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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 대신 '개'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새로운 양육의 형태로서 반려동물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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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저출산 시대, 우리는 아기 대신 '댕댕이'를 키운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 대신 반려견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댕댕이(멍멍이를 닮은 꼴 문자들을 사용하여 한글 한두 음절을 대체하거나 단어를 새로 만듦) 맘', '댕댕이 대디'라고 부르며, 털복숭이 친구들을 마치 자녀처럼 키우고 있다.

2023년, 선진국 치고도 높은 출산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던 영국에서 조차 실제 출생아 수가 591,072명으로 1977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며, 여성 1인당 평균 1.44명의 아이를 낳아 역사상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바 있다. 참고로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2명 이상이 필요하다. 반면 같은 기간 반려견 사육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10년 전보다 100만 마리 이상 많은 반려견이 있으며, 사육자의 45%가 밀레니얼 세대(일반적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 대신 반려견을 선택하고 있다 ©Getty Images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 대신 반려견을 선택하고 있다 ©Getty Images

헝가리 부다페스트 ELTE 대학의 로라 길레트(Laura Gillet)와 에니쾨 쿠비니(Enikő Kubinyi) 교수는 유럽심리학저널(European Psychologist)에 발표한 연구에서 인간의 출산율 감소와 반려견 사육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들의 연구는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양육'이 우리의 진화적 본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출산율 감소와 반려견 급증,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전 세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출산율 감소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경우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했으며, 일본(1.20명), 이탈리아(1.24명), 스페인(1.19명) 등 다른 선진국들도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러한 출산율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주거비 상승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부담,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생활비 위기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가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집값이 폭등했던 2018년을 기점으로 과거 1.2명 정도를 유지하던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최초로 0명대에 진입한 점을 보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주거비가 출산율 감소와 큰 연관성을 보이는 듯하다.

전 세계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출산율 감소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현상이다 ©Getty Images
전 세계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출산율 감소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현상이다 ©Getty Images

반면 반려동물 사육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70%에 달하며, 이 중 개를 키우는 가구는 38%에 이른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일수록 반려동물을 자녀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반려견을 위한 '퍼푸치노(강아지용 음료)'를 주문하거나, 반려견 전용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드는 일이 흔해졌다. 이러한 행동들은 반려동물과의 동거가 단순한 애완동물 사육을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양육'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인구학적 전환'의 새로운 단계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인구학적 전환 이론에서는 경제 발전과 함께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설명했지만, 현재는 이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가족' 개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개가 인간의 양육 본능을 자극하는 진화적 메커니즘

사실 인간이 개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천 년간의 공진화 과정을 통해 개는 인간의 양육 본능을 자극하는 다양한 특성을 발달시켰기 때문인데, 길레트와 쿠비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적으로 양육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개는 이러한 본능을 활성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형성숙(paedomorphosis)' 현상이다. 많은 인기 견종들이 성견이 되어서도 강아지 때의 외모적 특징을 유지한다. 또한, 큰 눈, 높은 이마, 짧은 주둥이 등은 인간 아기의 특징과 유사하며, 이는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고 불리는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유발한다. 참고로 베이비 스키마는 1943년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큰 머리, 큰 눈, 작은 코와 입 등의 특징을 가진 대상에게 인간이 본능적으로 보호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후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특징들이 실제로 인간의 주의를 끌고 돌봄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개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더 많은 얼굴 표정을 보이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Getty Images
개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더 많은 얼굴 표정을 보이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Getty Images

개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더 많은 얼굴 표정을 보이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9년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연구진은 개가 늑대보다 더 다양하고 표현력 있는 얼굴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인간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개의 '눈썹 올리기' 동작은 인간에게 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 동작은 개의 눈을 더 크고 어려 보이게 만들어 인간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실제로 동물보호소에서 이러한 표정을 잘 짖는 개들이 더 빨리 입양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과학이 밝혀낸 개와 아이에 대한 감정의 놀라운 유사성

