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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연합뉴스
2025-07-29

생명연, 세계 최초로 '조로증' 치료 가능성 열었다 김선욱 박사팀, RNA 가위로 원인 단백질만 정밀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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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욱 박사 ⓒ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욱 박사 ⓒ생명연 제공

태어난 지 1∼2년인데도 피부 주름이 많고 키가 자라지 않으며, 뼈와 혈관이 급속도로 노화하는 '조로증'.

약 800만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인 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HGPS)으로, 평균 기대수명이 14.5년에 불과한데도 아직 완치 치료법이 없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승인한 유일한 치료제인 '로나파닙'(조킨비)은 1회 투여 비용이 14억원에 달하지만 수명을 2.5년 정도 연장하는 데 그칠 뿐 아니라 다른 치료제 병용이 필요하고 부작용 위험도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래형동물자원센터 김선욱 박사 연구팀이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 조로증의 원인을 정밀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RNA)를 정확히 잘라내고 정상 기능은 그대로 유지해 안전성을 높이는 조로증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고 생명공학연구원은 설명했다.

조로증은 'LMNA 유전자'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 안에서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의 핵 구조를 망가뜨리고, 세포를 빠르게 노화시켜 노인처럼 뼈가 약해지고 혈관이 굳어 결국 주요 장기 기능이 멈추게 된다.

연구팀은 프로제린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구별해 정확히 골라내는 RNA 가위(RfxCas13d, 프로제린 gRNA)를 만들었다. 이 RNA 가위는 정상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DNA를 건드리지 않고 RNA만을 조절해 실수로 다른 유전자까지 자를 위험이 거의 없고, 자르더라도 나중에 되돌릴 수도 있어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보다 훨씬 안전한 혁신적 치료법이다.

이 RNA 치료법을 조로증 유전자가 있는 마우스(쥐) 모델에 적용한 결과 털 빠짐,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조로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또 체중이 증가하고 생식기관 기능도 회복됐고, 심장과 근육 기능까지 회복돼 건강한 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이가 든 사람의 피부세포에서도 프로제린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 RNA 가위 기술을 적용했을 때 자연적인 노화 현상도 일부 억제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김선욱 박사는 "이 기술은 조로증뿐 아니라, RNA 편집오류로 발생하는 다른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노화 관련 질병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치료(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2025-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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