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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권예슬 리포터
2025-08-14

아직 늦지 않았다…어른 뇌에도 새 신경세포 자란다 신생 뉴런 형성 여부 관한 신경과학계의 논쟁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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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계의 오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이 되어서도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기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과거에는 사람이나 동물은 평생 쓸 신경세포를 갖추고 나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1960년대 들어 동물의 뇌에서는 성체가 되어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긴다는 것은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사람의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요나스 프리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팀은 지난 7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사람의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란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피부처럼, 뇌도 평생 재생” Vs. “18세 이후엔 신생 세포 자라지 않아”

▲ 요나스 프리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팀은 탄소연대측정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인간의 생애 주기 내내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형성됨을 밝혔다. ⒸCell
▲ 요나스 프리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팀은 탄소연대측정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인간의 생애 주기 내내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형성됨을 밝혔다. ⒸCell

사람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란다고 처음 제시한 연구는 1998년 나왔다.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설치류와 원숭이에서 확인되었던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성인 인간의 뇌에서도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이때부터 사람의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뚜렷한 증거를 제시한 건 이번 ‘사이언스’ 연구의 교신저자이기도 한 요나스 프리센 교수가 2018년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한 연구다. 연구진은 탄소연대측정기법을 이용해 뇌세포가 언제 형성됐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성인의 뇌에서 매일 700개가량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신경세포는 생애 내내 생성되고, 노화 과정에서 생성률은 완만하게 감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아르트로 알바레스부이야 미국 UC샌프란시스코 교수팀은 면역조직화학 기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18세 이상의 뇌 표본에서는 신생 신경세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Nature
▲ 아르트로 알바레스부이야 미국 UC샌프란시스코 교수팀은 면역조직화학 기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18세 이상의 뇌 표본에서는 신생 신경세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Nature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연구에 반기를 든 연구가 등장했다. 아르트로 알바레스부이야 미국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 교수팀은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특정 단백질의 조직 내 위치를 밝히는 면역조직화학 기법을 사용해 태아부터 77세까지 59명의 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각 표본에서 갓 생긴 뉴런이나, 뉴런이 되기 전 단계인 신경 전구세포, 그리고 신경줄기세포들의 위치를 분석했다. 세 유형의 세포 모두 임신 14주에 배아의 ‘배아대(germinal zone)’에서 발달 중인 해마의 치아이랑으로 흐르는 흐름을 발견했다. 이 흐름은 임신 22주가 되면 현저히 감소했다. 태아나 갓난아기에서는 신생 신경세포의 흔적이 다량으로 발견됐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었다. 신생아의 뇌에선 신생 뉴런이 해마 조직 1㎟ 당 1,618개나 있었지만, 1년 뒤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18세 이상 표본의 뇌에서는 신생 신경세포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정적 증거 확인, 새로운 치료법 가능성 제시

프리센 교수팀은 새로운 신경세포로 발전하는 세포인 신경전구세포가 실제로 성인 인간의 뇌에 존재하고, 분열하는지에 대한 증거를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연구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프리센 교수팀은 0~78세의 다양한 연령대의 인간 뇌 조직을 확보했다. 이를 단일핵RNA시퀀싱(Single-nucles RNA sequencing) 기법으로 개별 세포핵 수준에서 유전자 활성을 분석하고, 유세포 분석(flow cyrometry)을 통해 세포 특성을 조사했다. 여기에 머신러닝을 접목시켜 분석한 결과, 줄기세포에서 미성숙 뉴런까지의 다양한 발달 단계의 신경세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중 많은 세포가 분열 중인 상태임을 확인했다. 성인 뇌의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 요나스 프리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팀은 새로운 연구에서 성인의 뇌에도 신경전구세포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 위치가 해마 치아이랑에 있다고 분석했다. ⒸScience
▲ 요나스 프리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팀은 새로운 연구에서 성인의 뇌에도 신경전구세포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 위치가 해마 치아이랑에 있다고 분석했다. ⒸScience

이어 연구진은 공간 유전자 발현 분석 기법을 통해 조직 내에서 이들 세포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들이 해마 내에서도 ‘치아이랑(dentate gyrus)’이라는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부위는 기억 형성과 학습, 인지적 유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개인차는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많은 수의 신경 전구세포를 가진 반면, 어떤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프리센 교수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평생에 걸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을 맞췄다”며 “향후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정신질환에서 신경 발생을 촉진하는 재생 치료법 개발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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