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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성 쌍둥이들은 텔레파시를 주고받을까? 일란성 vs 이란성 쌍둥이: 과학이 밝혀낸 흥미로운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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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 과정의 신비: 하나의 수정란과 두 개의 수정란

흔하게 만날 수 있지 않아 더 신비하고 매력적인 ‘쌍둥이’. 어떻게 나와 똑같거나 혹은 비슷한 생명체가 나와 함께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을까? 고대 신화부터 현대 과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쌍둥이는 유전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일란성(identical), 이란성(fraternal) 쌍둥이 사이의 차이점과 유사점은 '유전 vs 환경' 논쟁에 중요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쌍둥이는 유전적, 환경적 영향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 정체성의 본질과 우리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유전과 환경이 인간에게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쌍둥이의 과학적 분류는 그들이 형성되는 방식에 따라 이루어진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초기 발달 단계에서 둘로 분리되어 생성되며,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난자가 각각 다른 정자에 의해 수정되어 생성된다. 이 근본적인 차이가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 사이의 유전적, 신체적, 심리적 유사성과 차이점을 설명할 시초가 된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초기 발달 단계에서 둘로 분리되어 생성되며,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별도 난자가 각각 다른 정자에 의해 수정되어 생성된다. ©Getty Images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초기 발달 단계에서 둘로 분리되어 생성되며,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별도 난자가 각각 다른 정자에 의해 수정되어 생성된다. ©Getty Images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일반 형제자매처럼 약 5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의 성별은 같고 외형 및 신체구조 그리고 사물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들이 매우 비슷한 반면, 이란성 쌍둥이의 성별은 말 그대로 랜덤이다. 그들의 외형은 매우 다를 수도 있으며 형제, 자매가 공유하는 정도의 유사성을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단순한 분류를 넘어서는 흥미로운 예외와 현상들이 있다. 첫 번째로, 하나의 난자가 두 개의 정자에 의해 수정되어 부분적으로만 동일한 쌍둥이인 '반일란성(semi-identical)' 또는 '세스퀴지고틱(sesquizygotic)' 쌍둥이가 있다. 2019년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연구진이 발표한 사례에서는 세스퀴지고틱 쌍둥이가 어머니의 유전 정보는 100% 동일하게 공유했지만 아버지의 유전 정보는 일부만 공유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흥미로운 예외 현상 두 번째는 '키메라(chimera)' 쌍둥이다. 이는 두 개의 수정란이 초기 발달 단계에서 융합되어 하나의 개체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태어난 사람은 두 가지 다른 DNA 세트를 가질 수 있다. 일부 키메라 쌍둥이는 눈의 홍채가 서로 다른 색을 띠는 이질색증(heterochromia)과 같은 신체적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수정란이 분리되는 시기가 태반과 양막의 공유 여부를 결정한다. ©Getty Images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수정란이 분리되는 시기가 태반과 양막의 공유 여부를 결정한다. ©Getty Images

쌍둥이의 형성 시기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수정란이 분리되는 시기가 태반과 양막의 공유 여부를 결정한다. 수정 후 3일 이내에 분리되면 각각 다른 태반과 양막을 갖게 되고, 4-8일 사이에 분리되면 태반은 공유하지만 양막은 분리된다. 8-12일 사이에 분리되면 태반과 양막 모두 공유하게 된다. 만약 12일 이후에 불완전하게 분리되면 몸의 일부가 붙은 채로 태어나는 결합 쌍둥이(conjoined twins)가 될 수 있다.

이란성 쌍둥이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있다. 가족력은 이란성 쌍둥이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가 이란성 쌍둥이거나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한 적이 있는 여성은 다시 이란성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높다. 또한 나이가 많은 여성의 경우 다난포 배란(polyovulation)의 가능성이 높아,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할 확률이 증가한다. 반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단순한 우연의 확률로 탄생하므로 유전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로부터 쌍둥이는 대를 건너서 유전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이란성 쌍둥이에게 적용될 수 있는 속설이다.

 

동일한 유전자, 다른 개성: 쌍둥이 연구가 밝힌 놀라운 발견들

쌍둥이 연구는 유전학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창구가 되어왔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특성과 성격을 갖게 되는 현상은 과학자들에게 매혹적인 연구 주제다.

일란성 쌍둥이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후성유전학은 DNA 서열 자체는 변화하지 않지만, 환경 요인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다. 미네소타 대학의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도 나이가 들수록 후성유전학적 차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리되어 자란 쌍둥이는 함께 자란 쌍둥이보다 이러한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고 보고된다.

