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세포 분열 과정에서 DNA 연결고리가 사라지지 않으면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나뉘어져 유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연결고리를 자르는 단백질의 작동 방식이 밝혀졌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의과학대학원 안톤 가트너 특훈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의 스테판 롤랑 연구위원팀은 염색체 사이에 남아 있는 DNA 연결고리를 절단하는 단백질인 LEM-3의 작동 방식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 분열은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과정으로,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수십억 개의 세포가 분열된다. 장은 1∼3일 만에, 피부는 2∼3주 만에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분열 과정에서 유전 물질인 DNA가 복제되는데, 복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거나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새로 생긴 두 딸세포 사이에 'DNA 브릿지'라는 연결 구조가 남는다.
이 연결고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염색체 이상, 유전 정보 손실이 나타나고, 심하면 암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LEM-3 단백질이 세포 분열 후기에 DNA 브릿지를 제거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LEM-3 단백질은 세포 분열 마지막 단계에서 두 딸세포를 연결하는 좁은 구조인 미드바디에 위치하는 것으로 관찰됐는데, LEM-3의 구체적인 작동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LEM-3 단백질의 LEM-like 영역이 DNA 브릿지를 인식해 미드바디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역할을 하고, GIY-YIG 영역은 연결고리를 직접 자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길잡이 역할을 하는 LEM-like 영역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자 LEM-3 단백질이 세포질에 머무르지 않고 핵 안으로 잘못 이동했다.
이 때문에 핵 속에 보관된 DNA가 의도치 않게 절단되고, 발달 과정의 배아가 죽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스테판 롤랑 연구위원은 "LEM-3 단백질은 정상적으로는 세포질에 존재해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막는 '최종 해결사' 역할을 하지만, 위치가 잘못되면 오히려 세포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라며 "의사의 수술 나이프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유전체 모델 생물인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해 이뤄졌으며, 이 생물의 LEM-3 단백질은 사람의 경우 ANKLE1이라는 유사한 단백질 형태로 보존돼 있다.
안톤 가트너 교수는 "ANKLE1은 유방암과 대장암 등 특정 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로 알려져 이번 발견은 암 예방·치료 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11일 발간된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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