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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9-05

노년기 우울증: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대응 방안 노년기 우울증의 특성과 진단의 어려움,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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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의 임상적 특성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기 우울증은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주요 정신건강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서구 국가에서 50세 이상 성인의 주요 우울증 유병률은 16.5%에 달하며, 이는 전체 질병 부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젊은 층의 우울증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며, 진단과 치료에 있어 독특한 도전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노년기 우울증이 종종 진단되지 않거나 무시되어 만성적이고 심각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년기 우울증은 젊은 성인의 우울증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 우울감, 모든 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증상, 의욕 저하, 불안한 수면, 외로움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독일 뮌스터 대학교 심리학 연구소의 파스칼 슐레히터 박사는 11,000명 이상을 16년간 추적한 영국 노년기 종단연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신체적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30세 성인이 사회적 관계에서 철수하고 외출을 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은 즉시 정신건강 문제를 의심하겠지만, 노인이 같은 증상을 보일 때는 "나이가 들어서 피곤한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과 가족에게도 나타난다.

30세 성인이 사회적 관계에서 철수하고 외출을 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은 즉시 정신건강 문제를 의심하겠지만, 노인이 같은 증상을 보일 때는 "나이가 들어서 피곤한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 Getty Images
30세 성인이 사회적 관계에서 철수하고 외출을 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은 즉시 정신건강 문제를 의심하겠지만, 노인이 같은 증상을 보일 때는 "나이가 들어서 피곤한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 Getty Images

노년층에서 우울증의 신체적 증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신체적 변화와 만성질환들이 우울증 증상과 겹치면서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노년층은 우울증의 정신적 증상보다 신체적 증상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어, 의료진과의 상담에서도 신체적 불편함을 주로 호소하게 된다.

 

진단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와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노년층에게는 여전히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강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한다.

슘레히터 박사는 "노년층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큰 결단"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편견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작용한다. 의료진조차 노년층의 정신건강 문제보다 신체적 질환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주요 장벽이 된다. © Getty Images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주요 장벽이 된다. © Getty Images

이러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주요 장벽이 된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사회적 지위 변화, 직업 정체성의 상실, 주변 사람들의 죽음, 때로는 돌봄 제공자로부터의 학대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증상의 복잡성과 만성화 위험

영국 노년기 종단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모든 것이 힘들다", "시작할 수 없다", "외로움"이 노년기 우울증의 핵심 증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상들은 서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외로움은 다른 우울 증상들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16년간의 종단연구를 통해 확인된 이러한 패턴은 노년기 우울증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노년기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의 잠재적 우울증이 노화 과정에서 만성적이고 심각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에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 경미한 우울증이 노년기에 신체적 질환과 결합되면서 더욱 복합적이고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로 변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에서 신체적 질환과 정신건강 문제가 동시에 나타날 때의 치료 복잡성을 강조한다. ©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노년층에서 신체적 질환과 정신건강 문제가 동시에 나타날 때의 치료 복잡성을 강조한다. © Getty Images

포르투갈 리스본 샴팔리마우드 재단의 신경정신과 책임자인 알비노 올리베이라-마이아 박사는 노년층에서 신체적 질환과 정신건강 문제가 동시에 나타날 때의 치료 복잡성을 강조한다. 특히 약물 치료 시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나 독성 반응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료진이 신체적 건강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 방법과 한계 - 예방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

노년기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 치료와 심리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약물 치료의 경우 노년층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약물 대사 능력이 저하되고, 다른 만성질환으로 인해 복용하는 약물과의 상호작용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진들은 때때로 정신건강 문제보다 신체적 건강 문제 치료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대화 치료법들이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있다. © Getty Images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대화 치료법들이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있다. © Getty Images

심리치료는 약물 치료의 대안이자 보완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대화 치료법들이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노년기에는 사회적 고립, 역할 상실, 신체적 기능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우울증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에는 중요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살 사고나 자살 행동이 있는 환자들은 윤리적 고려로 인해 연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이 뇌혈관 병변과 같은 기존 질환이 있을 경우 임상시험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이는 과학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 발전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핵심이다. 노년기 우울증의 경우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들 - 사회적 지위의 변화, 신체 기능의 저하, 인간관계의 변화 등 - 이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젊은 세대에서는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정보 접근이 늘어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잘못된 정보나 자가진단의 위험도 증가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 올리베이라-마이아 박사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 가치가 있지만, 건강한 사람이 정상적인 슬픔이나 불안 증상을 정신건강 문제로 잘못 분류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이다. 노년층에서 나타나는 기분 변화, 사회적 위축, 신체적 증상 등이 단순한 노화 현상인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의 신호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평가가 필수적이다. 특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노인의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기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공중보건 이슈로 해석된다.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의료진의 인식을 개선하며,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노년층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울증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정신건강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The development of depressive symptoms in older adults from a network perspective in the 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 (영국 노년기 종단연구에서 네트워크 관점으로 본 노년기 우울증상의 발달), Schlechter, P. et al., 2023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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