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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진솔 객원기자
2020-11-05

말라리아 감염, 계절에 따라 증상 다르다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계절적 패턴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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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부족한 아프리카의 건기에는 말라리아 기생충이 새로운 숙주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달 26일 'Nature Medicine'에는 말라리아 원충이 체내 면역체계를 피하기 위해 감염된 세포를 혈관에 달라붙지 않게 만든다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말라리아도 무증상 감염이

말라리아는 모기가 매개체인 질병으로, 매년 2억 명을 감염시키며 세계 인구 중 40만 명을 죽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일종의 기생충인 말라리아 원충을 가지고 있던 모기가 사람을 물면 말라리아 원충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다. 말라리아 원충은 인간의 적혈구를 감염시키고 적혈구 내부에서 복제한다. 증상은 열과 근육통, 오한, 두통, 구토 등이다. 혈액 내 적혈구 소실로 인한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기가 있어야 옮겨갈 수 있는 말라리아 원충 ⓒpixabay

말라리아는 모기가 많은 우기에 주로 발생한다. 그렇다면 모기가 적어 새로운 숙주로 옮겨가기 힘든 건기에는 어떨까.

말라리아 원충이 택한 전략은 ‘무증상 감염’이다. 감염은 되어있지만 열과 근육통 등 외부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말라리아는 계절에 따른 무증상 감염이 보고되어 있었다. 말라리아는 건기인 1월부터 5월 증상이 약화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메커니즘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우기 때만 발현되는 끈끈이 단백질

지난달 26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실비아 포르투갈과 동료 연구진은 ‘건기의 지속적인 무증상 감염의 기초가 되는 열대열원충의 순환 시간 증가’라는 논문을 통해 건기 동안 말라리아 원충이 인간 혈액에서 면역계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말리의 시골 마을에서 600여 명의 어린이와 청년들의 혈액을 주기적으로 채취했다. 혈액 검사 결과, 검사자의 20%에는 매우 적은 수준의 말라리아 원충이 숨어 있었다.

말라리아 원충은 적혈구 내부로 들어가 적혈구를 감염시킨 뒤 증식하고 적혈구를 파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말라리아 원충은 적혈구 표면에 끈끈한 단백질을 만든다. 적혈구를 혈관 벽에 붙이기 위해서다. 이는 적혈구가 혈관을 따라 순환하다가 비장에 도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데, 비장은 마치 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기생충으로 가득 차 있는 적혈구들이 걸리게 된다. 걸린 기생충은 백혈구(대식세포)에 의해 파괴된다.

말라리아는 적혈구가 혈관 벽에 붙도록 만든다 ⓒpixabay

그러나 포르투갈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건기 동안 말라리아 원충이 생존에 필요한 끈끈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중단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극히 일부의 말라리아 감염 세포만이 혈관에 붙었으며, 마치 동면하는 곰처럼 신진대사를 늦추는 것처럼 보였다. 포르투갈은 말라리아 원충이 비장으로 순환하는 것을 택했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는 사람의 면역계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포르투갈의 연구팀이 면역체계가 만들어내는 염증 단백질을 측정해본 결과, 말라리아 원충은 최대한 숨어서 사람의 면역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이로 인해 사람은 말라리아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고, 말라리아 원충을 파괴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계절별로 켜지고 꺼지는 유전자 존재해

포르투갈의 연구팀은 건기에는 무증상, 우기에는 증상이 있는 사람의 샘플에서 어떤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는지 비교해보았다. 그러자 1607개의 유전자가 뚜렷한 계절적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건기에는 우기에 꺼졌던 유전자 1131개가 활성화되었으며, 우기에 켜졌던 476개의 유전자는 꺼졌다. 이들 중 적혈구를 덜 끈적하게 만드는 유전자, 그리고 면역계를 건드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말라리아의 선두주자인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말라리아 연구자 사라 보크만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보크만의 연구에 따르면 말라리아 원충은 한마을에 10년 이상 지속되는데, 건기 동안 약화한 말라리아 원충의 생활상을 파악하면 말라리아 원충이 가장 약할 때 파괴하는 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솔 객원기자
esonatural@gmail.com
저작권자 2020-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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