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700만여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북부지역에 위치한 밍크 농장에서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부가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살처분을 감행하게 된 이유는 밍크가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덴마크 방역당국에 따르면 밍크로 인해 20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중 12명에게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동물의 정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쥐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는 추정일 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박쥐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천산갑을 중간 매개체로 삼고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팬데믹을 일으킨 과정이 과학적으로 가장 설득력은 있지만 아직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밍크로부터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해진 덴마크의 사례를 본격적인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다른 감염병에서 이미 겪어 봤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익히 알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력이 드디어 코로나19에게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류독감은 대표적 인수공통감염병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감염성 질병으로, 특히 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감염병을 의미한다. 지난 195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척추동물과 사람 사이에 전파하는 성질이 있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 또는 질병’으로 정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전파되는 방식은 앞에서 언급한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해지는 경우 외에도 사람의 질병이 동물에게 전해지는 경우와 사람들끼리 전파되는 경우 등 그 경로가 매우 다양하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수공통감염병의 종류는 약 250여 종으로서, 브루셀라균에 감염된 가축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해지는 브루셀라병(brucellosis)과 보통 광우병이라 부르는 소해면상뇌증(BSE), 그리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있다.
조류독감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하여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감염병으로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금류에서 AI가 발생하면 폐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가금류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사람도 조류독감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또한 BSE는 소에 발생되는 신경성 질병으로서 이 병에 걸린 소의 뇌세포는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있는 형상을 보이는 이유로 ‘소해면상뇌증’으로 불린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변형프리온 단백질이 포함된 육골분이나 골분 사료를 먹은 후 일정 기간의 잠복기 동안 뇌에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보다 영장류 같은 동종의 포유류가 더 영향 가능성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감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리란 보건당국과 지자체, 그리고 농장주 등은 방역 및 소독 등을 통해 주요 매개체가 되는 가축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계 및 산업계는 감염의 원인인 병원체의 전파를 막기 위해 동물용 및 인체용 백신을 이용한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렇게 대처방안을 마련해도 여러 가지 인수공통감염병의 발병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아직 국내에 발생하지 않은 감염병이라 할지라도 해외로부터 유입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외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병원체의 증식 및 발병 과정을 포함하여, 동물 매개체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방제에 대한 연구는 물론, 숙주가 되는 동물과 병원체의 상호작용 등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일부 과학자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의 감염이 사람보다 동종의 포유동물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밍크에게서 발견된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보다는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고의 이유는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우간다의 자연보호구역에서 서식하던 침팬지들이 사람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에 수십 마리가 감염되면서 그중 5마리가 죽은 적이 있다.
따라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대응조치로 멸종 위기에 몰린 영장류를 비롯하여 다른 동물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예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멸종 위기 보호 국제기구들은 촉구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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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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