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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6-11

고양이는 냄새로 주인을 알아본다 일본 연구진의 놀라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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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뛰어난 고양이의 냄새 감지 능력

일본 도쿄농업대학교 연구진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고양이가 주인과 낯선 사람을 구별하는 주된 방법이 바로 후각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2025년 5월 28일 국제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되었으며, 고양이의 인지 능력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킨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고양이가 동족을 구별할 때 후각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들을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바로 그 궁금증에 답을 제시하며 고양이가 시각보다는 냄새에 더 의존하여 인간을 인식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Getty Images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Getty Images

사실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고양이는 약 2억 개의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가진 후각 수용체 500만 개보다 40배나 많은 숫자다. 이 숫자만 봐도 고양이가 얼마나 정교한 냄새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고양이의 후각은 인간보다 약 14배 정도 뛰어나며, 개가 3억 개의 후각 수용체를 가진 것에 비해서는 적지만 냄새를 구별하는 능력에서는 개보다 훨씬 섬세하다. 더 놀라운 것은 고양이 코의 구조다. 들어온 공기가 두 개의 흐름으로 나뉘어 하나는 폐로 천천히 전달되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영역으로 빠르게 전달된다.

 

실험으로 드러난 고양이의 특별한 인식 패턴 - 뇌과학이 설명하는 후각 패턴의 의미

연구진은 30마리의 집고양이를 대상으로 흥미진진한 실험을 설계했다. 고양이 주인들에게 겨드랑이, 귀 뒤, 발가락 사이의 냄새 샘플을 채취하도록 했다. 이 샘플들을 면봉에 묻혀 튜브에 넣고 고양이들에게 제시한 뒤, 각 고양이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했다. 실험에는 주인의 냄새뿐만 아니라 고양이가 모르는 낯선 사람의 냄새, 그리고 아무 냄새도 없는 빈 면봉까지 포함되어 정확한 비교가 가능했다.

고양이들은 주인의 냄새보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두 배나 오래 맡았다. 게다가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을 때는 주로 오른쪽 콧구멍을 사용했다. ©Getty Images
고양이들은 주인의 냄새보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두 배나 오래 맡았다. 게다가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을 때는 주로 오른쪽 콧구멍을 사용했다. ©Getty Images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은 주인의 냄새보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두 배나 오래 맡았다. 게다가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을 때는 주로 오른쪽 콧구멍을 사용했다.

고양이가 낯선 냄새를 맡을 때 오른쪽 콧구멍을 선호하는 현상은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를 비롯해 물고기, 새, 기타 척추동물들은 새로운 정보를 우뇌로 처리하고, 익숙한 정보는 좌뇌로 처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고양이에게 주인의 냄새는 이미 익숙해서 좌뇌가 처리하는 일상적인 정보인 반면, 낯선 사람의 냄새는 우뇌가 담당하는 새로운 정보로 인식되는 것이다. 코의 좌우 사용 패턴이 뇌의 정보 처리 방식과 직결되어 있다니 고양이의 인지 능력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고양이의 반응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고양이의 개성이 냄새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고양이 주인들에게 반려묘의 성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실험에서 관찰된 행동과 연결해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수컷 고양이 중 신경질적인 성향을 가진 개체들은 냄새 튜브에 반복적으로 돌아와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온순한 성격의 고양이들은 한 번 냄새를 맡고 나면 거의 다시 오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암컷에서는 성격에 따른 행동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신경질적인 고양이는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의심이 많고 수줍어하는' 특성을 보이는 반면 온순한 성격의 고양이는 '다정하고, 사람에게 친근하며, 부드러운' 성향을 나타낸다. ©Getty Images
신경질적인 고양이는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의심이 많고 수줍어하는' 특성을 보이는 반면 온순한 성격의 고양이는 '다정하고, 사람에게 친근하며, 부드러운' 성향을 나타낸다. ©Getty Images

이런 성격 분석에는 '펠라인 파이브(Feline Five)'라는 고양이 성격 평가 도구가 사용되었다. 이 도구는 2017년 호주와 뉴질랜드의 약 2,800마리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개발되었다. 고양이의 성격을 다섯 가지 차원(신경성, 외향성, 지배성, 충동성, 친화성)으로 분류한다. 신경질적인 고양이는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의심이 많고 수줍어하는' 특성을 보이는 반면 온순한 성격의 고양이는 '다정하고, 사람에게 친근하며, 부드러운' 성향을 나타낸다.

 

독립적이지만 여전히 특별한 관계

개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로 불리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변덕스럽고 독립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2015년 리즈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고양이가 개처럼 인간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진은 "성체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에서도 매우 자립적이며,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다른 존재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연구는 고양이가 비록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도 분명히 '인간 동반자를 인식하고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양이가 주인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인간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후각이 고양이의 인간 인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Getty Images
연구진은 후각이 고양이의 인간 인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Getty Images

다만 연구진은 후각이 고양이의 인간 인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고양이는 후각 외에도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인간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려묘 돌봄에 새로운 시사점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한 호기심 해결을 넘어 실용적인 의미도 가진다. 고양이의 성격과 후각 반응 패턴을 이해하면 반려인들이 고양이에게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신경질적인 성향의 고양이는 새로운 냄새나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고양이에게 익숙한 냄새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다. ©Getty Images
고양이에게 익숙한 냄새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다. ©Getty Images

고양이가 후각으로 인간을 구별한다는 연구 결과는 다묘 가정이나 임시 보호, 입양 과정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양이에게 익숙한 냄새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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