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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고 있는 쌍둥이 출산, 보다 안전한 출산이 필요하다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생물학적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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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쌍둥이 출산 증가 추세: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생물학적 메커니즘

전 세계적으로 쌍둥이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 현상은 여러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연구소의 수지 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 출산 증가는 단순한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고령 임신 증가와 보조생식술 발전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나이지리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쌍둥이 출산율이 세계 평균인 100명당 1명보다 높은 100명당 약 3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역은 2050년까지 인구가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절대적인 쌍둥이 출산 수도 증가할 전망이다.

생물학적으로 살펴본다면 여성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다난포 배란(polyovulation)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한다. 이는 고령의 여성이 한 번의 월경 주기에 수정 가능한 난자를 여러 개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이란성 쌍둥이 출산 확률을 높인다.

의학적으로 도움을 받는 체외수정(IVF: In Vitro Fertilization)의 증가도 쌍둥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 IVF 시술 과정에서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데, 이로 인해 다태아 임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이론적으로도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존재이다. ©Getty Images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이론적으로도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존재이다. ©Getty Images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의 쌍둥이 임신 약 30-40%가 보조생식술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지난 20년간 전체 출생아 수는 점점 감소하였으며 최근에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쌍둥이 출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민국에서의 쌍둥이 출산율은 20년 새 3배 정도 늘어났으며 인공수정률의 증가로 쌍둥이가 많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보고 되었다. 

호르몬 수치와 유전적 요인도 쌍둥이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SH(난포 자극 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은 2개 이상의 난포를 배란할 확률이 더 높으며, 특정 유전자 변이가 이란성 쌍둥이 출산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족력 또한 중요한 요소다. 어머니가 이란성 쌍둥이이거나 가족 내 이란성 쌍둥이가 있는 여성은 쌍둥이를 출산할 확률이 더 높다. 다만 이러한 유전적인 요인은 이란성 쌍둥이에만 관련이 있으며 속설과 달리 일란성 쌍둥이 출산과 유전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참고로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난자가 각각 수정되어 서로 다른 두 개의 수정란으로 자라난다. 이로 인해 이란성 쌍둥이는 같은 날 태어났을 뿐 유전적으로는 형제, 자매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된다.

반면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된 후 2개로 분리되어 자라난다.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동일한 유전자 염기 서열을 가지고 있다. 마치 그들 자신이 서로의 "복제"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성별은 당연히 같으며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일란성 쌍둥이들의 외모는 부모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매우 똑같이 생겼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이론적으로도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존재이다. ©Getty Images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이론적으로도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존재이다. ©Getty Images

이란성 쌍둥이나 일반적인 형제는 유전자를 공유하는 비율이 50%인 반면 일란성 쌍둥이가 공유하는 유전자의 비율은 100%이다. 따라서 이란성 쌍둥이의 성별, 성격, 외모 등은 매우 다른 반면 일란성 쌍둥이는 태어난 시점에서는 완전히 일치하는 특성을 가진다. 물론 태어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일란성 쌍둥이들의 성격이나 외모 등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수정란으로 자란다. 그들은 같은 날 태어났을 뿐 유전적으로는 형제, 자매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다. ©Getty Images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수정란으로 자란다. 그들은 같은 날 태어났을 뿐 유전적으로는 형제, 자매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다. ©Getty Images

 

쌍둥이 임신의 의학적인 위험도와 이에 따른 보건 불평등

문제는 쌍둥이 임신이 단태아 임신에 비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더 높은 의학적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엔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저소득 국가에서의 쌍둥이 임신이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쌍둥이 임신은 산전, 분만 중, 산후에 더 복잡한 의료적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조기 진통 및 출혈 위험이 더 크다. 뿐만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저체중이거나 조산, 선천적 기형 및 주산기(출산 전후의 기간) 사망 확률 역시 단태아 임신보다 현저히 높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가진 개체들이다. ©Getty Images

일란성 쌍둥이들은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가진 개체들이다. ©Getty Images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몬든은 "많은 국가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사항—24주 이전에 적어도 한 번의 초음파 검사—에 따라 검사를 받는 여성의 비율이 여전히 충격적으로 낮다"고 지적한다. 초음파 검사는 쌍둥이 임신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많은 저소득 국가의 산모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체 쌍둥이 출산의 약 80%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지역에서의 산모와 신생아 사망률도 가장 높게 나타난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다섯 쌍둥이 중 한 명이 5세 이전에 사망한다는 매우 충격적인 통계가 있다. 이는 의료 인프라 부족, 산전 관리 미비, 숙련된 의료진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쌍둥이 임신의 의학적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산전 검진, 필요시 전문의 의뢰, 적절한 영양 섭취, 그리고 위험 징후에 대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서비스는 농촌 지역이나 의료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술 혁신과 공중 보건 전략이 필요하다

다행인 점은 쌍둥이 임신과 출산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공중 보건 전략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혁신은 특히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지역에서 쌍둥이를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쌍둥이 임신과 출산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공중 보건 전략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 ©Getty Images

쌍둥이 임신과 출산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공중 보건 전략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 ©Getty Images

먼저 휴대용 초음파 기기의 보급을 통해 농촌 지역에서 쌍둥이 임신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대형 초음파 장비는 주로 도시 병원에 설치되어 농촌 지역 산모들이 접근하기 어려움 따랐다. 더 작고 경제적인 휴대용 초음파 기기가 농촌 지역에 보급된다면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초음파 영상 판독을 보조하여 의료진의 교육 시간을 단축하고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2021년 매사추세츠 대학의 방사선 전문의 영 H. 김의 연구에 따르면, AI 알고리즘은 특정 조건에서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로 산전 초음파 영상을 분석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쌍둥이 임신뿐만 아니라 관련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원격의료 기술은 전문가의 지식을 외딴 지역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원격 진료가 가능해져, 고위험 쌍둥이 임신을 가진 산모가 전문의의 조언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특히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사회 기반 접근법도 쌍둥이 출산 관리에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 의료진 및 조산사 (외국에서는 조산사가 출산을 담당하는 경우가 더 많음) 등의 의료 인력에 대한 교육 강화, 쌍둥이 임신 조기 발견을 위한 산전 검진 프로그램 확대, 그리고 쌍둥이를 가진 가정을 위한 특별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된다. 

나이지리아의 이그보-오라 지역은 "세계 쌍둥이 수도"라는 명성과 함께, 쌍둥이 임신과 출산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 좋은 사례로 분석된다. 해당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쌍둥이를 중요시하면서 의학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일란성 쌍둥이들의 외모는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매우 똑같이 생겼다. ©Getty Images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일란성 쌍둥이들의 외모는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매우 똑같이 생겼다. ©Getty Images

사실 쌍둥이 출산에 관련된 많은 과제와 쌍둥이 출산으로 인한 산모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저소득 국가의 경우라면 더 많은 관심과 사회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전 세계적으로 쌍둥이 출산이 증가하는 추세가 계속됨에 따라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과학적 이해와 기술적 혁신, 그리고 공중 보건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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