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여성들의 합성 가발, 건강을 위협한다?

수십 년간 흑인 여성들은 자연 모발을 보호하고 스타일링하기 위해 합성 머리를 활용한 땋기 기술을 이용해 왔다. 이처럼 오랫동안 미국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온 합성 머리 제품들이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 보고서의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합성 머리 제품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많은 흑인 여성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을 재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합성 가발 소재로는 1950년대 일본 화학 제조업체들이 개발한 카네칼론과 토요칼론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런 합성 직물은 진짜 머리와 달리 합성 직물은 형태를 더 오래 유지하고 유지관리가 거의 필요 없어 특정 헤어스타일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옵션이 되어왔다. 흑인 여성들은 합성 머리의 주 사용자들이며 아프리카 계통의 사람들은 가발과 머리카락 연장술 (예: 헤어증모술) 그리고 붙임머리의 가장 큰 소비자 그룹이다.

합성 머리 제품에서 발견된 위험 물질들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학생 크리스탈 토마스는 뉴욕의 한 미용실에서 인기 있는 합성 머리 브랜드인 카네칼론(Kanekalon)으로 머리를 스타일링했다. 합성 가발을 사용한 이후 그녀는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목이 자극을 받는 느낌을 받았으며, 냄새 때문에 어떤 작업에도 집중할 수 없어 불안함에 시달려야 했다. 이 냄새는 머리를 여러 번 감아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지속적인 불편함을 느낀 토마스는 땋은 머리를 위해 사용하였던 가발을 제거하며 합성 가발과 관련된 잠재적 건강 위험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머리 땋기에 사용된 합성 가발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알게 된 후 이것을 단순한 수업 과제로 남겨두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녀의 연구과제는 컨슈머리포트의 연구에 영감을 주었다. 

미국 소비자 보호단체인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는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개 합성 머리 제품을 테스트했다. 검사 대상은 모두 검은색이나 진한 갈색 계열의 제품으로 각 제품에서 두 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였다. 

연구팀은 합성 머리 제품을 사용하는 어머니들에게 자신과 자녀를 위해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물었다. 이를 토대로 납, 카드뮴, 비소와 같은 중금속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모든 샘플에서 충격적으로 벤젠을 포함한 위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컨슈머리포트의 제임스 로저스 제품 안전 테스트 책임자는 자신의 두 딸도 자주 머리를 땋는데 자신의 가족 역시 합성 가발 제품 구매와 관리에 관여했기 때문에 이번 조사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참고로 벤젠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발암물질이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흡입, 피부 접촉, 섭취의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체내에 들어갈 수 있다. 합성 머리 제품은 자주 손으로 만지기 때문에 머리를 땋는 사람과 그 서비스를 받는 사람 모두 이런 위험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합성 가발 조각이 떨어져 나와 음식과 함께 섭취될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로저스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머리를 만진 후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을 때 가발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를 함께 섭취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로 인해 미국 워싱턴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 합성 가발 사용을 재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여성은 이런 화학물질을 피해야 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인모(人毛) 가발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여성은 합성 가발을 사용하는 것이 관리하기 훨씬 쉽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자연 그대로의 헤어스타일로 바꾸는 걸 고려해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건강 위험에 대한 대응과 인식 확산

이번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전문가들은 건강에 대한 위험 인식과 함께 소비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건학회의 한 연구원은 합성 머리 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가 미용실과 소비자들에게 더 광범위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 합성 머리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일부 주에서는 이미 미용실에서 사용되는 제품의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소셜 미디어를 통해 '#HealthyHairMovement'와 같은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면서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 천연 헤어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한 미용사는 최근 몇 년간 천연 모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고객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젊은 연령층의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건강하고 안전한 헤어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식물성 붙임머리, 유기농 면이나 실크로 만든 헤드랩, 두건, 터번 등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늘어나고 있어 안전하면서도 세련된 머리를 선택할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식물 기반 대체 모발과 안전한 사용법

2019년 흑인 기업가 오사혼 오제아가(Osahon Ojeaga)는 대체 모발을 연구하는 회사인 아자 랩스(Aja Labs)를 설립했다. 2년간의 제품 개발 후 그녀는 식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머리카락 연장 라인업을 출시한 바 있다. 

평생 두피 자극으로 고생했던 그녀는 합성 가발의 대안에 대해 고민하던 중 노스캐롤라이나 집 주변에서 본 식물 섬유와 모발 사이의 자연스러운 유사성에서 영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팀과 협력하여 식물로 만든 최초의 프로토타입 섬유를 개발하게 되었다. 

아자랩스에서 생산하는 대체 모발 재료는 식물성 물질(사탕수수, 카사바, 설탕, 사탕무 또는 옥수수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 진다. 오제아가는 물론 식물을 원료로 하는 제품이 합성품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인체에는 더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제조업체 웹사이트에서 추가 정보를 확인하고 성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위해 제품 라벨을 주의 깊게 읽을 것을 조언한다. 시중에 내구성 좋으면서도 다양한 원료로 만들어진 합성 머리카락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원료를 꼼꼼히 확인함으로써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브랜드나 색상, 텍스처를 사용할 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있다면 그 외 다른 제품을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어떠한 제품에 대한 우려 사항이나 사용 시 나타난 반응을 전문가에게 상담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