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마운팅이란 성적 흥분에 따른 반응으로, 수컷이 암컷 등 위에 올라타 교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개가 사람의 다리나 인형에 마운팅하는 것을 고려하면, 항상 생식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교미와 무관한 마운팅이 발견된다. 칼텍의 한 연구실에서는 수컷 생쥐가 다른 수컷에게 마운팅하는 장면이 종종 포착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2월 2일 네이처 지에는 ‘쥐의 동성 및 이성 마운팅 행동에 대한 뚜렷한 시상하부 제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수컷 생쥐끼리의 마운팅, 암컷과 하는 마운팅과 달랐을까
연구진은 수컷 생쥐들이 단순히 수컷을 암컷으로 착각해서 짝짓기를 시도한 것일까 아니면 수컷이라는 것을 알고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또한 각각이 뇌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먼저 수컷 쥐가 수컷과 암컷 쥐에게 마운팅하는 장면을 녹화했다. 이후 연구진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적응하는 소프트웨어 유형인 머신러닝을 사용해 수컷과 암컷 쥐에게 나타난 마운팅 행동에 다른 점이 있는지 확인했다. 머신러닝 분석 결과 각 마운팅 동작에는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다른 단서를 찾았다. 바로 소리였다. 흥미롭게도 수컷 쥐는 암컷 쥐와 마운팅하는 동안에만 ‘노랫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고음이었기 때문에 특수 마이크로 잡아내야 했다. 수컷 쥐가 수컷 쥐에게 마운팅 했을 때는 해당 초음파를 내지 않았다.
또한 마운팅 중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두 쥐를 떼어놓았을 경우 수컷 쥐에게 마운팅 한 경우 두 수컷 쥐는 싸움으로 이어졌으나, 암컷 쥐 위에서 수컷이 마운팅한 경우 두 개체 간 싸움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암컷에 대한 마운팅과 수컷에 대한 마운팅 행위가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수컷에 대한 마운팅이 번식 행위가 아니라 지배나 가벼운 분노, 공격성의 증가 표현일 것이라고 연구진은 예측했다.
뇌에서도 다른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 확인돼
다음으로 연구진들은 수컷 쥐가 수컷에게 마운팅 했을 경우와 암컷에게 마운팅 했을 경우 각각 행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조사했다. 특히 연구진은 시상하부라고 하는 뇌 영역에서 신경 활동을 관찰했다. 시상하부는 배고픔, 갈증, 신진대사 및 방어 행동을 제어하는 뇌의 부위이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시상하부의 두 영역이 관련된 것으로 보였다. 한 부분은 내측 전시영역(MPOA)이며, 나머지 한 부분은 복내측 시상하부의 복측세분(VMHvl)이다. 수컷 쥐가 암컷 쥐에게 마운팅하며 노래를 부를 때는 MPOA의 세포가 수준 높은 활성을 보였다. 반대로 수컷 쥐가 수컷에게 마운팅하며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 때는 VMHvl 세포가 수준 높은 활동을 보였다.
그다음으로 연구진은 MPOA 및 VMHvl에서 개별 뉴런의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은 각 뇌 영역에서 번식 및 공격적인 마운팅 중 별개의 뉴런 그룹이 활성화되었음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이 두 영역의 신경 활동 패턴을 기반으로 컴퓨터를 훈련해 마운팅이 성적인지 공격적인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두 종류의 마운팅 인위적 조절 가능
연구진은 해당 영역이 단순히 각 마운팅 행동과 상관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실제로 두 가지 행동을 제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광 유전적 자극’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였다. 광 유전적 자극이란 빛을 뇌의 특정 영역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신경 활동을 유도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컷 쥐가 암컷 쥐를 만나 초음파로 노래를 부르며 암컷 쥐와 마운팅을 하는 순간, 연구자들이 수컷의 VMHvl을 자극하자 수컷은 노래를 멈추고 암컷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대로 수컷 쥐가 다른 수컷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 연구진이 수컷의 MPOA를 자극하자 공격적인 쥐는 싸움을 멈추고 노래를 부르며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시도했다.
연구진 카리고와 앤더슨은 이를 사랑과 증오의 시소에 비유한다. MPOA의 활성은 시소를 사랑 쪽으로 기울이는 반면, VMHvl의 활동은 시소를 증오(또는 공격성)로 기울인다.
카리고는 “그녀는 그들의 발견이 쥐의 뇌, 더 나아가 광범위하게는 포유류의 뇌가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발전시키고, 언젠가 인간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진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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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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