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범선을 공격하다
최근 범고래 무리가 지브롤터 해협에서 정기적으로 배를 손상시키고 때로는 침몰까지 시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범고래가 사람이나 범선을 공격해서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범고래의 범선 공격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2022년 7월 시네스(Sines) 항구에서 출항한 배가 포르투갈 앞바다에서 30여 마리의 범고래 공격을 받아서 배가 침몰한 일이 있었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가까스로 구조가 되며 다행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최근 그리스로 향하던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던 보트에 타고 있던 4명의 승무원 중 한 명인 에이미 역시 갑작스럽게 범고래가 나타나서 정찰병과 같이 행동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범고래 한 마리가 물 밖으로 뛰어나와 14미터 범선의 두 선체 사이로 잠수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몇 분 후 범고래는 동료 범고래 여러 마리와 함께 다시 나타났으며 이후 대여섯 마리의 범고래는 보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에이미는 2020년 7월부터 지브롤터 해협과 이베리아 대서양 연안의 선원들을 통해서 최근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한 것을 알았기에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이전에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에이미는 이에 관해서 범고래들이 공격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으며 세대 간의 게임처럼 느껴졌다고 밝혔지만, 범고래 떼가 사라지기 20분 동안 다른 승무원들은 큰 공포감에 시달려야 했다.
범고래는 왜 범선을 공격할까?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 이러한 공격이 보고 되었을 때는 두세 마리의 범고래들에 의해서만 나타났다고 한다.
범고래(Orca 혹은 killer whale라고도 불리움, 학명: Orcinus orca)는 참돌고래과(Delphinidae)에 속하며 그들의 수명은 보통 인간의 수명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고래는 인간과 비슷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가족들과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범고래는 지구 바다의 대부분에서 거주한다. 남극의 얼음 바다에서도 살며 열대 지방, 연안 해역, 넓은 바다 등 가리지 않으며 다양한 하위 개체군이 존재한다. 이러한 하위 개체군들은 선호하는 고유 음식도 다르며 언어 및 행동 양식들도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는 범고래의 이베리카 개체군들만 보트를 들이받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범고래의 이러한 공격이 단순한 장난일 수 있으며 배의 고무날을 물어뜯는 취미를 즐긴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어떤 범고래들은 심지어 보트를 공처럼 주고받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범고래가 높은 지능과 뛰어난 신체 능력 등으로 인해서 바다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최상위에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크기가 최소 5 m에 육박하며 상어보다도 위에 있는 포식자이다. 이러한 범고래가 범선을 파괴할 요령이었으면 매우 쉽게 인간을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한 장난일까? 복수일까?
미국 워싱턴주 연안에서 두 범고래 개체군의 행동을 연구하는 범고래 행동 연구소의 소장이자 생물 행동 학자인 모니카 윌랜드 쉴즈는 에이미의 상황 해석이 그날 보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녀 역시 범고래가 실제로 구체적으로 공격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범고래 과학자들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이러한 범고래의 행동이 과거에 인간과의 만남에서 작살에 맞거나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 범고래가 물 위에서 겪은 부당함에 대한 복수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브롤터 해협에는 선박 교통량이 많아 소음이 계속 유발되며 이로 인해 범고래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또한 범고래와 인간은 같은 먹이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 바로 참치이다.
이에 대해서 쉴즈박사는 범고래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설명은 행동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관찰해 온 것을 기반으로 설명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서, 1960년대와 70년대 워싱턴 주 연안에서는 어미가 보는 앞에서 새끼 범고래를 잡아 물 밖으로 꺼내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쉴즈 박사는 당시 범고래들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쉴즈 박사에 따르면 그렇다고 범고래가 보트를 들이받은 동기로 복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단지 위 가설에 대해서 증거가 매우 부족하다.
유행에 민감한 범고래
흥미로운 점은 범고래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유행을 쉽게 따른다는 점이다. 1980년대 워싱턴 주 연안에서 범고래 한 마리가 죽은 연어를 머리에 이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고래들도 연어 모자로 자신을 장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 범고래들의 연어 모자 열기는 크게 줄어들었으며 요즘은 그렇게 행동하는 범고래를 찾을 수 없다.

범고래는 또한 새우잡이 어선이 물속에 넣은 부표나 덫을 장난감으로 자주 사용한다. 일정 기간 많은 동물이 이 놀이에 참여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가 떨어졌지만, 최근 위 놀이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쉴즈 박사는 어린 고래들이 최근 범선을 공격하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10대 시절에도 호기심, 실험, 절제 부족들이 자주 나타나는 행동 방식인 만큼 범고래들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인간의 고유 특성이라고 알려진 도구 사용도 최근 여러 다른 동물에게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고래와 젊은 인간 사이에 유사점을 찾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범고래는 왜 공격적이 될까?
쉴즈 박사에 따르면 범고래의 뇌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도록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범고래의 감정 스펙트럼에서 호기심, 기쁨, 놀고 싶은 본능은 좌절감, 두려움, 분노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포획된 범고래들에게서 좌절감이나 분노 등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테마파크나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일부 치명적인 공격 포함)는 매우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범고래의 성격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 어떤 범고래는 동물원에서의 매일 훈련에 적응하지 못한다.
쉴즈 박사는 상황이 충분히 힘들거나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면 범고래들 사이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범고래의 공격성이 순간적으로 크게 증가한다면, 이러한 범고래들의 장난으로 인해 인간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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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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