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중 1개꼴"…환자 생명 위험 심각
아프리카 대륙에서 암 치료제의 상당 부분이 불량품이거나 위조품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환자들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와 범아프리카 연구팀이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 란셋 글로벌 헬스(The Lancet Global Health)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케냐, 말라위, 카메룬 4개국에서 수집한 암 치료제의 약 17%가 표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해당 연구는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항암제 품질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아프리카 첫 연구이다.

실제로 암은 아프리카에서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질병이다. 적절한 치료제 없이는 수많은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국제 보건 분야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충격적인 연구 결과 "6개 중 1개가 불량품"
연구팀은 2023년 4월부터 2024년 2월까지 4개국의 12개 병원과 25개 약국에서 251개의 암 치료제 샘플을 수집해 분석했다. 특히 시스플라틴, 메토트렉세이트, 독소루비신 등 주요 항암제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191개 고유 제품 중 32개(17%)가 유효 성분 함량이 표준을 벗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런 불량품이 주요 병원은 물론 민간 약국 모두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테스트 결과 일부 약물은 표시된 유효 성분의 28%만 함유하고 있었고, 반대로 120%까지 과다 함유된 경우도 있었다. 용량이 부족하면 종양이 계속 성장하고 다른 부위로 전이될 위험이 있고, 용량이 과다하면 독성 부작용으로 인한 심각한 장기 손상이나 사망 위험이 있다.
연구를 주도한 교신저자 마리아 리버만 노트르담 대학교 교수는 우리 모두는 실제로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모든 국가, 모든 병원 약국, 민간 시장에서 불량 항암제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주로 사용되는 시각적 검사로는 불량품의 10분의 1밖에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 90%는 겉보기에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인도 제조업체 문제와 규제 시스템 한계
조사 결과 불량품을 생산한 17개 제조업체 중 16곳이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의 약 20%를 공급하는 핵심 국가인데, 이 중 일부 업체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규제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한 업체인 지 래버러토리스(Zee Laboratories)는 2018년 이후 46차례나 문제를 지적받았다.

리버만 교수는 '검사할 수 없다면 규제할 수 없다'라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지적했다. 그는 항암제는 매우 독성이 강해 다루고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실험실에서 이를 기피한다며 이것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핵심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결과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예산이 제한된 아프리카 보건부들은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제조업체들에게 비용 절감 압박을 가하기 때문인데, 카메룬의 경우 2023년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이 1,674달러인 반면, 6회의 화학요법 치료 비용은 1,986달러에 달한다.
WHO 대응 나서며 국제사회 협력 강화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보고서 결과에 우려를 표명하며 영향을 받은 4개국과 협력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성명에서 영향을 받은 4개국의 국가 당국과 연락하여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관련 국가들과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저비용 검사 기술 개발로 해결책 모색
리버만 교수팀은 이미 해결책 개발에 착수했다. 'ChemoPAD'라는 저비용 종이 기반 검사 도구를 개발 중인데, 해당 기술 도구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투여하기 전에 약물 품질을 신속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한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저비용 검사 기술 보급과 불량품 발견 시 대응 정책 수립을 즉각적 조치로 제시했으며, 장기적으로는 규제 기관의 안전 장비와 교육 지원, 검사 인프라 구축 및 의료진 훈련, 국제 협력을 통한 제조업체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테스트된 제품의 대부분은 기준을 충족했으며, 30개 이상의 제조업체가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다른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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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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