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축이나 야생동물로부터 감염되는 바이러스보다 사람이 이들 동물에게 옮기는 바이러스가 2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프랑수아 발루 교수팀은 26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서 공개된 바이러스 게놈 서열을 분석, 한 숙주에서 다른 척추동물 종을 감염시키는 이동 경로를 재구성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발루 교수는 "바이러스 진화를 더 잘 이해하고 향후 신종 전염병 발생과 유행에 저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물과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를 양방향으로 조사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약 1천200만 개의 바이러스 게놈을 이용, 32개 바이러스 계열의 진화 역사와 과거 숙주 이동 경로를 재구성하고, 숙주 이동 과정에서 바이러스 게놈의 어느 부분에 돌연변이가 생겼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다른 동물로 이동하는 사람유래인수공통감염증이 그 반대 경우보다 약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패턴은 검토된 바이러스 계열 대부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전염 과정에 사람이 포함되지 않는 동물 간 바이러스 이동도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바이러스의 숙주 이동은 한 숙주와 함께 계속 진화하는 것보다는 유전적 변이 증가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새 숙주를 더 잘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인간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이나 가축으로 전파되는 빈도가 생각보다 높지만 대부분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세드릭 탄 연구원(박사과정)은 "인간이 옮긴 바이러스가 새로운 동물 종을 감염시키면 인간 사이에서 박멸되더라도 그 바이러스가 동물 사이에서 계속 번성하거나 새로운 적응을 거쳐 다시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루 교수는 "인간은 인수공통감염병의 피감염체가 아니라 병원체 교환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거대한 숙주 네트워크의 한 접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과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를 양방향으로 조사하고 모니터링한다면 바이러스 진화를 더 잘 이해하고 향후 신종 전염병 발생과 유행에 더 잘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구 : Nature Ecology & Evolution, Francois Balloux et al., 'The evolutionary drivers and correlates of viral host jumps', http://dx.doi.org/10.1038/s41559-024-02353-4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4-03-2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