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암 발병률 50년 만에 3-4배 급증
최근 의학계에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동안 고령층에서 극히 드물게 발생하던 충수암이 젊은 세대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인데, 미국 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해당 최신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충수암 발병률이 1940년대 출생자 대비 최소 3배에서 최대 4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충수암은 맹장에 붙어있는 작은 기관인 충수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체 암 발병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희귀암이다. 연간 100만 명당 몇 명 정도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층에서의 급격한 증가세는 전 세계 의료진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충수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장암, 고환암,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젊은 성인층의 발병률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체계적인 환경 변화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의 생의학자 저스틴 스테빙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으며, 답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인되는 젊은층 암 증가 추세
또한,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50개 국가와 지역을 조사한 결과, 27개 지역에서 젊은층의 대장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이러한 현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증가세가 단순히 진단 기술의 발달이나 검진 확대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령 표준화 발병률을 적용한 분석에서도 실제 발병률 자체가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미래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현재 젊은층에서 나타나는 높은 암 발병률이 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지속될 경우, 지난 수십 년간 암 치료 분야에서 이룬 놀라운 발전들이 상쇄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환경적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
연구자들은 젊은층 암 증가의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배제된 것은 유전적 요인이다.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라면 특정 연령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과학자들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화학물질과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주요한 의심 요인 중 하나는 미세플라스틱과 이른바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과불화알킬물질(PFAS)이다. 이들 물질은 1950년대 이후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1990년대부터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식품 포장재, 의류, 화장품 등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며, PFAS는 방수 의류, 논스틱 조리기구, 소방용 거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이들 물질이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하고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증거들이 축적되고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혈액-뇌 장벽과 태반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서, 발달 과정에 있는 태아와 어린이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장기간의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지목되고 있는데, 과도한 항생제 사용, 가공식품 섭취 증가, 식이섬유 부족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체계 조절과 염증 반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이러한 변화가 암 발생 위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
서구식 식단과 생활습상 변화의 치명적 영향
초가공식품과 당분 함량이 높은 반면, 과일, 채소, 식이섬유는 부족한 특징을 보이는 이른바 '서구식 식단(Western diet)'의 확산으로 대표되는 현대 젊은층의 식습관 변화도 암 발병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첨가제, 방부제, 인공 색소, 향료 등이 사용된다. 이들 물질 중 일부는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질산염과 아질산염 같은 보존료는 위장관에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당분 과다 섭취도 큰 문제인데, 과도한 당분은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암 발생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과당이 많이 함유된 음료수와 가공식품의 섭취는 대장암, 췌장암 등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건강한 장내 환경을 조성하고, 발암물질의 장내 체류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식이섬유, 그리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의 섭취는 젊은 세대에서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식이섬유는 전통적으로 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에 이러한 음식 섭취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비만 역시 중요한 위험 요인인데,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젊은층의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13가지 이상의 암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만성 염증 상태를 유발하고,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며,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신체 활동 부족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젊은층의 좌식 생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대사 기능 저하와 면역력 감소로 이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현대 젊은층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한 과학적 생활습관 개선 방안
현재 젊은층에서 나타나는 암 발병률 증가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공중보건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원인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과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과 환경적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 최소화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젊은층 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조기 발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국 암연구재단(Cancer Research UK)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보건기관들이 제시하는 암 예방 수칙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한 식단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신선하고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중심으로 한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하루에 최소 5회 이상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고, 통곡물, 콩류, 견과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가공육, 초가공식품, 당분이 많은 음료수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둘째, 적정 체중 유지와 규칙적인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주당 최소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한다. 이에 더해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운동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호르몬 균형을 개선하며, 염증을 감소시키는 다면적 효과가 있다.

셋째, 금연과 절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방광암, 췌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을 높이며, 음주 역시 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므로, 가능한 한 금주하거나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넷째, 자외선 차단과 HPV 백신 접종 등 구체적인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외선은 피부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 사용과 적절한 의복 착용이 중요하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항문암 등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므로 권장 연령에 접종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환경적 요인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고, 특히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화학 세제나 방향제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한 천연 소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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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9-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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