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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료 희망을 현실로! 제27회 : 배아줄기세포 유래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개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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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스바이오메딕스 조명수 연구소장

 

줄기세포 기반의 재생의료는 이제 난치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넘어 실제 시제품을 만들고,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던 신경·감각계 질환의 경우, 세포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재생치료기술은 수요 및 필요성에 비해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분야였기에, 최근의 성과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부나 혈액세포처럼 계속 대체되는 세포와 달리, 신경·감각계 세포는 태아기에 생성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장기간 성숙하면서 유지되지만, 한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외부에서 손상된 세포를 공급해주는 재생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한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어왔습니다. 그 결과 몇몇 질환에서는 개발된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 대표적인 세포치료 타겟 질환

파킨슨병은 중뇌 흑색질이라는 부위에 존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하여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손떨림과 서동증, 경직 등의 운동성 증상으로 시작되어 자율신경계 이상, 우울 등 다양한 비운동성 증상까지 진행됩니다. 다른 뇌질환에 비해 손상되는 신경세포의 종류 및 위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세포치료제의 좋은 타겟이며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파킨슨병 세포치료제를 실제로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연구자의 시각에서, 전반적인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현황, 본 연구소에서 개발한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 내용 및 결과를 소개해드리고, 파킨슨병 치료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파킨슨병의 원인, 증상, 그리고 현재의 치료 방법

파킨슨병 환자의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제초체, 살충제, 마약 등 약물 노출, 외상, 감염 등이 발병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도파민 신경세포 기능을 저해하는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는 1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에서 루이소체라 불리는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축된 특정 구조가 발견되는데, 루이소체는 치매 증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은 질환의 예방 및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으므로 치료제 개발과 병행한 지속적인 원인 규명 연구가 필요합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떨림, 근육경직, 느린 움직임, 보행장애 등의 운동성 장애로 나타납니다. 이와 함께 변비, 불규칙한 혈압 등의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수면장애, 인지기능 저하, 우울 및 불안 등의 비운동성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증상은 질병의 중증도 평가에 활용되며, 치료제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도파민 신경세포의 활성도 및 성숙도 등이 PET-CT와 같은 영상학적 진단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앞서 언급한 중증도 평가 지표와 함께 파킨슨병의 진단 및 효능 평가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에는 도파민 전구물질인 레보도파가 사용되고 있으며, 도파민 활성을 보조하거나 유지하는 약물들이 함께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들은 장기간 사용 시 약효소진, 운동 이상증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뇌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는 심부자극술이 고려되기도 하나, 이는 도파민 신호전달에 특화된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환자마다 효과가 상이하고 새로운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치료법들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도파민 신경세포의 지속적인 사멸을 막거나 재생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한 현시점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방법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진행 상황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약 연구는 질환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과 손상된 부분을 강화 또는 대체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입니다. 전자의 경우, 주로 남아있는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기 위한 기전으로 신경보호약물, 성체줄기세포 측 분비 효과를 이용한 세포사멸 방지, 알파 시누클레인 축적을 막아주는 약물 및 이를 제거하는 항체 등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약물치료제와 함께 사용될 경우 증상 억제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사멸한 세포를 되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병이 비교적 많이 진행된 환자에게는 효능이 미비하거나 부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병용요법 등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이와는 다른 치료 접근으로는 도파민 신경세포 이식을 통한 세포 대체 치료, 유전자 치료제를 통한 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치료는 부족한 세포의 수나 기능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기전으로, 재생을 통한 근본적인 치료 방법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세포치료제의 경우, 얼마나 우수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며,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타겟 부위에 유전자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력이 치료제 개발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대체 세포가 성공적으로 공급되고 기능이 강화된다고 해도 세포사멸 환경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치료효과가 감소 되고 반복 투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치료제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환경이 존재하는 흑색질을 피해 실제 도파민 시냅스가 이루어지는 부위에 세포를 이식하고, 유전자 치료제는 환경을 개선하는 유전자를 병용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전분화능줄기세포 유래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임상 개발 현황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전분화능 줄기세포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원료입니다. 최근 국내를 포함한 미국, 스웨덴, 일본 연구팀들은 전분화능 줄기세포로부터 파킨슨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뇌 복측 도파민 신경세포로의 분화에 성공하였고, 이를 활용한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 진행 정도와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파킨슨병 신약 임상시험 결과들을 비교할 때 위에 언급한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제들은 가장 높은 치료 효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연구소에서도 배아줄기세포로부터 고효율로 중뇌 복측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를 유도한 후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분화된 세포를 이식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을 관찰하는 임상시험을 현재 진행 중입니다.

분화의 핵심이 되는 신호전달체계를 조절하는 네 가지 저분자화합물만을 사용하여 99% 이상의 순도로 중뇌 도파민 신경전구세포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파킨슨병 동물 모델인 쥐와 원숭이에게 분화 세포를 이식하였을 때 파킨슨병 중증도가 유의하게 개선되었으며, PET-CT 영상을 통해 도파민 활성이 증가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이식된 도파민 신경세포가 실제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입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12명 전원에게 세포치료제를 투여하였으며, 경과 관찰이 진행 중입니다. 계획된 총 2년의 추적관찰 기간 중, 초기에 세포치료제를 투여한 6명의 대상자는 1년시점, 후기 6명의 대상자는 9개월 시점까지 안전성에 대한 분석이 가능했으며, 관찰시점까지 세포치료제에 의한 안전성 문제나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표1. 이식 1년 후 변화량 ⓒKFRM푸름이야기
표1. 이식 1년 후 변화량 ⓒKFRM푸름이야기

1년차 시점에서 세포치료제를 투여받은 6명의 환자에 대한 유효성 분석 결과,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운동성 지표에서 중증도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기존 신약들의 경우, 주로 질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수준의 결과가 보고된 것과 달리 본 치료제는 질환의 진행을 되돌리는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표1). 또한, 파킨슨병 중증도를 5단계로 구분하는 또 다른 지표에서도 최대 2단계에 가까운 증상 개선이 나타났는데 (그림1) 이는 환자를 약 9년 전으로 되돌리는 수준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행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보행 동결 증상’을 보였던 환자들의 경우 모두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림1. 파킨슨병 척도별 증상 및 평가 결과 ⓒKFRM푸름이야기
그림1. 파킨슨병 척도별 증상 및 평가 결과 ⓒKFRM푸름이야기

임상시험 시 검사를 수행한 PET-CT 분석 결과, 동물 모델을 이용한 효능시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식한 부위의 도파민 신경세포 기능이 증가된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치료 효과가 실제로 이식된 세포에 의해 유도되었음을 입증하는 근거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 관찰 기간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용량군 비교 결과를 통한 적정 이식 용량 등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파킨슨병 극복을 위한 미래 전략

최근 미국 연구팀도 본 연구소와 유사한 전략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어 결과를 보고하였고, 2025년 상반기에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전분화능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는 본 연구소의 임상시험을 비롯하여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로 유추해 볼 때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치료제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임상 초기 단계인 만큼, 개발되는 세포치료제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최대 유효성을 나타내는 용량은 어느 정도인지, 최적의 이식 부위는 어디인지 등 최적화를 위한 연구가 남아있습니다.

아울러 근본적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질환 유발 환경개선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향후 서로 접목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대한 통합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이번 임상시험의 성과는 재생의료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희망이 실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감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저작권자 2025-06-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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