가족력은 이란성 쌍둥이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가 이란성 쌍둥이이거나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한 적이 있는 여성은 다시 이란성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더 높다. ©Getty Images

가족력은 이란성 쌍둥이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가 이란성 쌍둥이이거나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한 적이 있는 여성은 다시 이란성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더 높다. ©Getty Images

DNA 메틸화(methylation)는 후성유전학적 변화의 한 형태로, 환경 요인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센터의 한 연구에 따르면, 56세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DNA 메틸화 패턴은 3.5% 이상 차이가 났다. 이는 생활 방식, 식습관, 스트레스 수준 등의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발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쌍둥이의 지문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태내에서 다른 위치에 있으며, 양수와 접촉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지문이 형성된다. 이는 동일한 유전적 청사진을 가지고 있더라도 미세한 환경적 차이가 독특한 신체적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장내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차이도 쌍둥이 연구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발견이다. 2019년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함께 사는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장내 미생물 구성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식습관, 약물 사용, 질병 이력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차이는 쌍둥이 간의 건강 상태, 면역 반응, 심지어 체중 차이까지 설명할 수 있다.

쌍둥이는 종종 단일 출생 아이들에 비해 언어 발달이 늦을 수 있는데, 이는 부모와 일대일 상호작용이 적고 쌍둥이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쌍둥이는 종종 단일 출생 아이들에 비해 언어 발달이 늦을 수 있는데, 이는 부모와 일대일 상호작용이 적고 쌍둥이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가 유사한 성격, 취향, 심지어 인생의 중요한 사건(결혼, 자녀 출산 등)까지 놀라운 일치를 보이는 사례들도 보고되었다.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에서는 출생 후 분리되어 다른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제임스 루이스와 제임스 스프링거가 모두 '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법 집행 분야에서 일했으며, 비슷한 취미를 가졌고, 심지어 모두 린다라는 이름의 첫 부인과 베티라는 이름의 두 번째 부인과 결혼했다는 놀라운 일치를 보였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유전의 강력한 영향력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쌍둥이 사이의 특별한 유대: 텔레파시부터 언어 발달까지

쌍둥이, 특히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특별한 유대 관계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일부 쌍둥이들은 자신들만의 비밀 언어인 '쌍둥이어(cryptophasia)'를 발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둥이어’는 일란성 쌍둥이 간에는 서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언어 체계를 의미한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한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어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일시적이며, 쌍둥이가 3-4세가 되면 표준 언어로 대체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쌍둥이의 언어 발달 지연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쌍둥이는 종종 단일 출생 아이들에 비해 언어 발달이 늦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부모와의 일대일 상호작용보다 쌍둥이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쌍둥이 간의 '텔레파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전해진다. 일부 쌍둥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거나, 한 쌍둥이가 경험한 신체적 고통을 다른 쌍둥이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현상과 관련하여 과학적 연구를 통해 확정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영국 가이 병원과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이 조사한 쌍둥이의 약 30-40%가 이와 같은 경험을 보고하고 있다.

일부 쌍둥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거나, 한 쌍둥이가 경험한 신체적 고통을 다른 쌍둥이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Getty Images

일부 쌍둥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거나, 한 쌍둥이가 경험한 신체적 고통을 다른 쌍둥이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Getty Images

이러한 '텔레파시' 현상을 뒷받침하는 한 가지 과학적 설명은 쌍둥이들이 매우 유사한 유전적 구성을 가지고 있어 외부 자극에 비슷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함께 자란 쌍둥이는 비슷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사한 사고 패턴을 가질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의 두뇌 활동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자극에 대해 매우 유사한 뇌 활동 패턴을 보였다. 이는 뇌 기능과 인지 과정에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쌍둥이의 심리 발달 연구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쌍둥이는 출생 시점부터 동반자가 있는 독특한 사회적 환경에서 성장한다. 쌍둥이라서 가지게 되는 이러한 특수한 환경은 그들의 정체성 형성과 대인 관계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도 개별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심리적 역동을 경험한다.

흥미롭게도 쌍둥이의 유형(일란성, 이란성)과 성별 조합(남-남, 여-여, 남-여)에 따라서도 상호 간 유대감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성 일란성 쌍둥이가 가장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성 이란성 쌍둥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유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개인차가 크며, 부모의 양육 방식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쌍둥이 연구는 인간 발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에 끊임없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Getty Images

쌍둥이 연구는 인간 발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에 끊임없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Getty Images

태어나면서부터 동반자가 존재하는 쌍둥이는, 쌍둥이 중 하나가 사망하거나 분리되는 경우에 '쌍둥이 손실 증후군(twin loss syndrome)’이라는 깊은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출생 전이나 영아기에 쌍둥이를 잃은 경우에도 살아남은 쌍둥이는 종종 설명할 수 없는 불완전함이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심리학자들이 '환상 쌍둥이(phantom twin)'라 부르는 이 현상은 쌍둥이 관계의 강도와 유전적 연결의 깊이를 시사한다. 

이처럼 쌍둥이 연구는 인간 발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에 끊임없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유전과 환경, 생물학과 심리학, 개인과 관계의 경계를 탐색함으로써, 쌍둥이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4-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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