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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정회빈 리포터
2025-06-10

갈색지방의 숨겨진 가능성, 비만 해결의 열쇠 될까? 갈색지방에서 분비된 세포외소포가 비만 마우스를 날씬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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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비만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Getty Images
현대 사회에서 비만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Getty Images

우리 몸은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생성하고 일상생활이나 운동, 체온조절을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곧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활동량이 줄어들고 먹거리는 풍부해져서 에너지 과잉 상태인 비만 인구의 비율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역시 비만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 집콕 생활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였다.

 

잉여 에너지가 쌓이는 지방세포

소비되지 못하고 남은 잉여의 에너지는 지방세포의 지질 방울(lipid droplet)에 저장되었다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 에너지 공급을 위한 재료로 사용된다. 지방세포로 이루어진 지방조직은 이와 같은 에너지 비축 외에도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거나 장기 주변에 존재하여 물리적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역할을 하는 지방조직도 존재하는데, 이를 갈색지방(brown adipose tissue, BAT)이라고 부른다. 갈색지방은 지질 방울이 상대적으로 작고 열을 직접 발생시킴으로써 체온조절의 기능을 담당한다. 앞서 에너지 저장 역할을 하는 일반 지방조직인 백색지방(white adipose tissue, WAT)과 달리, 미토콘드리아가 많다는 특징 대문에 갈색을 띤다.

체온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갈색지방은 백색지방보다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Getty Images
체온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갈색지방은 백색지방보다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Getty Images

갈색지방은 신생아 시기에 많이 존재하다가 성인이 되면서 점차 줄어든다. 과학자들은 신생아의 경우 전체 부피와 비교하면 표면적이 넓고 체온 유지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근육의 떨림은 열을 발생시키는 주요 작용이다) 체온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갈색지방이 많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추위에 노출될 경우 갈색지방의 양이 증가하고 활성화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갈색지방은 주변에 저장된 지방을 태워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갈색지방이 많으면 지방 소모가 늘어난다. 만약 갈색지방의 양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면 지방 소모가 증가하여 살이 빠지기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갈색지방이 내뿜는 세포외소포로 날씬해지기

한양대학교 조용우 연구팀은 갈색지방에서 분비되는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가 비만 억제 효능이 있음을 2020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저널에 발표하였다. 세포외소포는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주머니이다. 세포외소포 내부에는 단백질, 유전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포 간 신호전달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줄기세포가 갈색지방으로 분화될 때 나오는 세포외소포를 비만 마우스에 주입한 결과 갈색지방의 양이 늘어나고 몸무게가 감소함을 관찰하였다. 또한 비만과 함께 나타나는 질병인 간지방증 역시 완화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갈색지방의 세포외소포가 지방조직의 갈색화(browning)를 촉진하여 갈색지방조직을 증가시키고 비만을 억제하며, 더불어 간지방증과 같은 비만 합병증도 막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갈색지방의 세포외소포를 투여한 마우스에서 체중이 감소하였다 ⒸSci Adv
갈색지방의 세포외소포를 투여한 마우스에서 체중이 감소하였다 ⒸSci Adv

사실 지방조직의 갈색화 현상을 유도하는 신호전달물질은 이미 연구된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신호전달물질을 직접 주입하여 갈색화를 유도하면 될 텐데 왜 세포외소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일까?

세포외소포는 신호전달물질과 같은 기존의 단백질 치료제와 비교하여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단백질은 혈액 내에서 쉽게 분해될 수 있지만 세포외소포는 지질 이중막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오랜 시간 혈액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세포외소포의 표면 특성을 바꿈으로써 원하는 조직(비만치료제의 경우에는 지방조직)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한다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나노입자 운반체와 비교하여 뛰어난 장점이다. 만약 갈색화를 유도하는 신호전달물질을 지방조직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도록 만들어진 세포외소포에 담아 비만치료제로 사용한다면 높은 비만 억제 효과와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포외소포는 치료제로써 실용화될 수 있을까?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암브로시오 연구팀은 운동을 많이 한 생쥐의 피를 수혈받은 생쥐 그룹이 게으른 생쥐의 피를 수혈받은 그룹과 비교하여 근육 노화가 억제되었음을 확인하였는데, 그 원인물질이 혈액 속의 세포외소포였다. 세포외소포에는 노화 억제 호르몬인 클로토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물질이 들어있었고 이것이 생쥐의 근육 노화를 막은 것이다.

클로토 유전물질이 포함된 세포외소포가 마우스의 근육 노화를 억제하였다 ⒸNat Aging
클로토 유전물질이 포함된 세포외소포가 마우스의 근육 노화를 억제하였다 ⒸNat Aging

 

세포외소포는 비만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갈색지방의 세포외소포가 실제 치료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세포외소포에 있는 어떠한 성분이 지방조직의 갈색화를 촉진하는지 알아야 한다. 조용우 연구팀도 갈색화를 유도하는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세포외소포에서 마이크로RNA를 분석하였다. 마이크로RNA는 RNA의 한 종류로서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물질이다. 분석 결과 miR-193b, miR-378a 등의 마이크로RNA가 갈색지방의 세포외소포에서 증가하여 있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갈색화를 유도하고 비만을 억제하였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혈액이나 배양액에서 세포외소포를 채취하는 방법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불순물 없이 세포외세포만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포외소포의 갈색화 효과에 관한 메커니즘 연구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세포외소포 분리 기술도 발달하여 세포외소포를 활용한 비만 치료가 조만간 가능해지길 기대한다.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5-06-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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