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여성들이 특히 빨리 늙는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남아시아 지역 여성들은 다른 지역 여성들과 다른 노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아시아 여성들의 폐경은 서구 여성들보다 약 5-6년 일찍 시작된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조기 노화는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를 넘어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의학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폐경은 사실 여성의 생식 기능이 끝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폐경이 진행되는 시기는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향후 질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기도 하다. 이는 조기 폐경이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인지 기능 저하,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시아 여성들의 이러한 현상은 공중보건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치로 보는 남아시아 여성의 조기 폐경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폐경 연령은 45-55세 정도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여성들의 경우 평균 51-52세에 폐경을 경험한다. 반면, 남아시아 여성들의 폐경 연령은 현저히 낮다. 인도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6.7세, 파키스탄 여성은 47.16세로 나타났는데, 단적인 비교로 미국에 거주하는 남아시아계 여성들도 48-49세 정도이다. 따라서, 남아시아 여성은 평균적으로 평균보다 최소 3-4년 빠른 폐경을 경험한다.
지역별로 세분화해보면 인도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 북부 인도 여성들의 평균 폐경 연령은 45.5세로 가장 빠르며, 중부 지역은 47.8세로 상대적으로 늦다. 동부는 47.3세, 서부는 46.2세, 남부는 46.1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사회경제적 요인, 영양 상태,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기 폐경뿐만 아니라 40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난소부전의 비율도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기 난소부전은 전 세계 여성의 약 1-2%에서 발생하는데, 남아시아 여성들에서는 이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카라치에 거주하는 사비나 카지 씨는 암 위험 때문에 30대 후반에 자궁과 난소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이는 남아시아 여성들이 직면한 복합적인 건강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생물학적·의학적 원인 분석
앞선 설명대로 남아시아 여성들의 조기 폐경에는 여러 생물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기본적인 요인으로 유전적 소인을 들 수 있다. 파키스탄의 호르몬 건강 전문의 팔와샤 칸 박사는 정확한 규칙은 없지만,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여성들은 어머니와 비슷한 시기에 월경을 시작하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초경이 빠를수록 폐경도 빨리 오는 경향이 있어, 남아시아 지역의 초경 연령 패턴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특히나 비타민 D 결핍은 남아시아 여성들에게서 특히 심각한 문제다. 칸 박사는 남아시아 여성들 사이에서 비타민 D 수치의 급속한 고갈이 노화와 관련된 만성 건강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는데, 비타민 D는 골 건강뿐만 아니라 호르몬 조절, 면역 기능 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해당 비타민의 부족은 조기 난소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질환의 높은 유병률도 중요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남아시아계 인구는 당뇨병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다.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남아시아계가 전 세계 심장병의 60%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는데, 이러한 만성 질환들은 호르몬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조기 폐경을 촉진한다.
진단되지 않은 의학적 문제들과 조기 의료 서비스 접근성 부족도 문제로 들 수 있다. 많은 남아시아 여성들이 30대 후반이나 40대에 난소 기능 부전을 경험하지만, 이는 종종 다른 건강 문제들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며, 때에 따라서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문화적 압력과 여성 건강 소외?
남아시아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구조 역시 여성들의 조기 노화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지역에서는 여성의 가치가 출산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결혼 후 빠른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강하다. 파키스탄에서 해외로 이주한 수므린 칼리아 씨는 18세에 결혼하여 25세까지 네 명의 자녀를 낳았고, 37세에 갑작스럽게 폐경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많은 선진국에서는 37세에 첫 임신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지만 남아시아에서는 이 시기에 임신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즉, 여성의 건강을 독립적인 관심사로 보는 시각이 크게 부족하다. 호르몬 건강에 대한 인식도 미미하고, 호르몬 대체 요법 같은 치료법 역시 극히 드물다. 또한, 남아시아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에 모든 에너지를 쏟도록 기대받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적인 건강은 뒷전으로 밀린다. 특히 연이은 임신과 수유, 그리고 충분한 회복 기간 없는 반복적인 출산은 여성의 호르몬 체계에 큰 부담을 준다.
가족 내에서의 스트레스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칸 박사는 '갈색 피부의 여성들'은 너무 지쳐있다고 꼬집으며 이들이 느껴야 할 사회의 무게, 시어머니의 무게가 있기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되고, 이것이 그들을 더 빨리 늙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조기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조기 폐경은 실제로 남아시아 여성들의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스트로겐 수치의 급격한 감소는 골밀도 저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데, 많은 남아시아 여성들이 경험한 '브레인 포그'나 인지적 어려움은 이러한 호르몬 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아시아 여성들의 경우 이미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은 상태에서 조기 폐경이 가중되면서 건강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폐경 후 내장 지방 축적이 가속화되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남아시아 여성들은 40세 이전에 심장마비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고, 그 치명률도 더 높다.
정신적, 감정적 영향도 매우 심각한데, 폐경 증상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과 지원 체계의 미비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혼자서 이러한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 한 여성의 경우 수술 후 정서적 회복에 대한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은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낳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그녀의 경험을 폄하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매우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여성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한데, 폐경을 자연스러운 생명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몬 대체 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 옵션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진의 관련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영양 상태 개선과 비타민 D 보충도 중요한 예방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조기에 호르몬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연구 보러 가기
"Age at menopause in India: A systematic review (인도 여성의 폐경 연령: 체계적 문헌고찰)", Prasad et al. 2021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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