만, 리튬 등 금속의 항상성 변화도 그러한 요인 중 하나인데,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주로 모델 시스템에서 아밀로이드-β(Aβ) 응집, 타우 인산화 또는 산화 스트레스를 촉진할 수 있는 철, 구리 및 아연과 같은 금속의 독성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속은 그동안 뇌 기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에서 이러한 정상적인 생리학의 교란은 상대적으로 잘 연구되지 않았다.

 

뇌 속 리튬 결핍이 치매의 핵심 원인

연구팀이 발견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리튬이 단순한 외부 치료제가 아니라 뇌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중요한 '생리학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리튬의 치료 효과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결과이다. 

인간의 뇌 조직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손상된 뇌 부위에서는 정상 부위에 비해 리튬 농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점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뇌에서 리튬이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결합되어 있어 뇌의 필수 기능에 사용될 수 있는 리튬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얀크너 교수는 "이러한 리튬 고갈 현상이 질병이 진행될수록 더욱 심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관찰됐다. 뇌에서 리튬이 결핍된 마우스들은 정상 리튬 수준을 유지한 마우스들에 비해 더 많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했다. 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즉, 뇌의 리튬이 감소하면 더 많은 아밀로이드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리튬이 더욱 고갈될 수 있다. 

연구팀은 또한, 리튬 손실이 타우 단백질 엉킴의 축적과 알츠하이머 관련 유전자 활성 변화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리튬이 알츠하이머병의 복합적인 병리학적 과정에 광범위하게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리튬 오로테이트,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접근

그동안 리튬의 인지 기능에 대한 효과를 조사한 임상시험들이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온 이유도 이번 연구를 통해 명확해졌다.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리튬 카보네이트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쉽게 결합되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리튬 오로테이트라는 다른 형태의 리튬 화합물이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덜 결합되며, 따라서 뇌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는데, 리튬 오로테이트는 오로트산과 결합된 형태로, 기존 연구에서 뇌 조직에서의 활용도가 더 높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마우스 실험에서 저용량의 리튬 오로테이트를 투여받은 그룹은 그야말로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질병과 관련된 뇌 손상이 역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기억력이 회복되었는데, 반면 리튬 카보네이트는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발견은 왜 지금까지의 리튬 임상시험 결과가 혼재되어 있었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다. 또한, 양극성 장애 치료의 표준 약물인 리튬 카보네이트와 달리, 리튬 오로테이트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더 적합한 형태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마우스 실험에서 확인된 기억 회복 효과

이번 연구의 가장 인상적인 결과 중 하나로 마우스 실험에서 리튬 오로테이트 치료를 받은 동물들은 뇌가 더 젊고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리튬 오로테이트가 단순히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손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서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엉킴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알츠하이머 관련 유전자 활성도 정상화되었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기존의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들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출 뿐 기능 회복은 이루지 못한다는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로 해석된다. 

뇌의 리튬 수치가 정상인 쥐는 리튬이 결핍된 쥐(오른쪽 위 아래 모두)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왼쪽 위)와 타우 엉킴(왼쪽 아래)이 더 적은것으로 나타났다. © Yankner Lab/Nature
뇌의 리튬 수치가 정상인 쥐는 리튬이 결핍된 쥐(오른쪽 위 아래 모두)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왼쪽 위)와 타우 엉킴(왼쪽 아래)이 더 적은것으로 나타났다. © Yankner Lab/Nature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애슐리 부시(Ashley Bush) 교수는 "이는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우리는 최근에야 알츠하이머병을 위한 첫 번째 질병 수정 약물들을 갖게 되었지만, 이들은 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한 가지만을 표적으로 한다. 이 접근법은 질병의 모든 주요 병리를 표적으로 한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흥미롭게도 인지장애가 없는 대조군에서도 뇌 리튬 농도가 높은 개인들이 특정 기억 테스트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리튬이 정상적인 뇌 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결과이다.

 

임상시험과 상용화의 과제

마우스에서의 성공적인 결과가 항상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는 여러 방면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어 연구자들은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특히 마우스가 성체 생애의 거의 전 기간 동안 리튬 치료를 받았음에도 독성 관련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임상시험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장벽은 리튬이 자연 원소라는 점이다. 특허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대규모 임상시험에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의 정신과 의사 토마스 하예크(Tomas Hajek) 교수는 "리튬으로는 어떤 제약회사도 이익을 얻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리튬 고갈 과정이 정확히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얀크너 교수는 "뇌에서 리튬 흡수를 방해하는 다른 환경적 또는 유전적 원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설명했지만, 자세한 기작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정부나 공공 기관의 지원을 통해 향후 몇 년 내에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예크 교수는 이러한 발견에 대해서 리튬은 매우 저렴하고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유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 정도 수준의 확실한 증거 중 안전한 치매 치료제는 처음이라고 놀람을 표했다.

얀크너 교수는 우리는 아직 알츠하이머병을 위한 "페니실린"을 갖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는 그러한 혁신적 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리튬의 잠재적 이익은 치매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양극성 장애 환자들, 특히 고령 환자들의 경우 표준 치료제인 리튬 카보네이트보다 리튬 오로테이트가 더 나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세기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리튬이 21세기 최대의 의료 도전 중 하나인 치매 정복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Lithium deficiency and the onset of Alzheimer's disease (리튬 결핍과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Aron et al. 2025, Nature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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