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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치료하는 윤부줄기세포 제28회 : 윤부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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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클립스비엔씨(주) 최기섭 연구소장

 

시력 유지에 핵심적인 줄기세포, 윤부의 역할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속담은 눈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몸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작지만, 그 가치가 전체의 90%에 이른다는 점에서 ‘본다’는 것의 고귀함을 간결하게 함축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보이는 것의 고마움을 잘 알지 못하지만, 눈병을 앓거나 시력교정 수술 이후 며칠간 앞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면,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시력 손상은 유전적 요인(예: 스티븐-존스 증후군), 외상, 병원균 감염, 화상(산·염기 포함)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각막에 투명한 세포를 공급하는 ‘윤부줄기세포’가 손상을 입게 되면 각막세포의 공급이 중단되고, 대신 흰색의 결막세포가 각막을 덮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각막 부분의 투명성이 사라지고, 시력을 잃게 됩니다. ‘윤부’는 각막과 공막(흰자)의 경계에 위치한 약 1 mm 폭의 회색 띠 부위로, 각막 세포로만 분화하는 단능성(unipotent) 줄기세포인 윤부줄기세포가 밀집된 특수한 구조입니다. 이 줄기세포들이 각막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하며, 윤부조직에서 윤부줄기세포의 함량은 약 1~5%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1. 윤부손상에 따른 각막 혼탁화 ⓒ클립스비엔씨 제공
그림 1. 윤부손상에 따른 각막 혼탁화 ⓒ클립스비엔씨 제공

 

각막 혼탁의 원인과 기존 치료의 한계

우리가 사물을 ‘보는’ 과정은, 빛이 투명한 각막을 통과해 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상을 맺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각막은 반드시 투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혈관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이 없다는 것은 곧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윤부조직이 손상되어 그 안에 있는 윤부줄기세포가 결핍될 경우, 각막에 투명한 세포를 공급하지 못하게 됩니다. 각막은 세포 없이 방치될 수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 결핍된 공간을 대신해 각막 주변부의 결막 상피(불투명한 흰색)가 자라 들어와 각막을 덮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각막이 혼탁해지고, 시력을 잃게 됩니다(그림 1).

윤부줄기세포결핍증에 의해서 시력을 잃게 되면, 윤부조직(윤부줄기세포를 포함한)이 없는 단순한 각막이식으로는 정상적으로 투명한 각막을 재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각막이식의 경우 윤부조직보다 안쪽 부분을 절개해서 이식하므로 윤부조직이 없는 상태로 이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윤부줄기세포결핍증을 동반한 안구손상일 경우 윤부조직을 함께 이식해야 투명한 각막의 재생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윤부줄기세포결핍증(LSCD)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적 방법 (참고문헌; The Ocular Surface, Volume 14, Issue 3, 2016, Pages 350-364, ISSN 1542-0124, https://doi.org/10.1016/j.jtos.2016.02.006.) ⓒKFRM푸름이야기
그림 2. 윤부줄기세포결핍증(LSCD)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적 방법 (참고문헌; The Ocular Surface, Volume 14, Issue 3, 2016, Pages 350-364, ISSN 1542-0124, https://doi.org/10.1016/j.jtos.2016.02.006.) ⓒKFRM푸름이야기