흥미롭게도 뇌과학 연구는 개에 대한 인간의 감정이 자녀에 대한 감정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2014년 실시된 뇌영상 연구에서는 어머니들이 자신의 개를 볼 때와 자녀를 볼 때 비슷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보상과 관련된 중뇌 영역에서 유사한 활동 패턴이 나타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옥시토신의 분비이다. 2015년 연구에서는 개 사육자가 자신의 개와 눈을 맞출 때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 또는 '결합 호르몬'으로 불리며, 모성애와 부성애, 그리고 사회적 결속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옥시토신 증가가 상호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개와 눈을 맞출 때 인간의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개의 옥시토신 수치도 함께 상승한다. 이는 모자간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결과들이 공개되고 있다. 존 볼비(John Bowlby)가 제시한 애착 이론에 따르면, 인간 아이들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정 애착, 불안정 애착 등 다양한 애착 유형을 형성한다. 연구 결과 개들도 사육자와 유사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이는 사육자의 양육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개 사육자들이 자신의 개에게 말하는 방식도 부모가 아이에게 말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해외에서 '마더리즈(motherese)'라고 불리는 높은 톤의 감정적인 말투는 개를 대할 때도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말투는 아이의 언어 발달과 정서적 안정감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들도 이러한 말투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4년 연구에서는 개 사육자들이 '퍼피 블루스(puppy blues)'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는 출산 후 여성들이 경험하는 '베이비 블루스'와 유사한 현상으로, 새로운 책임감에 대한 불안, 적응의 어려움, 감정적 스트레스 등을 포함한다.

 

행복의 관점에서 본 개 키우기 vs 아이 키우기

개를 키우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행복할까? 물론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먼저 여러 연구들이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둘 다 예상만큼 단순하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먼저 인간 부모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로 여기며 자녀를 갖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물론 순간적인 즐거움과 장기적인 삶의 만족도는 다를 수 있으며 '행복'의 정의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흥미롭게도 실제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매우 다르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기대감으로 인한 행복감이 증가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 몇 년간은 오히려 행복도가 감소한다. 이는 육아의 힘든 요구사항들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수면 부족, 경제적 부담, 자유시간의 감소, 부부관계의 변화 등이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 페널티'는 점차 사라지며, 결국 부모가 되기 전 수준으로 천천히 회복된다고 한다. 물론

반면, 개 사육의 경우는 어떨까? 54개 연구를 종합한 대규모 체계적 리뷰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사육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 중 31%만이 명확한 긍정적 영향을 보여줬고, 9%는 부정적 영향을 나타냈다. 나머지는 혼재된 결과를 보였다. 이처럼 개 사육도 육아와 마찬가지로 감정적 도전을 수반한다. 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걱정, 양육에 따른 요구사항, 경제적 부담 등이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 사육은 몇 가지 다른 독특한 장점들도 제공한다. '운동량 증가'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인데, 개 사육자들은 산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량이 늘어나며, 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다른 개 사육자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는 효과도 있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개 사육의 효과가 더욱 명확하다. 여러 연구들이 고령의 개 사육자들에게서 외로움 감소, 우울증 완화, 인지 기능 향상 등의 효과를 확인했다. 개는 일정한 루틴을 제공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만들어 주며, 무조건적인 동반자 역할을 한다.

연령도 중요한 변수인데, 30대에 부모가 된 사람들이 20대 초반에 부모가 된 사람들보다 더 높은 행복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경제적 안정성, 정서적 성숙도, 사회적 지원 체계 등과 관련이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다. 아이 친화적 정책이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부모들의 행복도가 더 높다 (◆ 관련 기사 함께 보기 : 아이를 낳으면 삶이 더 의미 있어지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친화적인 사회 환경 역시 개 사육자들의 만족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새로운 양육의 형태로서 반려동물이 갖는 의미

물론 아이와 강아지를 행복을 얻기 위한 '도구'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둘 다 인간의 깊숙한 양육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양육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양육은 생물학적 자녀에 한정되었지만, 이제는 입양, 위탁가정, 그리고 반려동물 사육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선택권 확대와 다양성 존중이라는 현대 사회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깊은 양육 본능은 아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확장되어,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현대 사회에서 사랑과 돌봄의 관계를 형성한다. © Getty Images
인간의 깊은 양육 본능은 아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확장되어,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현대 사회에서 사랑과 돌봄의 관계를 형성한다. © Getty Images

반려동물을 통한 양육 경험은 특히 불임이나 건강상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경우, 경제적 여건상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경우, 개인적 신념이나 환경에 대한 우려로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경우 등의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 사육은 미래의 인간 부모가 되기 위한 '연습'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책임감, 일정 관리, 감정적 유대 형성 등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기술들을 개 사육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는 흥미롭게도 환경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증가로 인한 환경 부담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사육은 개인적 양육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과 그 선택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든 개를 키우든, 또는 둘 다 키우든, 각각은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현대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양육 방식을 수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국 인간의 양육 본능은 우리 본성의 더 나은 면 중 하나이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충족하든 축하받을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며, 그 대상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 가치는 동등하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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