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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5-06-27

‘카페인 수혈’ 위해 마신 블랙커피, 수명을 늘린다 설탕·크림 첨가물 없는 커피, 하루 2~3잔 섭취 사망 위험 17%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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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나른한 정신을 깨울 ‘카페인 수혈’이 필요하다면 첨가물 없는 블랙커피가 좋겠다. 

최근 커피 섭취가 사망률 감소와 연관된다는 기존의 인식에 더해 커피에 무엇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건강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달 국제영양학술지 ‘Nutrition’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블랙커피나 저당·저포화지방 커피를 하루 1~3잔 마신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최대 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첨가물이 들어가 달콤하고 크리미한 커피는 그 효과를 없앴다. 

커피에는 약 천 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화합물이 들어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Getty Images
커피에는 약 천 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화합물이 들어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Getty Images

 

커피의 효능, ‘무엇을 넣어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호식품 중 하나다. 그만큼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관심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여러 연구에서는 커피가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비롯해 인지 기능 향상과 간 기능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지닐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커피에 풍부하게 포함된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과 폴리페놀(polyphenols)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카페인은 각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며, 디테르펜(diterpenes)과 같은 생리활성 화합물은 간세포를 보호하고 신경 퇴행성 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다수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모든 형태의 커피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설탕과 포화지방이 많이 첨가된 커피 음료는 오히려 건강상의 이점을 약화시킬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과학적 검토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점에 주목한 연구가 최근 미국 터프츠대학교(Tufts University) 산하 제럴드 J. 및 도로시 R. 프리드먼 영양과학·정책대학원 소속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커피의 양보다 ‘질적 특성’, 특히 첨가물의 구성이 건강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했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호식품 중 하나인 만큼 다양한 제조법과 유형이 있다. ⒸGetty Images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호식품 중 하나인 만큼 다양한 제조법과 유형이 있다. ⒸGetty Images


첨가물, 커피의 건강 효과를 지우다

연구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46,332명(20세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첫날 24시간 식이 회상 자료와 국가사망지표(National Death Index)를 연계해 평균 11.3년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그룹과 함께, 하루 섭취량에 따라 ▲1잔 미만 ▲1-2잔 ▲2-3잔 ▲3잔 이상으로 구분되었고, 커피의 구성은 ▲블랙커피 ▲저당·저포화지방 커피 ▲고당·고포화지방 커피로 분류되었다.

분석 결과 하루 1~2잔의 블랙커피 또는 설탕과 포화지방이 적은 커피를 마신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14% 낮았다.

하루 2~3잔을 마신 그룹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두드러져, 사망 위험이 17%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잔 이상을 섭취한 경우에도 유사한 수준의 사망률 감소가 관찰되었지만, 그 이상의 섭취가 추가적인 건강 이점을 가져오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요한 점은 설탕과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간 커피에서는 이와 같은 사망률 감소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암 사망률이나 심혈관 질환 사망률과의 연관성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신저자인 팡팡 장(Fang Fang Zhang) 터프츠대학교 교수는 “커피가 함유한 생리활성 화합물이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탕과 포화지방이 첨가되면 그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점에서 커피 섭취 방식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총 커피 섭취량(하루 잔 수)과 전체 사망률, 심혈관질환 사망률, 암 사망률 간의 위험비를 나타낸 그래프. 1~3잔 사이의 섭취 구간에서 전체 및 심혈관 사망률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암 사망률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Nutrition
총 커피 섭취량(하루 잔 수)과 전체 사망률, 심혈관질환 사망률, 암 사망률 간의 위험비를 나타낸 그래프. 1~3잔 사이의 섭취 구간에서 전체 및 심혈관 사망률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암 사망률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Nutrition


‘얼마나’ 보다 ‘어떻게’가 마시냐가 중요한 커피

이번 연구 이후 커피 섭취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논문 제1저자인 빙지에 저우(Bingjie Zhou) 박사는 “커피에 첨가되는 설탕과 포화지방이 사망률과의 연관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며, “이번 연구는 미국 성인들이 실제로 섭취하는 첨가물의 양을 기반으로 건강 영향을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분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미국 식이요법 지침이 권고하는 ‘첨가당과 포화지방 섭취 제한’ 원칙과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커피가 기호식품을 넘어 섭취 방식에 따라 건강한 식생활의 일부로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커피 자체보다는 무엇을 첨가해 마시느냐가 건강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분명해졌다.

물론 본 연구는 관찰 연구로서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으며, 24시간 식이 회상법을 기반으로 한 자가 보고 데이터의 정확성 한계, 무카페인 커피 섭취자 수의 부족, 암 및 심혈관 질환 사망률과의 통계적 연관성 부재 등 몇 가지 제한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섭취에 대한 기존 논의를 한층 정교화했다. 커피를 얼마나 마시느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소비하느냐가 건강에 미치는 결정적 요인일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루 2~3잔의 블랙커피는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한 실천 가능한 선택지로 평가될 수 있으며 커피 소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6-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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