그림 2는 윤부줄기세포결핍증(Limbal stem cell deficiency, LSCD)을 치료하는 수술적 방법들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윤부조직이나 윤부줄기세포를 채취해서 별도의 배양 없이 직접 이식하거나 해당 조직이나 세포를 배양시설에서 증식하여 각막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세포판을 제조하여 이식하는 방법 등, LSCD 치료를 위한 다양한 시술방법과 이식용 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양막 이식, 관통 각막이식 (Penetrating Keratoplasty, PK) 등은 윤부 줄기세포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효과만 나타나며, 거부반응 등의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LSCD 근본치료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LSCD 영향을 받지 않은 눈의 자가 윤부줄기세포 이식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이식 부위가 손상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양막을 이식하면서 채취된 윤부 상피세포를 수혜자 안구 표면에 양막과 함께 이식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 방법인 SLET (Simple Limbal Epithelial Transplantation)는 배양 과정 없이 윤부줄기세포를 직접 이식하는 방법으로, 단독 또는 각막이식(PK)과 병행하여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결손 부위가 넓은 경우 적용이 어렵고, 이식되는 세포 수가 CLET에 비해 적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구강 점막 상피 이식, 각막 보철물 (osteo-odonto keratoprosthesis 및 Boston Keratoprosthesis등)도 연구개발 중이지만, 이들 역시 윤부줄기세포를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개선효과만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중 치료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는 CLAU (conjunctival‐limbal autograft, 결막 윤부 자가이식)와 CLET (cultured limbal epithelial transplantation, 배양 윤부 상피 이식; 윤부조직을 체외에서 배양하여 이식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윤부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현황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윤부줄기세포 치료제는 이탈리아의 홀로스템(Holostem)에서 개발한 홀로클라(Holoclar)로 2015년 2월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각막이식으로는 윤부줄기세포결핍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눈에서 작은 윤부조직(약 1 mm x 1 mm)을 채취하여, 체외에서 배양한 후 안구 크기만큼 자라난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약 3주 동안의 배양과정을 거쳐서 치료제가 완성됩니다. 이식 후 성공률은 12개월 후에 80%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투명하게 변해 있던 조직을 떼어내고, 체외배양한 상피세포판을 이식하면 점차 투명도를 회복하면서 시야개선과 함께 시력도 개선됩니다. 초기에는 안구에 통증이 있지만, 이는 수술로 인한 통증으로 수개월 내에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일부 면역학적 부작용과 세균 감염이 보고되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모두 회복되었고, 윤부상피세포판 때문에 일어난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수술 환경이나 기술과 연관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편, 홀로클라를 개발한 연구자가 이후 일본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nepic이 2020년 3월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표 1. 자사 치료제와 해외 치료제의 장·단점 비교 ⓒ클립스비엔씨 제공
표 1. 자사 치료제와 해외 치료제의 장·단점 비교 ⓒ클립스비엔씨 제공

 

국내 치료제 개발현황

국내에서 윤부줄기세포 결핍증(LSCD)에 대한 치료 연구는 수십년 전부터 병원 안과팀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양막이식이나 윤부조직 단순이식 등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일부 적용되었으나, 상업화로 이어진 사례는 없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LSCD 치료를 목적으로 상업적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당사가 유일합니다.

당사는 2016년부터 서울성모병원 안과팀(정소향 교수)과 공동으로 윤부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왔으며, 환자로부터 채취한 윤부조직을 체외에서 배양하여 이식세포판을 만든 후 환자의 안구에 이식하는 방법인 CLET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사의 치료제는 유럽에서 허가받은 홀로클라와 유사한 치료 원리를 따르지만, 동물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유래성분에서 기인하는 잠재적인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또한, 배양기술 최적화를 통하여 이식하는 세포판에 함유되는 윤부줄기세포의 함량을 타사 제품 대비 3배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어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각막 재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3. 당사 LSCD 치료제(CBC 101)의 임상1상 결과 ⓒ클립스비엔씨 제공
그림 3. 당사 LSCD 치료제(CBC 101)의 임상1상 결과 ⓒ클립스비엔씨 제공

비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후에 임상1상을 수행하였고,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 수술 전 혼탁했던 각막이 자사 치료제 시술 후에는 투명성을 회복하였으며, 안구 표면의 신혈관 생성도 없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계와 향후 계획

LSCD(윤부줄기세포 결핍증)는 실명으로 이어지는 난치성 희귀질환입니다. 각막의 경우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각막이식이나  줄기세포 치료제 투여가 효과적인 치료방법입니다. LSCD로 인한 시력 저하나 실명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이 질환은 외상이나 환경 요인 등으로 정상적인 시야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도 후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합니다.

각막이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치료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윤부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의 핵심 목표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가세포 이식 방식으로만 승인을 받고 있어, 치료대상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으며, 자기 세포를 채취하고 GMP 시설에서 배양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치료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동종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윤부줄기세포는 각막 상피세포로만 분화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다른 조직으로 분화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줄기세포가 가지는 장점 중의 하나인 다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에 비해 응용 범위가 제한되어 연구자들의 관심이 낮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윤부줄기세포치료제는 LSCD 환자들에게 빛을 되찾아 줄 수 있는 희망의 치료제입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상2상이 마무리되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허가를 위한 많은 허들이 남아있지만, 이 치료제가 상용화되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던 환자가 자신의 두 눈으로 길을 찾아서 스스로 병원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저작권자 2025-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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