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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만성 스트레스 병을 앓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스트레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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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병에 걸리지도 않은 채 스트레스라는 병을 앓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나

스트레스는 공학과 의학(셀리에)을 거쳐 심리학(메이슨)으로 들어와 오늘날 우리 주변에 만연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은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일까?

길을 가는데 목줄 풀린 맹견을 만난 경우를 생각해보자. 으르렁거리며 송곳니를 드러내는 반려견, 주인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며 무성의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우리 몸은 즉각 반응한다. 등골이 오싹하며, 머리털이 쭈뼛하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빨라지며, 손에는 진땀이 흥건하다.

이 과정은 50만 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들판 한가운데서 맹수와 맞닥트렸을 때 순간적으로 나타난 반응과 똑같다. 눈과 귀가 위험을 감지하고, 반사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면서 부신 수질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몇 초 내에 쏟아져 나와 핏 속으로 들어간다.

핏줄을 통해 온몸으로 돌아다니며 ‘큰일 났어요’를 외치는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빨리 뛰게, 호흡도 빠르게, 근육은 많은 피를 받게 한다. 아드레날린 덕분에 우리 몸의 에너지 파이프라인은 기동력 증강 태세를 완비한다. 그래서 달아나거나 아니면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달아나지도 못하고 때려잡지도 못하고 대치 상태가 길어지면 또 다른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아드레날린은 부신의 ‘수질’에서 분비되지만, 부신의 ‘피질’에서 나오는 코르티솔은 아드레날린 분비로부터 몇 분 후에 분비되며 아드레날린의 든든한 뒷배가 된다. 역시 기동 에너지 수준을 높여 놓는다.

혹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맹수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상처를 입는다면, 이번에는 면역계가 가세한다. 백혈구가 몰려들어 상처에 묻어온 미생물을 공격하고, 혈액이 상처가 생긴 자리로 몰려든다. 시간이 좀 걸리는 이 과정을 거치며 상처는 열도 나고 붓고 아프다. ‘염증’이라 부르는 과정이다. 염증 반응을 이용해 우리 몸은 외부 병원체를 공격하고 상처를 회복시킨다.

하지만 염증 과정은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코르티솔이 개입해 염증 반응을 줄여 몸을 보호하기도 한다. 이 성질을 이용해 염증 반응이 지나쳐서 내 몸을 망가트리는 병(자가면역성질환)을 코르티솔로 치료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코르티솔은 매우 강력하고도 유용한 천연 소염제다. 인간이 만든 이런저런 소염-진통제들은 ‘스테로이드는 아니지만 스테로이드처럼 소염작용이 있는 약물’이란 뜻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라 부른다.

일단 스트레스 상황이 종료되면 코르티솔은 뒷수습에 나선다. 위기 경보를 해제하고 서서히 원래의 평온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큰일을 치르고 나면 비로소 허기를 느껴 뭐 좀 먹을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바로 코르티솔이다. 그래서 코르티솔을 ‘치유(healing)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만성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위험 신호 보내

그럼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스트레스는 어떨까? 뉴스에는 연일 관련 뉴스가 걷잡을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학교나 직장이 장기간 문을 닫는 경험을 했다. 여행도 가지 못하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는 세월을 겪고 있다.

한 겨울에 시작된 병이라 기온이 오르면, 한여름 더위 앞에서는 수그러들겠지 했던 우리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다시 기온이 내려가 겨울의 문턱에 다다랐다.

그동안 제법 성공적이었다던 방역전선의 허점을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확히 알고 타격해 왔다. 이 정도면 좀 풀어져도 되지 않을까, 마음먹는 순간 바이러스는 여지없이 그 느슨한 고리를 끊고 들이닥쳤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큰 숨 한번 쉬어 보지도 못하고 여름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편하게 지내던 공간들이 이제 금지 구역이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먹고, 마시던 곳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온상이 되었다. 직장 동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마주 보고 먹는 식사도 피해야 할 일이 되었고 주변의 기침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마스크를 안 쓰고 다가서는 사람들에겐 혐오감을 넘어서 분노의 감정이 솟구친다.

이제 이 사태가 종식이 된다고 해도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코로나 시대의 금칙어들은 한동안 우리에게 압박감을 주고 경보를 울릴 것이다. 공교롭게도 인류의 진화와 사회의 문명을 담보했던 소통의 행위와 공간들이 지금 우리에게는 적대적인 공간과 행위로 낙인이 찍혔다.

이렇게 높은 경각심 유지, 매사를 살펴야 하는 고강도 경계 상태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면 우리의 뇌는 서서히 변한다. 두려움과 공포를 인지한 시상하부와 편도체가 계속 비명을 지르면 우리 뇌와 몸의 ‘스트레스 대응 내분비계 TF팀’이라 할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hypothalamus)-뇌하수체(pituitary)-부신(adrenal) 축 즉, HPA 축도 혹사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에 속하는 아드레날린이 쉼 없이 분비되고, 코르티솔도 분비되면 우리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시달린다. 우리 몸의 에너지가 위험 신호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계속 쓰게 된다. 마치 가난한 나라가 국민소득의 상당 부분을 국방 예산에 할애한다면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의 수준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몸도 그 상태가 된다. 우리는 병에 걸리지도 않은 채 스트레스라는 병을 앓게 된다. 만성 피로, 두통, 소화불량, 궤양, 어지러움, 불면증, 신경과민, 우울증 등은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병들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스트레스 대응체계는 50만 년 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며 소화액을 내뿜는 스프링클러처럼 반사적이고 즉각적으로 발동이 걸리므로 좀처럼 제어가 되지 않는다.

다음회에 계속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
yosoolpiri@gmail.com
저작권자 2020-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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